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금리를 25bp(0.25%p) 인하했다.
금리 인하는 단행됐지만 이미 시장은 9월 금리 인하를 거의 100% 반영하고 있었고, 금리 결정 직후 파월 연준 의장의 기자회견이 기대보다 매파적으로 해석되면서 미국 금리는 상승하고 주가는 하락했다.
이후에도 혼란스러운 상황은 이어지고 있다. 2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 확정치를 비롯한 경제지표가 예상치를 웃돌며 쉽게 식지 않는 미국 경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달 연준의 FOMC는 혼란스러웠다. 금리를 인하하고 점도표(Dot Plot)를 통해 추가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동시에 발표된 연준의 수정 경제전망은 성장률과 물가 전망을 상향 조정했고 실업률은 하향 조정했다. 금리 결정과 경제전망 사이에 괴리가 커 보인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연준은 왜 금리를 인하했을까?
파월 의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노동시장의 하방 위험이 현실화되고 있으며, 앞으로 위험이 더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위험 관리성 금리 인하(risk management cut)’를 단행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연준이 제시한 거시 전망치는 이와 상반되는 모습을 보인다. 오히려 전망치를 기준으로 보면, 금리 인하의 명분은 오히려 약화됐다고 판단할 수 있다. 연준의 올해 실업률 전망치는 4.5%로 6월과 동일했지만, 이는 8월 발표된 실제 실업률 4.3%보다 높은 수준이다. 노동시장에 대한 하방 위험을 강조한 셈이다. 하지만 2026년 실업률 전망치는 4.5%에서 4.4%로 하향 조정됐다. 이는 연준이 최근 고용지표 부진을 심각하게 보고 있지는 않음을 의미한다.
특히 내년 실업률 전망이 낮아진 것은 성장률 전망이 상향 조정된 것과 맞물린다. 올해와 내년 미국 경제성장률은 6월 전망치인 1.4%와 1.6%에서 이번 9월 각각 1.6%와 1.8%로 0.2%p씩 올랐다. 우리는 과거부터 산출격차(Output gap, 잠재 성장 대비 실제 성장의 격차)가 경제의 본질적인 수요 측면에서 인플레이션 압력을 보여주며, 통화정책 결정의 주요 근거가 된다고 분석해 왔다.
특히, 미국은 산출격차(Output gap)와 연준 금리의 연동성이 매우 밀접하다. 이번 전망치에 대입해 보면 산출격차(Output gap)는 6월보다 확대됐고, 이는 연준의 금리 인하 결정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게다가 올해와 내년 물가 전망치를 추가로 상향 조정하면서 연준 역시 인플레이션 압력을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따라서 9월 금리 인하는 고용시장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여전히 높은 기준금리 수준을 조정하려는 성격이 더 강하다고 본다. 연준이 다른 나라와 뚜렷이 구분되는 지점은 팬데믹 이전과 비교한 기준금리 수준이다.
다수 국가는 이미 기준금리가 팬데믹 이전 표준편차 범위 안으로 복귀했지만, 미국은 여전히 크게 웃도는 상황이다. 이는 연준에 정치적 압력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고, 둔화 국면의 미국 경제에는 예상치 못한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연준이 말하는 ‘위험 관리성 금리 인하(risk management cut)’는 결국 연준 금리를 표준편차 범위 안으로 되돌리려는 조정이 아닐까 하는 해석도 가능하다. 실제로 9월 점도표(Dot Plot)에 따르면 이달을 포함한 올해 하반기 포함해 세 차례 연속 금리 인하가 이뤄지지만, 내년에는 연말까지 한 차례에 그친다.
내년 금리 수준은 팬데믹 이전 연준 금리 표준편차 밴드 상단인 약 3.3%다. 즉 연준은 이례적으로 높은 수준에 머물렀던 기준금리를 과거 수준으로 빠르게 낮추겠지만, 그 이후 추가 인하는 명분 확보 전까지 상당히 신중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연말까지 추가 인하가 예상됨에도 연준의 스탠스(stance)는 여전히 매파적으로 읽힌다. 이런 흐름이 이어진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수준의 금리와 금융시장에 이미 반영된 금리, 그리고 연준 금리 사이의 괴리는 커질 수 있다. 결국 내년에도 연준의 금리 결정은 올해만큼이나 불확실성이 클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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