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
트럼프발 관세 폭풍으로 인한 우려가 커지면서, 발표되는 경제지표들에 대한 민감도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이 시점에서 주요 국가들의 1분기 경제성장률 속보치가 발표되고 있다. 우리나라와 중국은 최근 관련 수치를 공개했으며, 미국도 이번 주 발표를 앞두고 있다.
트럼프 관세는 지난달부터 부과되기 시작했지만, 이달 초 이후 본격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이후의 경제 상황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으며, 1분기부터 이미 경제지표의 변동성이 확대된 점은 투자자들에게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는 2분기에 대한 우려를 자극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이달 중순 발표된 중국의 경제지표를 보면, 이 같은 영향이 잘 드러난다. 올해 1분기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5.4%로, 시장 기대치인 5.2%를 상회하며 양호한 수치를 기록했다.
중국 정부나 관영 언론은 이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지만, 시장의 평가는 발표된 수치만큼 낙관적이지 않다.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 노력이 반영된 측면도 있지만, 트럼프발 관세 전쟁을 앞두고 수출기업들이 물량을 앞당겨 내보낸 ‘밀어내기 효과’가 상당 부분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1분기 중 3월의 중국 수출은 큰 폭으로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같은 흐름을 반영해도,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여전히 4.3~4.5% 수준에 머물고 있다.
트럼프발 관세의 영향은 미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다만, 중국과는 반대 방향이다. 중국 수출기업들이 관세 부과 이전에 수출을 앞당겼다면, 미국 소비자들은 관세 부과 이전에 미리 수입품을 구매하는 형태로 대응하고 있다. 이와 같은 소비 패턴은 최근 급증한 수입 증가율에서도 확인된다.
이는 미국의 경제성장률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미국 애틀랜타 연준의 국내총생산(GDP) 추정 모델인 ‘GDPNow’에 따르면, 지난 2월 이후 1분기 경제성장률이 전기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할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주요 요인은 순수출 기여도의 큰 폭 감소다. 즉, 관세 부과 전의 소비자 선수요로 수입이 늘어나면서 ‘역성장’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의미다.
최근 오락가락하는 트럼프의 정책 기조와 그로 인한 부정적 영향으로 미국 경기에 대한 우려는 계속 커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부진한 1분기 성장률은 이러한 우려를 더욱 증폭시킬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경제지표에 대한 과도한 해석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 수출이나 수입 수치 모두 관세 부과로 인한 가격 상승을 우려한 선수요가 반영된 결과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실제 관세 영향이 본격 반영되는 2분기에는 1분기와 반대 방향의 흐름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예컨대 중국은 1분기 높은 기저효과로 인해 2분기 수출과 성장률이 크게 낮아질 수 있고, 미국은 1분기 선수요 반영으로 부진했던 순수출이 2분기에는 회복되며 일시적으로 고성장처럼 보일 가능성도 있다. 이는 경기 흐름에 대한 왜곡된 해석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우리나라 역시 이러한 흐름에서 자유롭지 않다. 지난달 반도체 등 ICT 수출이 9.4% 증가한 것은 관세 부과를 앞둔 ‘밀어내기’ 수출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1분기 우리나라 성장률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GDP 구성 요소 중 유일하게 순수출만 플러스 기여도(+0.3%포인트)를 나타냈고, 나머지 항목은 모두 마이너스(-)다. 특히, 설비투자 부문이 두드러지게 마이너스로 전환됐으며, 건설투자는 계속해서 큰 폭으로 위축되는 등 내수 부진이 장기화됐다. 이는 소비 위축의 핵심 요인으로 작용한다. 최근 발표된 가계 및 기업 연체율 상승, 금융기관의 대출 태도 강화 등의 지표를 보면 부동산이나 설비투자가 단기간 내 개선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더 큰 문제는 2분기다. 1분기 성장을 간신히 떠받쳤던 수출이 2분기에는 트럼프발 관세 영향이 본격적으로 나타나며 크게 위축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책이 계속 표류하고 내수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2분기에는 예상보다 충격적인 경제성장률 수치가 발표될 수 있다. 이는 대외 변수인 트럼프 정책뿐만 아니라 추경의 규모와 집행 속도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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