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허전하네요.”지난 4일, 대통령 이재명이 2026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 본회의장 연단에 오르며 던진 첫마디다. 텅 빈 국민의힘 의원석을 바라본 그 말은 단순한 감상이 아니었다. 오늘날 한국 정치의 현주소를 드러내는 자조이자, 국격(國格)의 추락을 보여주는 상징이었다.야당은 전날 의원총회를 열어 시정연설 불참을 결정했다. 전 당 대표 추경호에 대한 내란특검의 구속영장 청구를 “야당 탄압”으로 규정하고, 본회의장 대신 로텐더홀에 모여 상복 차림에 검은 마스크를 쓴 채 시위를 벌였다. 대통령이 등장하자 “꺼져라”, “범죄
정부가 치솟는 집값을 잡겠다며 내놓은 ‘10·15 부동산 대책’. 정치권이 들끓고 있다.국민의힘은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향해 “내로남불의 끝판왕”이라며 포화를 퍼붓고 있다.당 대표 장동혁은 “국민에게 주거지옥을 강요하는 이재명 정권의 폭주를 반드시 막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정작 여당 인사들은 갭투자의 사다리를 밟아 부를 쌓았다”며 “‘나는 되고 너는 안 된다’는 식으로 국민을 윽박지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논란을 빚은 이상경 전 국토부 차관 배우자의 ‘갭투자’ 사건도 그의 입에서 다시 소환됐다.장동혁은 또 자
환잉꽝린(欢迎光临)! “어서 오세요”, “환영합니다”라는 뜻을 가진 중국말이다. 명동을 비롯한 한국의 주요 관광지와 상점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낯익은 표현이다.그리고 역시 중국어인 짜이찌엔(再见)은 “안녕히 가세요”, 또는 “또 만납시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단어다. 단순한 인사말이지만 요즘 이 두 단어가 그 어느 때보다 무겁게 다가온다.지난달 29일부터 3인 이상 중국인 단체관광객에 대한 무비자 입국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국경절과 추석 연휴가 겹치면서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졌고, 관광·유통업계는 모처럼 활
더불어민주당과 대법원의 공방이 점입가경이다. 민주당 대표 정청래가 최근 불거진 대법원장 조희대(曺喜大)의 ‘한덕수 회동’ 의혹을 두고 사퇴는 물론 특검 수사까지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자 조희대는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정청래는 “존경받아야 할 사법부의 수장이 정치적 편향성과 알 수 없는 의혹 제기 때문에 사퇴 요구가 있는 만큼 대법원장의 직무를 계속 수행하기에는 매우 부적절해 보인다”고 말했다.정청래는 조희대에 대한 내란 특검 수사가 필요하다고도 주장했다.전날 민주당 의원 부승찬은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전 대통령 윤석열 파면 직후
인간으로 쳐도 결코 장수했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출범 70여 년 만에 검찰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이 정권 저 정권을 거치면서 그간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것이 검찰이다.검찰은 지금까지 정부 형사사법시스템의 핵심 기관이었다. 수사와 기소를 한 손에 쥐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러 왔다.정부와 여당은 7일 고위 당·정·대 협의회를 열고, 검찰청을 해체하는 내용의 정부조직 개편안을 확정·발표했다. 개편안이 오는 2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검찰청은 1년 유예기간이 끝나는 내년 9월 완전히 폐지된다. 1954년 형사소송법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건진법사 집에서 나온 관봉권 띠지가 없어졌다. 서울남부지검이 지난해 12월 건진법사 전성배 집에서 발견한 관봉권 띠지 등 핵심 증거를 ‘분실’한 사건이 일어났다.건진법사가 누구던가. 김건희 국정농단의 중심에 있는 인물이다. 그와 윤석열 일가의 연결고리가 될 관봉권의 정체를 설명할 증거가 사라진 것이다.이 관봉권(官封券)은 윤석열 취임 직후인 2022년 5월 13일 한국은행이 검수한 것이어서, 출처가 대통령실로 의심을 받던 돈이다. 윤석열이 취임한 3일 뒤 한국은행에서 나온 돈. 한마디로 ‘냄새
