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

올해 한국경제에 대한 우려는 팽배한 상황이다. 특히 올해 1분기 GDP 속보치가 발표되며 경기에 대한 우려가 심화되고 있다.

아직 트럼프 관세가 적용되기 전임에도 기대보다 훨씬 더 안좋은 성적표를 받아 든 만큼 트럼프 관세 압박이 본격화되는 2분기는 얼마나 경기가 위축될지에 대한 우려가 증폭된 것이다.

성장률 전망치는 빠르게 하락했다. 2월 당시 1% 중반 수준이던 올해 성장률 전망치들은 빠르게 1% 이하로 조정된 모습이다. 성장률 하향 조정이 빠르게 진행되는 만큼 침체에 대한 우려도 빠르게 확산됐다.

여전히 내수가 부진한 상황에서 무역 마찰이 이미 수면 위로 올라온 만큼 올해 큰 폭의 경기 둔화는 불가피하다. 관건은 ‘이 둔화가 경기 침체로 이어질 것인가?’에 대한 판단이다. ‘경기침체(recession)’라는 용어는 일시적인 경기 후퇴부터 불황(depression)까지 의미의 스펙트럼이 매우 넓은 용어인데 투자자들이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경기 침체는 경기 순환 국면에서의 일상적 둔화는 아니다.

과거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처럼 연이어지는 부도와 신용위기 그리고, 이로 인한 대량의 실업, 금융시장의 극심한 혼란 등이 경기침체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다.

경기 흐름에 대한 정의가 중요한 것은 정부나 투자자 모두 적절한 대응을 하기 위해서다. 정부 또는 통화당국의 과잉 또는 과소 대응이 지나치게 변동성을 높이거나 유효성을 상실하게 할 수 있고, 투자자는 실질적인 투자 수익 외에도 기회비용의 크기를 키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핵심은 경기 침체 범위를 어디서부터로 볼 것인가에 달려 있다. 미국의 경우 기술적으로 정의가 마련돼 있는데, 미국국립경제연구소(NBER)는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이 2분기 연속 감소하면 경기 후퇴로 정의한다. 정확히 수개월 동안 경제활동 전반이 침체하고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하락하면서 디플레이션 위험이 고조되는 상태로 정의된다.

하지만 우리나라 경기는 국가 공인기관이 경기 침체 여부를 판정하는 미국과 달리 경기 침체 여부를 공식 기관에서 발표하지 않기에 어디까지를 일반적인 경기 둔화 국면으로 보고 어느 수준부터 경기 침체로 봐야 하는지 판단하기 어렵다.

이 경우 미국의 사례를 이용해 잠재성장률과 실제 성장률 차이를 이용해 표준편차를 구하고 이 부분을 기준선으로 삼아 미국국립경제연구소(NBER)의 경기 판정을 귀납적으로 비교하는 방식으로 일반적인 경기 둔화와 침체를 구분할 수 있다. 우리나라 경기 순환은 1973년 이후 12번의 순환기가 있었는데 이 때 기록된 11회의 수출기가 모두 경기 침체는 아니다.

앞서 언급한 기준을 적용해 보면, 1970년 이후 5번 정도가 우리나라의 경기 침체 기간으로 구별할 수 있다. 이 시기를 보면 ▲1·2차 오일쇼크 기간 ▲IMF 외환위기 ▲서브프라임발 파생상품 금융위기 ▲코로나 팬데믹 등이 포함된다. 투자자들이 우려하는 경기 침체의 이미지와 겹치는 이벤트였다.

우리나라 경제에서 잠재성장률 수치와 일반적인 경기 둔화와 침체를 나누는 기준점 수치를 보면, 잠재성장률은 2% 수준이고 표준편차 밴드의 하단이 침체 기준선은 0.63~0.88% 정도 수준이다. 이를 고려하면 제시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올해 우리나라가 경기 침체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음을 의미한다.

IMF의 전망치도 1%로 하향 조정되었고 컨센서스도 1% 초반까지 내려와 있지만 추가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1분기 GDP 성장률이 발표된 후 나오고 있는 전망치는 대부분 0.9%를 밑도는 양상이다.

현재 제시된 성장률 전망치는 진행 중인 신용경색보다 더 심각한 자금시장 위기와 대규모 고용 감소 같은 상황까지 염두에 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수치 하락을 넘어 경제 전반의 큰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정부는 더 빠르고 규모 있는 정책 대응이 필요하며, 올해 경제성장률에 대한 인식도 다시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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