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궁 전 CJB청주방송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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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이 돌아왔다. 국민의힘 당대표직을 물러난 지 두 달 만이다. 한동훈은 지난주 자신의 저서 <한동훈의 선택-국민이 먼저입니다>를 들고 여의도에 돌아왔다. 그동안 많은 성찰을 하고 여러 ‘현인’들도 만났다고 했다.

책 예매에 들어간 출판사는 “이 책에는 계엄의 바다를 건너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는, 한동훈의 국민을 위한 ‘선택’과 ‘생각’이 오롯이 담겨 있다”고 밝혔다.

출판사는 “한 전 대표는 이성과 합리, 상식과 국민의 눈높이를 중시하는 자유민주주의자다. 주체적 결정권을 가진 동료 시민들의 주인의식과 가치 연대를 통한 공화주의가 사회 발전의 핵심 요소라고 믿는다”며 “보수주의자답게 원칙과 책임을 강조하며 법질서 확립과 격차 해소에 진심”이라고 했다.

권위주의 타파, 구태 정치 개혁 등의 한국 정치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는 소개도 있다.

한동훈은 대통령 윤석열의 비상계엄에 반대했다.

윤석열이 비상계엄령을 선포한 직후, 한동훈은 당내 긴급 회의를 소집하고 “계엄령이 헌정 질서와 국민의 자유를 위협할 가능성이 크다”며 강경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한동훈은 당사에서 기자회견도 갖고, “국민들과 함께 계엄을 막아내겠다”며 “국회와 국민이 대통령의 결정을 견제할 수 있어야 한다. 이번 계엄령은 국민의 기본권과 민주주의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군경에게도 “반헌법적 계엄에 동조하고 부역해서는 절대 안 된다”고 호소했다.

또한 “이 사안은 정당 간의 대립이 아닌, 헌법 수호와 민주주의 보호가 핵심”이라며 계엄 해제에도 힘을 보탰다.

언론은 12월 3일 계엄의 밤에 검사 출신 한동훈은 비로소 정치인 한동훈으로 거듭났다고 평가했다.

“여당 대표가 대통령이 선언한 비상계엄에 대해서 곧바로 그것을 ‘안 된다’라고 치고 나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한 전 대표가 국민과 함께 맞서겠다는 결기를 보이면서 유혈 사태를 막았다”는 게 국힘 전 최고위원 김종혁의 평가다.

한동훈이 정치권에 돌아오자(사실상) 국민의힘 내 ‘친윤’의 견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첫 타자는 윤상현. 그는 한동훈이 그간의 침묵을 깨고 정치 재개 움직임을 보이자 “지금은 한 전 대표의 시간이 아니다”라며 그가 지금 나서면 당에 혼란을 불러올 뿐이라고 말했다.

또 “조금씩 기력을 회복해 가는 당에 무거운 짐을 하나 더 얹는 결과를 가져올 뿐”이라며 탄핵 인용이라는 잘못된 신호를 국민께 줄 수 있고 대통령의 시간을 빼앗는 것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무거운 짐’이라니 누가 누구에게 하는 말인가.

당 중진 김기현과 김재원도 가세했다. 김기현은 “장수는 진퇴가 분명해야 한다”면서 “나아갈 때와 물러설 때를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김재원은 “아버지가 돌아가시기도 전에 제사상을 차렸다”면서 윤석열 탄핵 재판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성급한 행동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여권 내 대선후보 지지율 1위라는 고용노동부장관 김문수는 속내를 감춘 채 한동훈은 ‘장점이 많은 사람’이라며 짐짓 여유있는 태도를 보였다. 반열이 다른 아랫사람 취급을 하는 듯한 말투다.

김종혁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지난 두 달 내내 앞뒤 안 맞는 주장을 하며 한 대표를 공격하던 당내 기득권 정치인들, 아니나 다를까 왜 나오냐면서 펄펄 뛴다”고 못마땅해 하며 “새로운 정치, 변화와 쇄신의 바람, 시대를 바꾸자는 열망이 불어닥치는 게 싫어서 그러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분당의 서막을 보는 느낌이랄까. 어쨌든 윤석열 탄핵이 인용될 경우 펼쳐질 조기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태풍전야의 바다 같이 작지만 큰 무게로 꿈틀대고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소위 ‘깜’도 안되는 인사들이 ‘과포’(過包)된 대중 지지도를 들고 대선판을 기웃거리는 상황에서 한동훈은 단연 비교되는 인물이다. 되돌아볼 필요 없는 그의 족적이 그렇다. 굳이 하나만 얘기하자면 바로 앞서 언급한 ‘비상계엄 반대’다. 보수도 아닌 보수, 정의를 외면한채 불의에 동조하는 ‘구악’(舊惡) 기득권과는 달랐다. 합리적이고 때가 묻지 않았다는 평가가 따른다.