전직 대통령 부부가 동시에 감옥에 갇히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어쩌다 이 나라가 이렇게 됐는가. 실로 민망하기 그지없다.돌이켜 보면 윤석열 부부는 그동안 욕먹을 짓들만 골라 했다.지난 7일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의 출정과장실. 수의를 입은 전 대통령 윤석열이 바퀴 달린 의자에 주저앉았다. 체포영장을 집행하러 간 김건희 특검팀 앞에서 “조사받으러 가지 않겠다”며 버티기에 들어간 것. 그러자 구치소 기동순찰팀 등 10여 명이 특검의 지휘에 따라 윤석열이 앉아 있는 의자를 들어 바깥으로 데려가려고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윤석열이
소탐대실(小貪大失). 작은 것을 탐하다가 큰 것을 잃어버린다는 의미로, 짧은 이득에 집착하다가 장기적 손해를 보는 어리석은 행동을 경계해야 한다는 고사성어다. 눈앞의 유혹에 빠져서, 아직 드러나지 않은 가치를 놓쳐버리는 것으로 큰 그림을 볼 줄 아는 안목을 기를 것을 강조하는 말이기도 하다.춘추전국시대에 진나라 혜왕은 촉나라를 정복하려 했지만, 촉으로 가는 길이 없어 직접 공격하기 어려웠다. 혜왕은 촉왕의 욕심을 이용하기로 하고, 보물과 비단으로 가득 찬 옥우(玉牛) 조각상을 우호 차원으로 선물한다는 소문을 퍼뜨렸다.촉왕은 진나라의
국민의힘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국민의힘을 ‘국민의짐’이라고 경멸한다. 국민들에게 힘이 되는 정당이 아니라 나라와 국민에게 짐이 되는 집단이라는 것이다. 국힘과 관련해 많은 것을 시사하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10일 발표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국민의힘의 정당 지지율은 19%를 기록했다. 국민의힘이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기던 지지율이 20%마저 무너진 것이다. 7~9일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전화면접 방식으로 진행한 이번 조사에서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45%)에
선거가 끝난 지 벌써 20여 일이 지났다. 이제 모두들 흥분을 가라앉히고 일상으로 되돌아온 듯하다.대통령 이재명이 잘하고 있다. 지지율도 상승하고 있다. “이제부터 진짜 대한민국”이라는 구호가 그럴듯하다. 나라가 돌아가는 것 같다. 이민가겠다는 사람 대신 ‘아! 대한민국’을 외치는 국민들이 늘었다. 민초들의 손으로 민주주의를 지켰다는 자부심도 그 어느 때보다 높은 것 같다. 차창 밖 풍경이 억지스럽지 않고 평화스럽다.그런가 하면, 이른바 친윤(親尹)들은 아직도 ‘바보들의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어쩌자는 건가. 역사의 발전은 진보와
“경호고 나발이고 내가 거기 가면 죽는다 했는데, 본인 같으면 죽는다 하면 가나? 청와대 뒷산인 백악산은 좌로 머리가 꺾여 있고, 북한산은 오른쪽으로 꺾여 있다니까.”지난해 11월 8일 더불어민주당이 공개한 명태균의 녹음 파일에 따르면, 그는 2022년 3월 대선 직후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에게 “청와대로 들어가면 죽는다”는 조언을 한 것으로 보인다.당시 대통령 윤석열 부부가 청와대에서 단 하루도 머물지 않으려 한다는 것은 여러 매체를 통해 확인됐었다. 윤석열은 대통령 당선 뒤 닷새 만인 3월 15일 애초 광화문 정부서울청사로
얼마전 본란 칼럼에서 필자는 무식한 사람이 신념을 가지면 위험하다고 썼다. 요즈음 널리 회자되고 있는 ‘확증편향’이란 것도 그런 범주에 속하지 않을까 싶다. 확증편향 때문에 범죄가 이루어 졌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정신적 장애 때문에 일어난 일인 만큼 죄인은 감옥이 아니라 우선 정신병동에 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우스갯소리가 아니다.윤석열이 21일 서울 메가박스 동대문에서 다큐멘터리 영화 를 관람했다. 지난달 대통령직에서 파면된 이후 첫 공개 행보로, 대선을 불과 10여 일 앞둔 시점에 부정선거를 주장
다들 쿠데타라고 했다. 안철수도 그랬고 홍준표, 한동훈도 그랬다. 이게 무슨 일이냐고, 창피하다고 했다. 국민의힘 밖에서도 “국민의힘 친윤 지도부가 무리하게 김문수 후보를 끌어내리고 당원도 아닌 한덕수 무소속 예비 후보를 당 대선 후보로 교체하는 것은 정당 민주주의와 상식을 버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국힘 지도부가 주도한 대선 후보 강제 교체는 지난 10일 전 당원 투표에서 반대가 찬성을 앞서면서 최종 무산됐다. 김 후보를 주저앉히고 한덕수 전 국무총리를 입당시켜 하루 만에 새 후보로 세우려던 시도가 막판에 수포로 돌아간 것이다.
