HB저축은행 사무실. 사진=HB저축은행
HB저축은행 사무실. 사진=HB저축은행

국내 은행들이 매년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고, 비대면 등 디지털 서비스를 고도화하는 등 최근 은행업권의 성장이 돋보인다. 이 같은 성장 이면에는 은행업을 이끄는 최고경영자(CEO)들의 활약이 뒷받침된다. 파이낸셜투데이는 각 은행마다 현 은행장들의 지나온 발자취와 임기 동안의 경영 실적을 짚어봤다. (편집자주)

주성범(59) HB저축은행 대표는 국내 인수‧합병(M&A)시장에 잠재 매물로 거론돼 온 HB저축은행의 몸값을 띄우기 위해 건전성 관리와 수익성 확대의 과제를 마주하게 됐다. 초임 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을 털어내며 분기 흑자를 냈지만, 여전히 연체율, 자본비율 등 지표들의 개선 노력이 절실하다.

주 대표는 서울디지털대 부동산학과를 졸업하고 SC제일은행, 비케이자산관리대부(BK AMC)를 거쳐 2023년 12월 HB저축은행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SC제일은행에서 ▲고객컨택센터 부장 ▲리테일금융 리스크관리부 이사대우 ▲소매금융여신심사부 이사대우를 역임했다. 20년 이상 몸담았던 친정 SC제일은행을 떠나면서는 BK AMC 대표이사를 맡았다. 

대내외 어려운 금융환경 속에서 첫 임기를 지낸 그는 지난해 안정적으로 운용한 공로를 인정받아 연말 연임에 성공, 올해 12월까지 임기를 이어간다. HB저축은행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는 그에 대해 “금융업 실무와 관련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회사의 신규사업추진 및 회사 성장과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는 자격요건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 임기 9개월 만에 분기 적자 ‘탈출'

주 대표는 임기를 시작한 지 9개월 만에 분기 적자를 탈출하는 성과를 냈다. HB저축은행은 2023년 1분기(1~3월)부터 지난해 2분기(4~6월)까지 6개 분기 연속 적자가 누적됐다. HB저축은행 경영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7~9월) 당기순이익은 30억원이다. 

1년 전 282억원의 순손실을 떠안고 있던 HB저축은행은 지난해 하반기 들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그럼에도 누적 순손실이 248억원 규모여서 수익성 과제가 남았다. 이를 위해선 부실채권 상‧매각에 적극 나서야 한다. 

HB저축은행의 대출채권은 1조281억원(2022년)에서 1년 만에 8811억원(2023년)으로 감소했다. 이중 부동산 관련 채권은 총 2188억원(23.25%)으며, 업권별로 ▲건설업 267억원(2.84%) ▲부동산업 1289억원(13.70%) ▲PF 632억원(6.71%) 등으로 나타났다. 

전체 대출채권은 줄었지만, 부실채권(NPL)은 오히려 늘었다. HB저축은행 부실채권은 2022년 말 646억원에서 2023년 말 808억원으로 늘어 전체 대출채권의 1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실채권은 6개월 이상 연체된 여신이다.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5단계로 구분하는 여신 중 ▲회수의문 ▲추정손실 여신을 의미한다. 회수의문 채권은 286억원에서 203억원으로 줄었지만, 추정손실 채권은 360억원에서 605억원으로 두 배 가량 늘었다.

작년 3분기 기준 연체율은 11.07%이며, 이중 부동산 관련 연체율은 18.58%에 달했다. 업종별 연체율은 ▲건설업 10.3% ▲부동산업 21.0% ▲부동산PF 22.8% 등이다. 

자본건전성 지표도 악화했다. 3개월 이상 연체된 부실채무비율을 나타내는 고정이하여신비율은 낮을수록 긍정적인데, 지난해 3분기 말 16.08%로 전년 동기(12.47%) 대비 3.61%p(포인트) 치솟았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2022년 1분기 13.99%를 기록한 이후로 7개 분기 연속 두 자릿수에 맴돌고 있다.

다만, 모회사인 HB홀딩스그룹의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을 확충하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은 12.64%로 전년(14.47%)보다 1.83%p 감소했다. 

현행법상 요구되는 기준 8%지만 금감원은 이보다 2~3%p 높은 10~11%를 권고하고 있다. HB저축은행 BIS비율은 2022년 3분기 14.47%를 기록한 이후 지난해 상반기 11.53%로 최근 3년 중 최저치를 기록해 집중 관리가 요구됐다. 이후 유상증자 400억원 중 290억원을 자본금으로 인식하면서 지난해 3분기부터 개선세다. 

경영 지표 개선은 M&A 성사를 위한 필수 선행과제로 꼽힌다. 올해 부실채권을 털어내 연체율을 개선하고, 자본을 늘리는 등 노력이 동반돼야 한다. 주 대표는 올해 건전성 지표를 끌어올려 M&A 성공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 작업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파이낸셜투데이 신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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