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위, 임시주총 소집 절차 착수…“전문경영인 체제 도입해야”
서정진 회장 ‘짐펜트라’ 매출 목표 번복…1조→3500억 조정 논란
서준석 북미 법인장 책임론 부상…미국 시장 성과 기대 미달 지적
주가 박스권 속 오너 지분 증가…소액주주 “지배력 강화 의혹” 제기
셀트리온이 한미 관세 협상으로 대외 리스크를 일단락했지만 이번에는 소액주주의 반발에 부딪쳤다. 소액주주 비상대책위원회는 수년째 박스권에 머무르는 주가를 문제 삼으며 전문경영인 도입을 적극 요청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셀트리온의 북미 사업을 이끄는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의 차남인 서준석 북미 법인장도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액주주 “경영진이 주가 부진 초래...임시주총으로 책임 묻겠다”
18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그룹 소액주주들이 결성한 셀트리온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임시 주주총회 소집 절차에 본격 착수했다. 비대위는 주식 수거와 주주명부 대조 작업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임시주총 소집 절차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비대위는 “2021년 11월 기준 18만9055원 선이었던 셀트리온 주가가 현재까지 18만9700원에 머무르고 있다”며 “경영진이 자사주 소각 약속을 이행하지 못하고 실적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서정진 회장과 서준석 미국 법인장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셀트리온 소액주주들은 주가가 수년째 박스권(주가가 일정 범위 내에서 오르지 못하는 상황)에 머무는 것은 단순한 시장 상황이 아닌 경영진의 문제라고 주장한다. 경영진이 실적 목표를 과도하게 제시하고 이를 달성하지 못해 공매도 세력에 빌미를 제공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최근 3개월간 코스피 지수가 30% 가까이 상승했으나 셀트리온 주가는 16만~18만 원 선을 벗어나지 못했다. 여기에 외국인 투자자와 기관의 지속적인 매도세가 겹치며 주가 상승을 발목 잡았다. 지난 2월부터 외국인은 380만주, 기관은 310만주, 개인은 200만주를 순매도했다. 시가총액 순위도 밀리면서 셀트리온의 유가증권시장 내 시총 순위는 지난 5월 10위에서 11월에는 14위로 낮아졌다.
◆비대위 “서정진, 습관적 매출 목표 번복해 신뢰 훼손”
비대위는 서정진 회장의 ‘짐펜트라’ 매출 목표 번복도 문제로 지적한다. 짐펜트라는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로 미국에서 지난해 3월부터 판매되고 있다.
서정진 회장은 지난해 3월 짐펜트라 매출 전망치를 1조원으로 제시했으나 같은 해 11월 홍콩 투자자 대상 기업설명회에서 7000억원, 이후에는 3500억원으로 낮췄다. 매출 목표가 절반 이하로 조정되자 서정진 회장은 “유통 구조 판단 착오”라고 설명했지만 주주들의 불만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비대위 측은 “셀트리온에는 오너 일가가 아닌 전문 경영인 체제가 도입돼 주주와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스권 주가에도 오너 일가 지분 늘려”
셀트리온 일부 주주들 사이에서는 주가가 부진한 상황에서 오너 일가 및 우호 지분이 10%포인트 가까이 증가한 점을 지적한다. “주가를 고의로 낮춰 지배력 강화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된다.
이에 비대위는 임시주총을 통해 이사회 견제 기능 복원과 경영 투명성 제고를 강력히 요구할 계획이다. 집중투표제를 도입해 소액주주의 표를 집중시켜 소수 주주 대표 이사를 선임한다는 목표다. 동시에 보유 자사주의 100% 소각과 계열사 분할 상장 제한 조항도 신설한다.
◆서준석 북미 법인장, 미국 성과 부진으로 책임론 부상
셀트리온이 글로벌 사업의 승부처로 삼고 있는 북미 시장에서도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에 셀트리온 북미·미국 법인의 책임자인 서준석 본부장의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서준석 법인장은 1987년생으로 서진석 셀트리온 이사회 의장의 동생이다. 서준석 법인장은 인하대 생물공학과 졸업 후 2017년 셀트리온에 입사했다. 제품개발본부를 거친 후 셀트리온헬스케어 이사회에 합류했다. 2022년에는 셀트리온헬스케어 캐나다 법인장과 셀트리온USA(셀트리온 미국 법인) CEO로 선임됐다.
셀트리온USA는 상업화 조직을 구축하고 2023년 2월 최고사업책임자(COO)로 글로벌 제약사 암젠, 화이자 등에서 영업 및 마케팅을 수행한 토마스 누스비켈을 영입했다. 또 미국 내 관세·제조 리스크 해소를 위해 뉴저지 브랜치버그의 일라이 릴리 생산시설 인수를 추진해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 사전신고사무국(PNO) 기업결합 심사 절차를 마쳤다.
이를 기반으로 셀트리온은 북미 지역 직접 판매 체계 강화, 미국 신약 상업화, 현지 생산 인프라 확보 등 구조적 투자에 나섰다.
◆“북미 사업 성공과 소액주주 신뢰 회복 관건”
그러나 짐펜트라의 시장 안착이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하면서 성과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북미 사업의 실제 실적이 주주 신뢰와 직결되는 만큼 서준석 법인장에 대한 비판도 점차 커지는 분위기다.
셀트리온 내부에서는 북미 법인의 조직 정비와 생산기지 확보 시도 자체는 의미 있는 진전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인프라 구축보다 실제 매출과 시장 점유율 확대를 더 중시하고 있어 현재로서는 경영진이 주주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업계 전문가들은 셀트리온의 짐펜트라 보험 등재 확대, 유통 파트너 확충, 현지 생산 인프라 구축 여부 등이 실적과 주가 상승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북미 지역은 글로벌 바이오 시장에서 매출 변동성이 큰 만큼, 성공 여부가 그룹 전체 가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이번 소액주주 움직임이 단순한 반발을 넘어 셀트리온의 지배구조 변화를 촉구하는 전환점이 될 가능성도 있다”며 “임시주총에서 소액주주들의 표심이 결집될 경우, 셀트리온 내부 의사결정 구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한편 셀트리온은 최근 자사주를 꾸준히 매입·소각하고 있다. 셀트리온홀딩스의 올해 누적 셀트리온 주식 매입 규모는 총 8741억원에 달한다. 자회사 셀트리온은 올해 9차례에 걸쳐 약 8500억원어치의 자사주를 매입했고 약 9000억원어치 자사주를 소각했다. 서정진 회장도 지난 7월 약 500억원, 계열사인 셀트리온스킨큐어가 약 500억원 규모로 셀트리온 주식을 매입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신용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