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국회의 특징 중 하나는 ‘고성(高聲)의 일상화’다. 거의 모든 상임위원회에서 일주일에 한두 차례 이상 고성이 오간다. 이렇듯 빈발하는 고성은 우리 정치의 양극화 현실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들어 고성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됐다. 고성이 단지 정치적 양극화의 상징이 아니라, 현재 국회에 대한 희망의 실마리가 될 수 있음을 발견한 것이다.본래 여당은 두 가지 역할을 균형 있게 수행해야 한다. 하나는 입법부의 일원으로서 정부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역할이며, 다른 하나는 대통령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는 외압 의혹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전후 맥락과 정황이 그렇다.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이 결재한 항소 건이 항소 시한 직전에 제동이 걸렸다. 중앙지검장은 ‘책임진다’며 사의를 표했고,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법무부의 의견을 참고했다’며 이진수 법무부 차관에게 들었다고 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신중하게 접근하라’는 의사만 밝혔다고 했고, 검찰총장 직무대행에 대한 수사지휘권은 행사되지 않았다. 장관의 수사지휘는 서면으로만 하게 되어 있기 때문에 이 말은 무리가 없다.일반적 사건에서도 항소 여부
2025년이 아직 한 달 반 정도 남았지만 투자자들의 시선은 올해 남은 기간보다는 내년으로 향하는 시기다. 내란 사태로 시작한 2025년은 트럼프 미 대통령이 취임하고 4월 전면적인 관세 조치를 발표하며 이전의 규범이 크게 흔들리고 매우 혼란스러운 뉴스들을 마주하며 보냈다. 표면적인 관세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경제는 완만한 둔화 국면을 보였고, 경제와 금융시장도 비교적 선방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렇다면 얼마 후 맞이하게 될 2026년 경제는 어떤 모습일까? 2025년과 달리 조금 더 편안한 마음으로 맞이할 수 있을까?경제성장
검찰이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 1심 판결에 항소를 포기하면서 정치권이 요동치고 있다.대장동 비리 사건은 이재명 대통령이 성남시장이던 2014~2015년 성남 분당구 대장동 일대 아파트 단지를 조성하는 택지 개발 사업 과정에서 민간 업자들과 시가 유착해 성남도시개발공사에 피해를 입혔다는 것이 골자다.검찰 수사팀 내부에서 “‘집단 반발’ 움직임까지 나왔다. 박재억 수원지검장을 비롯한 검사장 18명이 “항소 포기 경위와 법리 근거를 공개하라”며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에게 집단 요구했다. 전국 검사장들이 실명 집단행동에 나선 것은 전
“좀 허전하네요.”지난 4일, 대통령 이재명이 2026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 본회의장 연단에 오르며 던진 첫마디다. 텅 빈 국민의힘 의원석을 바라본 그 말은 단순한 감상이 아니었다. 오늘날 한국 정치의 현주소를 드러내는 자조이자, 국격(國格)의 추락을 보여주는 상징이었다.야당은 전날 의원총회를 열어 시정연설 불참을 결정했다. 전 당 대표 추경호에 대한 내란특검의 구속영장 청구를 “야당 탄압”으로 규정하고, 본회의장 대신 로텐더홀에 모여 상복 차림에 검은 마스크를 쓴 채 시위를 벌였다. 대통령이 등장하자 “꺼져라”, “범죄
김건희 씨는 지난 5일, 통일교 측으로부터 샤넬 백을 두 차례에 걸쳐 받은 사실을 처음으로 인정했다. 김 여사의 변호인단은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김 여사는 전성배 씨로부터 두 차례 가방 선물을 받은 사실을 인정한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통일교와 공모하거나 어떤 형태의 청탁·대가 관계도 없었으며, 그라프 목걸이 수수 사실 또한 명백히 부인한다”라고 주장했다.목걸이 수수 여부는 확정할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김건희 씨가 그간 거짓말을 해왔다는 점이다. 물론 이러한 거짓말은 법적으로 처벌 대상이 되지는 않는다. 일종의
지난해 불법계엄 이후 내란 우두머리 혐의와 특수공무집행방해죄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자신이 저지른 헌법 유린 행위에 대해 반성한다는 말은 들리지 않는다. 탄핵 국면에서 보여줬던 법꾸라지 행태만 반복될 뿐이다. 역사를 되돌린 반란 행위는 윤석열의 파면 이후 정상적으로 실시된 대통령 선거를 통해 민주주의는 복원되었다. 그러나 여야 관계는 또 다시 대립과 정쟁으로 얼룩지고 있다. 민주주의의 복원이란 말이 무색할 뿐이다. 물론 정상적인 민주주의에서 여야의 대립은 일상적이다. 그러나 여야의 대립은 정책과 정파적 이익을 둘러 싼 쟁투의
