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궁 전 CJB청주방송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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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호고 나발이고 내가 거기 가면 죽는다 했는데, 본인 같으면 죽는다 하면 가나? 청와대 뒷산인 백악산은 좌로 머리가 꺾여 있고, 북한산은 오른쪽으로 꺾여 있다니까.”

지난해 11월 8일 더불어민주당이 공개한 명태균의 녹음 파일에 따르면, 그는 2022년 3월 대선 직후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에게 “청와대로 들어가면 죽는다”는 조언을 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대통령 윤석열 부부가 청와대에서 단 하루도 머물지 않으려 한다는 것은 여러 매체를 통해 확인됐었다. 윤석열은 대통령 당선 뒤 닷새 만인 3월 15일 애초 광화문 정부서울청사로 옮기려 했던 대통령실을 용산 국방부 청사로 급히 변경했다. 5월 10일 취임식 뒤에는 용산 대통령실로 곧바로 출근했다. 단 하루도 청와대에 들어가지 못하겠다는 생각 때문이었을까, 이전 과정이 매우 비상식적이고 의아했다.

대통령실 이전 이유에 대해 2022년 1월 27일 대통령 후보 윤석열은 “기존 청와대를 해체해 제왕적 대통령제를 청산하고 국정 운영의 효율성을 제고하겠다”고 밝혔다. 또 “비서동에서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본관까지 차를 타고 가는데, 그렇게 해서는 원활한 의사소통이 어렵다”고 밝혔다. “국민을 제대로 섬기고 제대로 일하기 위해서”는 청와대를 떠나야 한다는 것이었다. 기가 막힌 분칠이다.

대통령실 이전과 관련해 풍수가 등장한 것은 명태균의 발언이 처음은 아니다.

2022년 3월 15일 대통령실이 용산 국방부 청사로 결정된 뒤 풍수가인 사이버한국외국어대 겸임교수 백재권은 당시 청와대 이전 태스크포스 팀장 윤한홍, 부팀장 김용현과 함께 관저 후보지였던 육군참모총장 공관을 방문한 사실도 경찰 수사에서 확인됐다. 특히 백재권은 2017년 4월 중앙일보에 쓴 글에서 “역대 대통령들은 대부분 크고 작은 고난을 겪었다. 남산의 철탑(남산타워)이 큰 문제를 일으킨다. 특히 청와대 주인이 제일 큰 화(禍)를 받는다. 뾰족한 철탑이 살기를 분출하기 때문이다. 남산의 철탑만 이전하면 더 이상 대통령들의 액운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청와대가 흉지(凶地)라는 일부 풍수지리가들의 주장에 무슨 근거라도 있을까? 반론이 오히려 더 설득력이 있다.

풍수학자인 우석대 교수 김두규는 “청와대는 경복궁과 마찬가지로 풍수적으로 거의 완벽한 곳이다. 산으로 둘러싸인 아늑한 분지이고, 성 밖으로 한강이 흘러 군사적·경제적으로 유리한 곳이다. 반면, 용산 대통령실은 원래 무덤터였고, 그 남쪽은 홍수가 나면 물에 잠기는 저습지다. 풍수가 좋겠는가”라고 말했다.

그는 또 “청와대가 흉지라면 어떻게 해방 뒤 한국의 경제가 발전하고 정치도 민주화됐겠는가. 역대 대통령들이 불행해진 것은 막강한 권한을 남용하다 생긴 일이지 청와대 풍수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부하인 중앙정보부장 김재규에 시해당한 박정희의 비극은 박정희의 잘못 때문이지, 청와대 터의 문제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대통령 이재명은 임기를 용산 대통령실에서 시작했지만, 조만간 시설 보수가 끝나면 다시 청와대로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은 대선 후보였던 지난달 30일 JTBC 유튜브에서 “(대통령 공관으로는) 청와대가 제일 좋다”며 청와대 집무실로 돌아갈 뜻을 밝혔었다. 청와대가 3년여만에 대한민국의 대통령 집무실로 되돌아 가는 것이다. 타박받던 청와대의 명예회복이다.