보수의 원로라는 조갑제의 시각. “대통령 선거는 명분이다. 당선 가능성은 차치하고 어떤 사람이 후보로 돼야 하느냐 하면 그건 역사적 흐름에 순응한 사람이 돼야 한다. 윤석열의 계엄과 윤석열의 부정선거 음모론에 반대하는 사람이 대통령 후보에 나와야 한다”

“이번에 윤석열 때문에 보수가 나라의 주인이라는 말을 할 수 없게 됐다. 그래도 계엄은 안 된다, 음모론에 안 넘어간다는 중도 세력이 있다. 이런 중도와 합리적 보수가 합쳐지면 한 50% 된다. 이게 위기이기도 하지만 기회이기도 하다”

그는 한동훈과 이준석을 높이 평가했다. 특히 한동훈에 대해 “저도 강력하게 정치 검사는 종북 세력만큼 문제다, 정치 검사가 정치하는 거 난 반대다라고 했는데 이분이 작년 12월 3일날 역사적인 순간에서 역사가 부여하는 사명을 수행했다”고 높은 점수를 줬다.

조갑제는 “그거는 아주 역사적 역할이다. 그래서 그걸로 정치 검사 한동훈 전 대표의 경우에 정치 검사니까 안 된다는 말을 이제 안 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조선제일검’ 소리를 들었던 한동훈은 자신의 책에서 21년 검사 경력을 드러내지 않았다. 심모원려(深謀遠慮)였을 것이다. 누가 ‘검사’라는 직업을 이리 감추고 싶은 직업으로 만들었는지는 다들 알고 있다.

팔순의 노 언론인은 한동훈 대표가 아주 신속하게 역사적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결단을 해서 국민의힘을 살린 거란 얘기도 했다. 그때 만약 한동훈이 지금 권영세처럼 행동했다면 지금 국민의힘이 내란 비호 당으로 몰려가지고 정당 해산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지 않겠느냐는 설명이다. JTBC 유튜브 〈장르만 여의도〉에 출연해 내놓은 시국진단이다.

그렇다면 한동훈의 성공조건은 뭘까?

우선 이른바 ‘아스팔트’ 극우와 단절해야 한다. 엉터리 지지 세력을 가까이 하면 미래가 없다. 얼굴만 깎일 뿐이다. 합리적 중도가 외면할 것이다. 이성적인 보수, 정의롭고 애국적인 새 정치인의 이미지를 구축해야 한다. 후배격인 초선 김상욱이 돋보인다.

윤석열식, 국힘식 정치싸움도 철저하게 지양해야 한다. 지난 총선에서 그가 보여준 모습은 그렇게 신선해 보이지 않았다. 삿대질인지 어퍼컷인지, 보기에 따라서는 무례하기까지 했던 윤석열의 아류에 불과했다. 허구한 날 야당과 트집잡기식 싸움질만 하는 것으론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성찰의 시간을 가졌다고 했으니 두고볼 일이다. 야당 후보와 선의의 경쟁을 펼친다면 대선 자체도 흥미로워질 것이다. 부끄럽지 않은 ‘한판’을 치르고 나면 어느새 그는 한국의 정치 지도자로 우뚝 서게 될 수도 있다. 낙선을 해도 상관은 없다. 차차기가 있지 않은가. 또 재수, 삼수 없이 대통령 되기란 게 어디 쉬운 일이던가. 김영삼, 김대중, 박근혜 등등.

당 대표직에서 물러났다가 다시 돌아온 한동훈. 국힘의 자산이기도 한 그가 띄울 배가, 그의 정치 행보가 궁금해진다. 거대한 항공모함이 될지, 외로운 돛단배가 될지 아직은 판단하기 쉽지 않다. 한동훈의 선택, 국민만 보고 달리기를 기대한다. 정신을 놓은 사람에게는 아스팔트와 전봇대가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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