지난 10월 24일 발표된 한국갤럽의 자체 정례 여론조사(10월 21일부터 23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 면접 여론조사를 실시,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를 보면, 여권의 지지율은 전반적으로 상승했다. 이재명 대통령 국정 지지도는 직전 조사 대비 2%P. 상승했고, 민주당 지지율은 지난주 조사에 비해 4%P. 상승했다. 이런 결과만 놓고 보면, 현재 상황은 여권(與圈)에게 나쁘지 않은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조사
10월 미 FOMC가 마무리되며 이 결과가 우리 금통위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기사들이 나오고 있지만 우리나라 시장 참여자들이 보기에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은 거의 소멸된 듯하다. 8월 이후 금리 인하 시급성이 크게 낮아진 것으로 보여지기 때문이다.금리 인하 필요성이 크게 낮아진 것은 새정부 출범에 따른 안도감 및 기대와 함께 대규모 편성해 빠르게 집행된 추경의 영향에 기인한다. 상반기 대비 체감 경기지표와 실물 경제지표를 뚜렷하게 반등시켰기 때문이다.최근 발표된 3분기 우리나라 GDP 속보치는 이를 종합적으로 확인해 준다.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방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가졌다. 두 정상의 만남은 지난 8월 25일 워싱턴 D.C. 회담 이후 두 달 만이다.이번 정상회담에서 핵심 의제였던 관세 협상이 타결됐다. 자동차 및 부품 관세는 15%로 인하하고, 상호 관세는 15%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반도체 관세는 대만 대비 불리하지 않은 수준으로 조정하기로 했다. 총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에도 합의했는 데 현금 투자 2000억 달러, 조선업 협력 1500억 달러
정부가 치솟는 집값을 잡겠다며 내놓은 ‘10·15 부동산 대책’. 정치권이 들끓고 있다.국민의힘은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향해 “내로남불의 끝판왕”이라며 포화를 퍼붓고 있다.당 대표 장동혁은 “국민에게 주거지옥을 강요하는 이재명 정권의 폭주를 반드시 막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정작 여당 인사들은 갭투자의 사다리를 밟아 부를 쌓았다”며 “‘나는 되고 너는 안 된다’는 식으로 국민을 윽박지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논란을 빚은 이상경 전 국토부 차관 배우자의 ‘갭투자’ 사건도 그의 입에서 다시 소환됐다.장동혁은 또 자
국정감사의 핫 이슈는 단연 ‘조희대 증인’ 출석과 증언 여부였다. 조 대법원장은 ‘관례’에 따라 증인 선서를 하지 않았고, 여당이 제기한 파기환송 관련 질문에 답변하지 않았다. 국감 말미에 원론적 입장만 밝혔을 뿐이다. 조 대법원장의 지난 5월 1일의 파기환송은 여전히 베일에 가려있다. 이 문제를 확인하지 않고 ‘내란 종식’은 언감생심이다. 대법원장 관련 이슈는 사법개혁과 맞물려 있고, 조 대법원장의 사퇴 찬성 여론이 높은 상황이지만 여당으로서 부담을 느낄 수 있다. 조 대법원장 관련 이슈가 민심에 어떻게 작용할지도 가변적이다. 지
환잉꽝린(欢迎光临)! “어서 오세요”, “환영합니다”라는 뜻을 가진 중국말이다. 명동을 비롯한 한국의 주요 관광지와 상점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낯익은 표현이다.그리고 역시 중국어인 짜이찌엔(再见)은 “안녕히 가세요”, 또는 “또 만납시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단어다. 단순한 인사말이지만 요즘 이 두 단어가 그 어느 때보다 무겁게 다가온다.지난달 29일부터 3인 이상 중국인 단체관광객에 대한 무비자 입국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국경절과 추석 연휴가 겹치면서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졌고, 관광·유통업계는 모처럼 활
이재명 정부 첫 국정감사가 진행되고 있다.여야는 조희대 대법원장과 김현지 대통령실 부속실장의 국감 출석을 둘러싸고 첨예하게 대립했다. 조 대법원장은 1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했다. 민주당이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사건 파기 환송과 관련해 답변을 요구하며 조 대법원장을 증인으로 출석할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 대법원장은 인사말에서 “재판을 이유로 법관을 증언대에 세우면 헌법과 양심에 따른 재판이 위축된다”고 밝힌 뒤 증언을 거부했다.이후 국감장은 답변 거부·고성·설전으로 난장판이 됐다. 이유 여하를 막론