이재명은 청와대가 “아주 오래됐고, 상징성도 있다”고 강조하면서 “용산 대통령실은 도청이나 경계, 경호 등 보안 문제가 심각하다. 완전히 노출돼서 아파트 숲에 둘러싸여 있다. 세계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국정을 논하고 있는 격”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이재명 대통령 취임 100일째인 오는 9월 11일 이전까지 청와대 복귀를 완료한다는 계획아래, 청와대 내부 배치 같은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는 그동안 대중에 개방됐던 터라 지하 벙커 내 국가위기관리센터 등 보안시설 복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참모진의 업무공간인 여민관도 개·보수가 필요하다. 대통령실은 오는 8월 1일부터는 일반인의 관람도 일시 중단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지금이 ‘불통 공간’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청와대를 리모델링할 적기라면서 대통령 집무실을 미국 백악관 웨스트윙처럼 수평적 ‘소통의 공간’으로 바꾸고 위기 대응에 취약한 낡은 건물을 개보수하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내놨다.

윤석열이 대통령이 돼 내린 결단(?)은 국민들에게 막대한 코스트를 지불케 했다.

윤석열측은 대통령 집무실 이전 비용 규모를 400억원 정도라고 밝혔으나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이전 비용이 과소 추산됐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실 이전은 정부 수립 후 70년 넘게 구축해 온 청와대의 거대한 인프라를 하루아침에 내버렸다는 등 많은 비판을 불러왔다. 합동참모본부와 영빈관, 관저 등의 신축을 포함한 연쇄 이전 비용이 1조원 이상으로 늘어났다는 점도 국민들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다. 대통령실과 관저 리모델링 공사를 대통령 부부의 지인들이 수의계약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는 일반인들이 할 말을 잃었었다.

대통령실 졸속 이전은 한편으로는 이태원 참사의 원인(遠因)이 되기도 했다. 시위, 집회에 대한 대응 경험이 부족한 용산경찰서가 갑자기 대통령실 경비를 맡게 됨으로써 핼러윈 축제와 같은 행사에서 시민 안전에 충분한 주의를 기울일 수 없었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청와대(靑瓦臺)는 대한민국 종로구 세종로에 위치한 건축물이다. 1948년 8월 15일부터 2022년 5월 9일까지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기거한 대통령 관저이자 대한민국 헌법이 규정하는 행정기관이었다. 별칭은 블루 하우스(Blue House)다.

청와대에는 집무 공간인 본관, 공식 행사 공간인 영빈관, 주거 공간인 관저, 외빈 접견 장소인 상춘재, 비서 부속기구인 대통령비서실, 경호 부속기구인 대통령경호처, 대언론 창구인 춘추관 등이 있다.

청와대는 1960년 대한민국 정부통령 부정선거로 발발한 4·19 혁명에 의해 당시 현직 대통령 이승만이 물러나고 차기 대통령이 된 윤보선이 그해 12월 경무대에 부여한 새 이름이다. 당시 경무대란 이름이 독재 정권과 부정부패의 이미지가 강하게 느껴지기 때문에 바꾼 것이었는데 윤보선은 ‘푸른 기와집’을 뜻하는 청와대가 우리 고유문화를 나타낸다는 의미에서 이를 택했다고 한다. 박정희가 집권한 뒤에는 황색이 더 귀한 색이라며 황와대(黃瓦大)로 바꾸자는 주장이 나왔지만 박정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제 곧 청와대는 다시 국가의 상징이 될 것이다. 이재명이 집무실을 청와대로 옮기겠단 방침을 밝히면서, 청와대 관람객이 급증했다. 앞으로 혹시 청와대 관람이 제한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우려에서 일 것이다. 지난 2022년, 74년 만에 개방된 청와대는 지금까지 780만 명이 관람했다. 윤석열 부부가 흉터로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일반 국민들은 청와대를 사랑하고 좋아한 것이다.

청와대는 한때 비에이치(BH)로 불리며 떳떳하지 못한 권력의 상징이 됐던 적도 있다. 이제 세계인의 관광명소가 된 미국의 백악관처럼 우리의 청와대도 내외국인의 사랑을 받는 코리아의 대표적 상징물이 돼야 할 것이다. 청와대가 더 이상 무지와 몽매, 미신과 주술에 유린되는 일 없이 대한민국의 상징으로 영원히 남길 기대한다. 무슨 법사니 도사니 하는 사람들에게 휘둘려 귀중한 국가예산이 쓸데없이 허비되는 일은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된다. 불과 3년 전의 일이다. 대통령 집무 공관 용산 이전은 대명천지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벌어진 한판의 웃픈 ‘굿’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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