민주당이 전 대표 이재명을 대선후보로 선출한데 이어 21대 대통령선거대책본부를 출범시켰다. 윤석열 파면에 따른 차기 대통령 선거가 본격적으로 개막된 것이다.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이재명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국민 눈높이에서 국민 목소리를 듣고 함께 나아가겠다”며 “이제부터 진정한 국민통합을 시작할 것”이라는 각오를 밝혔다. 그는 “더 이상 지난 과거나 이념, 사상, 진영에 얽매여 분열과 갈등을 반복할 여유도 시간도 없다”면서 “지금 대한민국은 세계를 선도하는 국가로 우뚝 설 것인지
배구 선수 김연경의 피날레가 아름다웠다. 스포츠 기자(sports writer)들은 그를 ‘배구의 여제(女帝)’라 칭송하는데 주저함이 없었다.김연경은 지난 8일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챔피언 결정 5차전에서 소속팀 흥국생명의 통합우승을 확정했다. 챔프전 MVP로도 뽑혔다.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는 김연경은 16년 만에 V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고 그의 선수 생활을 화려하게 마감했다.정규리그 1위로 챔프전에 오른 흥국생명과 정관장의 대결은 영화보다 더 극적인 승부였다고 한다. 최종 전적 3승 2패. 김연경은 30대 후반 은퇴를
말은 소리가 규격화되고 제도화된 것이다. 즉, 소리-음이 기호화돼 뜻을 가진 것이다. 언어도단(言語道斷)이나 어불성설(語不成說)이란 쉽게 얘기해서 ‘말이 안되는 소리’란 뜻이다. 그 ‘말도 안되는 소리’들이 난무하고 있다. 말을 보면 사람을 안다고 했던가. 계엄 이후 사람들의 진면목이 하나하나 드러나고 있다. 그의 인격, 정신세계, 가치관, 정의감 혹은 도덕까지. 어설픈 말 몇 마디로 ‘대중’을 현혹하고 가시있는 소리들로 세상을 협박하고 있다. 무뇌 수준의 ‘국개의원’이 있고 법꾸라지가 있으며 사이비 종교인도 있다. 곡학아세하는 교
법원의 구속 취소로 석방된 대통령 윤석열이 지난 8일 한남동 관저로 복귀했다. 그는 구치소 정문 앞에 모인 지지자들을 향해 90도로 인사를 하고 손을 흔들거나 주먹을 들어 올리며 호기를 보였다. 윤석열은 관저 도착 후 반갑게 꼬리치는 ‘개들’을 하나하나 껴안아 줬다고 한다.윤석열 지지자들은 환호했다. 속이 터진 건 탄핵 지지, 윤석열 파면을 외쳐온 국민들.탄핵 반대 집회에선 윤석열의 웃음 섞인 ‘석방 인사’를 보면서 환호성이 터져 나온 반면, 탄핵 찬성 집회에선 단식투쟁 결의가 나왔다.전광훈이 이끄는 자유통일당 서울 광화문 광장의
한동훈이 돌아왔다. 국민의힘 당대표직을 물러난 지 두 달 만이다. 한동훈은 지난주 자신의 저서 를 들고 여의도에 돌아왔다. 그동안 많은 성찰을 하고 여러 ‘현인’들도 만났다고 했다.책 예매에 들어간 출판사는 “이 책에는 계엄의 바다를 건너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는, 한동훈의 국민을 위한 ‘선택’과 ‘생각’이 오롯이 담겨 있다”고 밝혔다.출판사는 “한 전 대표는 이성과 합리, 상식과 국민의 눈높이를 중시하는 자유민주주의자다. 주체적 결정권을 가진 동료 시민들의 주인의식과 가치 연대를 통한 공화주의가 사
거짓이 또 다른 거짓을 낳고, 죄가 또 다른 죄를 불러들이는 형국이다. 대통령 윤석열의 탄핵재판이 진행되면서 우리 사회는 진영으로 나뉘어 서로가 서로를 적대시하는 등 국가 내분 상태를 연출하고 있다. 계엄도 문제지만 그 이후가 더 문제가 되고 있다. 나라를 어디로 끌고 가려고 이러는가.탄핵을 찬성하거나 반대할 수는 있다. 그러나 국민을 분열시켜 내란상태를 만들어서는 안되지 않겠는가.윤석열은 지난 1월 1일 대통령 관저 앞에 모여 자신의 탄핵과 체포에 반대하는 집회를 연 지지자들에게 편지를 전했다.편지는 “추운 날씨에도 이 나라의 자
(The Good, the Bad. and the Weird)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송강호, 이병헌, 정우성 등이 출연했던 영화로 2008년에 개봉했다. 1930년대, 다양한 인종이 뒤엉키고 총칼이 난무하는 무법천지 만주의 축소판 제국 열차에서 각자 다른 방식으로 격동기를 살아가는 조선의 풍운아, 세 명의 남자 얘기를 그린 영화다. 제목이 재미있어 기억에 남는 영화다.정치는 ‘말의 예술’이라고 한다. 그래서 ‘말의 성찬(盛饌)’이라는 말도 생겼다. 대통령 윤석열의 탄핵이 진행되면서 우리 정치권에는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대통령 윤석열 탄핵안이 표결 처리됐을 때다. 국민의힘 의원 김재섭이 같은 당 선배 의원 윤상현에게 물었다. “형, 나 지역에서 (윤석열 탄핵 반대했다고) 엄청나게 욕먹는데 어떻게 해야 돼?” 그러자 윤상현이 답했다. “재섭아, 나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앞장서서 반대해서 그때 욕 많이 먹었다” “그런데 1년 뒤에는 다 ‘윤상현 의리 있어 좋다’면서 그다음에 무소속 가도 다 찍어주더라”이게 무슨 소리인가. 야당이 일제히 윤상현의 발언을 강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이언주는 “국민을 개·돼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