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감경기지표의 개선이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최근 발표된 8월 소비자기대지수는 7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고 8월 기업심리지수도 석 달 만에 개선 세를 보여주고 있다.
체감경기지표 개선은 정부의 적극적인 경기 부양 특히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등의 효과가 반영되고 있고 관세 협상 타결로 관련 불확실성이 낮아진 결과로 볼 수 있다. 심리지표의 개선은 실물 경제지표의 개선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번 3분기 경제성장률은 추가 재정지출과 체감경기 호전이 가세하며 전기 대비 0.8~1.0%까지 반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문제는 지속성이다. 탄핵 불확실성 해소와 새 정부 기대감, 그리고 추경 집행으로 나타나고 있는 2분기와 3분기 경기 반등 흐름이 소비쿠폰 효과 종료되고 관세 부과 부담 본격화되는 시기 이후에도 추세적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것이다. 최근 발표된 체감경기지표들도 한걸음 들어가 냉정하게 보면, 현실보다는 기대를 과하게 반영하고 있으며 불안감도 크게 덜어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보는 이유는 우선, 현재 시점의 경기 판단은 큰 폭으로 반등하고 있지만, 앞으로의 경기 흐름에 대한 기대는 두 달 연속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은 수출 경기가 양호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고 민생안정 소비쿠폰 효과가 본격화됨으로써 지금 느끼는 경기는 양호하지만, 관세 부과가 본격화되고 여전히 불안정성이 높은 대외 환경과 지속적인 생활물가 상승 그리고 건설 부문 부진 등이 지속하며 경기에 대한 기대감은 줄어드는 것이다.
이런 지표의 흐름은 최근 들어 부정적인 뉴스들의 비중이 증가하며 한국은행 뉴스심리지수가 완만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흐름과 맥을 같이한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소비자동향조사의 구체적인 항목에서도 확인된다. 소비자심리지수가 상승세에 있음에도 생활 형편이나 가계 수입에 대한 전망 항목은 전월과 같은 수준을 보였으며 임금수준 전망이나 취업기회 전망은 하락했다. 소비 여력이 개선될 조짐은 아직 보이지 않는 것이다.
미래의 소비 여력이 개선되려면 고용과 임금의 공급자인 기업 경기 흐름이 중요하다. 이번에 조사된 기업 체감 경기도 전월보다 개선됐지만, 가계 소비 여력의 확대로 이어지기에는 미흡하다.
일단 소비자기대지수 개선 폭보다 기업 체감 경기 개선 폭이 작다. 가계 부문이 느끼고 기대하는 것만큼 기업 부문은 경기에 대한 기대가 높지 않은 것이다. 최근 기업심리지수의 개선도 제조업보다는 비제조업 개선이 이끌고 있다. 민생회복 소비쿠폰의 영향이 기업 체감 경기에 반영되는 것이다. 다만 직접적인 수혜 부문이 아닌 만큼 가계 부문만큼 심리 개선에 반영되지 않고 있고 관세 문제나 대외 경제 환경의 불안 그리고 여러 제도 변화 등에는 가계보다 더 민감하게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다.
조금 더 주목할 것은 세부 항목 중 고용이나 임금과 연결된 설비투자 실행이나 채산성 항목에 대한 전망은 여전히 뚜렷하게 개선되지 못하고 정체된 모습이다. 자금 사정에 대한 항목은 오히려 소폭 악화됐다. 소비자동향조사 항목 중 임금이나 취업기회 전망이 하락한 것과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가까운 시일 내에 고용이나 임금을 통해 가계 소비 여력의 개선이 이뤄지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본질적인 소비 여건의 개선이 수반되지 못한 상황에서 기대감이나 한시적인 소비 지원만으로 경기를 추세적으로 끌어 올리기는 쉽지 않다. 소비 주체인 가계마저 앞으로 상황에 대한 불안감을 떨치지 못한 상황이라면 반등 국면의 지속 기간은 더 짧을 수밖에 없다.
추경효과 종료되고 관세부담 본격화되는 연말 이후 경기에 대한 우려와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번 주 발표된 한국은행 수정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은 0.8%에서 0.9%로 0.1%pt 상향 조정했지만, 내년 성장률 전망은 정부 전망치인 1.8%보다 낮은 이전 전망치인 1.6%를 유지한 것은 이 우려를 염두에 두기 시작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가 1.6%로 유지되며 잠재 성장률을 밑돌 GDP갭(실제GDP와 잠재GDP 차이)의 마이너스 폭도 커지는 상황이다. 이번 금통위에서 금리가 동결됐지만, 여전히 한국 경제는 ‘보험성’ 금리인하가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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