추석 연휴 내내 여론의 중심에 선 것은 이재명 대통령 부부의 예능 프로그램 출연 논란이었다.국민의힘은 “냉장고를 부탁하는 것보다 국민을 부탁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국가 전산망이 마비된 시기에 대통령은 예능에서 ‘이재명 피자’를 먹으며 웃고 있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재명 대통령의 48시간 행적은 거짓이었다. 거짓 위에 또 거짓을 덮다가 결국 지난 4일 녹화 사실을 시인했다”라고 주장했고, 이로 인해 민주당으로부터 고발당하기까지 했다.반면 더불어민주당은 “해당 출연은 K
최근 주식시장은 기록적인 강세를 시현 중이다. 급등에 따른 가격 부담도 있고 트럼프 대통령의 변덕으로 인한 굴곡에도 코스피가 3600포인트를 유지하며 강세를 보이는 것은 시장 참여자들의 기대가 그만큼 강하다는 방증이다.올해 6월 이후 주식시장의 상승은 새 정부 정책을 마중물로 경기와 실적의 반등을 기대하는 심리에서 출발했고 실제 경제지표도 이전보다 개선되는 흐름을 보였다. 하지만 주가 상승세가 가팔라지며 경기 흐름이 주가를 따라가지 못하는 모습이 보이고 최근 들어서는 경기 흐름에 불안감이 비치기 시작하고 있다.이달 초 발표된 우리나
한국정치의 특징 중 하나가 당정 협의라는 관행적 기구다. 이는 대통령실과 집권당과의 관계와도 연결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수평적 당정관계나 수직적 당정관계는 집권세력 내부의 권력지형은 물론 국정운영의 패턴을 결정짓고 나아가서 차기 권력의 향배와도 함수관계를 갖는다.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 추이가 연 2,3주 하락세다. 미국과의 관세협상이나 물가, 부동산 가격 등이 순조롭지 않지만 이를 여권의 지지율 하락의 원인으로 분석하는 것은 논리적 정합성이 떨어진다. 그렇다면 이 원인은 뭘까. 민주당의 지도부와 추미애 법사위원장을
9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금리를 25bp(0.25%p) 인하했다.금리 인하는 단행됐지만 이미 시장은 9월 금리 인하를 거의 100% 반영하고 있었고, 금리 결정 직후 파월 연준 의장의 기자회견이 기대보다 매파적으로 해석되면서 미국 금리는 상승하고 주가는 하락했다.이후에도 혼란스러운 상황은 이어지고 있다. 2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 확정치를 비롯한 경제지표가 예상치를 웃돌며 쉽게 식지 않는 미국 경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이달 연준의 FOMC는 혼란스러웠다. 금리를 인하하
더불어민주당과 대법원의 공방이 점입가경이다. 민주당 대표 정청래가 최근 불거진 대법원장 조희대(曺喜大)의 ‘한덕수 회동’ 의혹을 두고 사퇴는 물론 특검 수사까지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자 조희대는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정청래는 “존경받아야 할 사법부의 수장이 정치적 편향성과 알 수 없는 의혹 제기 때문에 사퇴 요구가 있는 만큼 대법원장의 직무를 계속 수행하기에는 매우 부적절해 보인다”고 말했다.정청래는 조희대에 대한 내란 특검 수사가 필요하다고도 주장했다.전날 민주당 의원 부승찬은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전 대통령 윤석열 파면 직후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논쟁적인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이 대통령은 미국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 3500억 달러의 대미 투자를 둘러싼 한미 관세 협상과 관련해 “미국 측의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였다면 저는 탄핵당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 협상팀에게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해 달라고 요청했다.이재명 대통령은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도 한국의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에 대한 상업적 타당성 보장 문제로 미국과의 이견이 있다고 설명했다. “통화 스와프 없이 미국이 요구하는 방식으로 3500억 달러를 인출해 전액 현금으로 투자한다
국민주권정부는 이재명 정부가 표방하는 가치다. 이는 대한민국 헌법 제1조에 명시되어 있는 조항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이는 대한민국의 국체와 지향을 명징하게 보여준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11일 이 대통령의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선출권력이 임명권력에 우선한다’는 말은 맞는 말이다. 그런데 헌법 정신은 선출권력과 임명권력의 차이를 넘어서 입법·행정·사법의 세 부서의 상호 견제와 감시·균형을 담고 있다.국회 법사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이 사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