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

2025년이 아직 한 달 반 정도 남았지만 투자자들의 시선은 올해 남은 기간보다는 내년으로 향하는 시기다. 내란 사태로 시작한 2025년은 트럼프 미 대통령이 취임하고 4월 전면적인 관세 조치를 발표하며 이전의 규범이 크게 흔들리고 매우 혼란스러운 뉴스들을 마주하며 보냈다. 표면적인 관세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경제는 완만한 둔화 국면을 보였고, 경제와 금융시장도 비교적 선방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렇다면 얼마 후 맞이하게 될 2026년 경제는 어떤 모습일까? 2025년과 달리 조금 더 편안한 마음으로 맞이할 수 있을까?

경제성장률 등을 기준으로 보면 크게 나쁘지 않은 수치들을 마주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경제성장률은 올해(2.8% 내외)와 비슷하거나 소폭(0.1%포인트) 둔화되는 데 그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2025년 낮은 성장(0.9%)에 따른 기저효과가 더해지며 1%대 중반으로 조금 높아질 전망이다. 주요 정부들의 경기 부양 노력이 지속되는 가운데 AI 등 미래를 선점하려는 경쟁적인 투자가 이어지며 성장률을 방어해 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확실한 상황은 개선되지 못할 것으로 보이며, 이로 인한 불안감과 금융시장 변동성 역시 여전히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2025년 미국이 대부분의 국가와 관세 협정을 마무리한다고 해서 관세 불확실성이 해소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관세 부과의 실질적인 부담은 2026년에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고, 2025년에 본 것처럼 트럼프 미 대통령은 국내 정치적 흐름의 변화에 따라 언제든지 갈등을 야기시킬 가능성이 높다. 조금 더 큰 그림에서 보면 미국과 중국을 두 진영으로 하는 분절화 흐름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고 더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 경제와 중요한 관계를 맺고 있는 미국과 중국을 조금 더 살펴보자. 미국 경제는 여러 우려에도 불구하고 2026년에도 2025년과 비슷한 수준의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높아진 미국 기업들의 생산성과 수익성으로 인해 투자 여력은 높은 상황을 지속하고 있고, 고용과 임금 조정은 완만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 경제 내부는 수치로 보이는 것보다 훨씬 혼란스러울 것이다. 관세 영향이 미국 소비자들에게 전가되는 것은 2025년보다 2026년에 더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기업들의 수익도 일부 IT 기업들이 주도함으로써 경기 자체의 양극화도 더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2026년 11월 중간선거가 예정되어 있는 만큼 정치적 갈등과 혼란도 더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 경제는 중국 정부가 강한 부양책을 지속적으로 발표하고 있고, 최근 AI나 전기자동차 등 미래산업에서 인상적인 성과를 내놓으며 일부에서는 기대감을 보이기도 하지만 둔화 흐름을 피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부동산 거품이 꺼진 지 4년이 지난 지금도 부동산 부문의 불안정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부동산 투자가 계속 위축되고 전반적인 신용 수요가 여전히 약세를 보이고 있으며, 경제가 부채 디플레이션 함정에 빠지면서 금융 안정성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제조업 수출이 2025년까지 지속적으로 성장을 촉진했지만, 이것이 어떻게 지속될 수 있을지 알기 어렵다. 미국과의 갈등이 쉽게 해소되지 않을 뿐 아니라 다른 나라들과의 마찰도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표면적으로는 2025년과 비슷한 수치를 보여주지만, 조금 더 깊이 들어가 보면 불확실성과 갈등이 여전히 높은 글로벌 경제의 현실은 우리나라 수출 경기와 연결된다. 2026년 수출 증가율은 1.0~1.5%포인트 정도 감소하며 둔화될 전망이다. 관세 영향이 본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부과된 상호관세에 따라 대미 수출 감소는 불가피하다. 여기에 품목관세도 연이어 매겨지며 연관 품목 수출 부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미국만큼 여전히 중요한 수출 시장인 중국 경기가 2025년보다 둔화된다면 이 지역 수출 역시 같은 비율로 둔화될 수밖에 없다. 다만 AI 투자 증가 등으로 호황이 이어지고 있는 반도체 수출이 전체 수출 증가율을 방어해 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뒤집어 보면 대부분의 산업에서 실제 수출 경기는 헤드라인 수치보다 좋지 않을 것임을 의미한다.

2026년 우리 경제의 성장률 반등 전망의 주된 동인은 2025년과 달리 내수 부문의 기여도가 반등할 것이라는 데 있다. 다만 여기에는 중요한 전제가 있다. 2025년 하반기만큼 정부의 적극적인 경기 부양 정책이 시행되어야 한다는 점인데, 정부의 경제 정책은 2026년에도 내수 부양적인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관세 영향이 본격화되고 수출 증가율이 둔화되는 환경, 부동산 투자 부진 문제 등의 필요성, 그리고 6월 지방선거라는 정치적 필요성 등을 감안하면 정부는 경기에 소극적인 정책보다는 적극적인 정책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소비는 2025년 1%대 중반에서 2026년 1%대 후반으로 성장률이 약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재정 지원이 합쳐진 소비 여력 증가와 금융 여건 완화 등에 기인한다. 건설투자 역시 기저효과에 더해 정부 재정 확대 및 부동산 공급 정책 등이 맞물려 마이너스 증가율은 벗어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설비투자는 수출 감소 및 주요 기업들의 대외투자 증가로 증가세가 소폭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

단, 내수가 정책에 대한 의존도가 큰 만큼 수치로 보이는 것보다 체감경기는 약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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