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발 관세 문제로 대외 환경은 여전히 혼란스럽지만, 국내 경제에 대한 시장의 인식이 점차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 주식시장은 6월 이후 강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정부의 강한 경기 부양 의지와 정책 덕분에 7월 소비자기대지수는 2021년 수준까지 큰 폭으로 상승한 상황이다.
이 가운데 최근 발표된 올해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기 대비 0.6%로, 시장 기대치였던 0.5%를 웃돌며 향후 경기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소비 부양 정책이 본격화되기 전 반등을 보였다는 점에서, 실제 민생 소비쿠폰이 발행되고 사용되는 3분기에는 전기 대비 1.0%에 육박하는 높은 성장률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국내 경기에 대한 분위기 개선에도 금융시장이 주목하는 또 다른 변수인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기대는 점차 뒤로 밀리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최근 발표된 소비자기대지수 항목 중 금리전망지수는 넉 달 만에 상승세로 전환됐다.
이러한 흐름에는 경계가 필요하다. 2분기와 3분기 성장률의 반등(또는 반등 기대)은 기저효과와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정책에 의한 것이며, 이 흐름이 추세화될지는 아직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우선 성장률 반등의 한 축인 수출은 3분기 이후 미국의 관세 부과가 현실화되면서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 또, 소비와 내수 경기의 지속에는 투자의 회복이 병행돼야 하는데, 이 부문에서는 여전히 뚜렷한 개선 조짐이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금리 인하가 지연된다면, 경기 반등의 모멘텀이 꺾이고 불확실성이 다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오히려 현재의 경제 상황과 지표들은 겉보기와 달리, 한국은행이 금리 인하를 서둘러야 할 필요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주목해야 할 지점은 앞서 언급한 대로 정부 정책이라는 마중물에 의한 경기 반등의 ‘지속성’이다. 금리 인하가 필요한 핵심 이유는 바로 투자와 신용위험 관리에 있다. 이번에 발표된 2분기 GDP에서도, 비록 전 분기 및 시장 기대치보다 개선됐다고는 하나, 여전히 투자 기여도는 마이너스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건설투자는 -0.2%포인트로 5분기 연속 감소세이며, 설비투자도 -0.1%포인트로 0% 부근에서 등락을 반복 중이다.
경기 반등의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 투자는 소비 및 생산 여력과 직결되기 때문에 더욱 중요하다. 현재는 민간 소비가 가시적으로 개선되고 있지만, 투자는 반등의 모멘텀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의 정책은 주로 소비 회복에 집중돼 있어, 투자에 투입되는 예산은 2조 원 수준에 불과하다.
여기에 앞으로 관세 부과가 현실화되면 수출 기업의 업황과 수익성에 부담이 더해져, 투자 여력은 더욱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전격적인 가계부채 규제로 부동산 경기가 급속히 냉각되고 있는 것도 건설투자에는 부정적인 요인이다. 이런 국면에서 금리 정책은 불확실성을 완화하고 투자 모멘텀을 제공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 과거 사례에서도 투자 지표는 금리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투자와 더불어 중요한 또 하나의 요소는 자금 조달과 신용위험 관리다. 이와 관련해 주목할 지표는 금융기관 대출행태서베이이다. 이달 발표된 2분기 동향 및 3분기 전망에 따르면, 금융기관들의 대출 태도는 강화되고 있으며, 대출 수요는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는 6월부터 본격화된 정부 정책과 압박의 영향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전체 경기 개선 흐름 속에서도 중소기업의 자금 사정은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금융기관 대출 담당자들이 평가한 차주별 신용위험이 줄어들고 있음에도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수요 전망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중소기업의 자금 수요가 실제보다 훨씬 절박하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운전자금 확보 및 유동성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대출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으면 기업의 스트레스는 커질 수밖에 없다.
3분기 전망에 따르면, 중소기업은 조사 대상 중 유일하게 대출 수요가 더 늘어날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금융기관은 중소기업 대출 태도를 여전히 강화 기조로 유지하겠다고 응답했다. 이는 대기업 대출 태도가 다소 완화될 것이라는 응답과도 대조된다.
중소기업의 대출 수요와 금융기관의 대출 태도 간 괴리는 어음 부도율이나 연체율과 같은 신용 데이터와 매우 높은 상관관계를 갖는다. 3분기 들어 이 괴리가 더 확대됐다는 것은, 중소기업 부문에서의 신용위험과 자금 압박이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뜻이다.
이처럼 일부 개선된 경제지표나 상승세를 이어가는 주가지수와는 달리, 실제 경제의 약한 고리는 여전히 존재하며,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가 필요한 가장 중요한 이유 역시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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