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발(發) 관세 압박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미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최근 미국 경기에 대한 우려는 2월 소비자 기대지수 등 주요 경제지표들이 시장 기대치를 밑돌고, 이달 초 미국 애틀란타 연방준비은행에서 발표하는 단기 성장률 전망 모형인 ‘GDP Now’가 마이너스로 전환됨에 따라 크게 증폭되고 있다.
특히, 이달 초부터 멕시코와 캐나다 그리고 중국을 시작으로 트럼프 관세가 부과되기 시작함에 따라 이로 인한 미국 경제의 위축 우려도 가세하며 불안감을 키우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해에도 두 번이나 미국 경제는 침체에 대한 우려가 불거졌지만 크게 확장된 흐름을 보였는데 올해 미국 경기는 어떨까? 혹시 ‘양치기 소년’ 우화처럼 이번에는 과거와는 다른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일단 이번 1분기 미국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가 나올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판단이다. 1분기 미국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나오면 금융시장 참여자들의 미국 경제 침체 우려는 훨씬 가속되겠지만 올헤 미국 경제는 2.8%로 과열되었던 지난해보다는 경제성장률이 둔화되겠지만 침체를 언급할 만큼 냉각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이유는 1분기 마이너스 성장률이 미국 경제의 추세적 변화를 보여주기보다 일시적인 충격을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고 추세적인 움직임을 보여주는 경제지표들은 여전히 침체와는 아직 거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GDP Now가 역성장 우려를 점화했지만, 이 수치를 토대로 미국경기 침체를 기정사실화하기에 무리가 있어 보인다. GDP Now 모형에서 GDP 성장률 추정치를 구성하는 항목들의 추정치를 살펴보면, 큰 폭으로 모형 값이 변한 것은 지난해 4분기 GDP와 연간 GDP가 확정된 시점이라는 것으로 알 수 있다.
양호한 전(前) 분기 수치로 인한 역 기저효과가 어느 정도 반영된 것일 수 있다는 의미다. 더 중요한 점은 전체 성장률 추정치 급락을 불러온 것은 순수출 기여도가 급락한 데 기인하는 데 수출 영향은 거의 변화 없고 큰 폭의 수입 증가로 인한 영향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아마도 트럼프 관세 부과에 대한 영향일 가능성이 높다. 실제 관세가 부과되며 수입 가격이 오르기 전에 미리 앞당겨 수입을 늘려 재고를 창고에 쌓아두는 흐름이 진행 중이라는 판단이다.
이 흐름을 경기 침체 신호로 봐야 할까? 이 영향으로 인해 올해 1분기 미국 경제 성장률은 현재 GDP Now가 나타내는대로 마이너스 성장률이 나올 가능성이 충분하다.
하지만 일시적인 요인에 의해서 부풀려진 지표는 이벤트가 지나가면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 트럼프 관세가 본격적으로 부과되기 시작하는 2분기는 오히려 순 수출 기여도가 큰 폭의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그리고 수입 수요가 이처럼 급증할 수 있다는 것은 여전히 미국의 소비 수요가 크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따라서 우리는 최근 미국 GDP Now 흐름은 미국 경제의 추세적인 변화를 보여주기보다는 정책이 급변하는 데 따른 일시적인 충격을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아직 경 기침체 가능성이 낮고, 미국경기의 기조적인 흐름이 크게 바뀌지 않았다는 것은 미국의 경기순환지표를 통해서도 확인해 볼 수 있다.
특히, 경기 방향성과 관련해 선행경기지수를 주목하는데 이 지수는 여전히 우상향하는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 단순히 종합지수만 상향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구성지표 중 좋아지는 지표 개수와 나빠지는 지표 개수를 같이 계산해보는 확산지수도 플러스권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선행지수 구성 지표 중 개선되는 지표의 수가 점차 늘어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지금 선행지수 흐름이 잘못된 신호이거나 일시적인 움직임이 아닐 수 있음을 보여준다. 구성지표 중 향후 경기침체 가능성과 관련해 주목할 필요가 있는 것은 선행신용지수(Leading Credit Index)의 움직임이다.
선행신용지수는 자금조달의 용이성을 평가하는 지표다. 자금조달 용이성이 높아질수록 경기순환이 원활하다는 의미이고 이를 통해 미국 산업 사이클에서의 변환점을 예측해볼 수 있다고 보기 에 선행지수의 구성 지표로 편입돼 있다. 이 지표를 의미 있게 보는 것은 지금 시장 참여자들의 관심이 높은 미국 경제의 침체 가능성 여부를 가장 적합하게 설명해주는 지표로 보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경기 둔화와는 달리 경기 침체는 신용위기의 현실화를 동반하게 되는데 선행신용지수가 전기 대비 계속해서 개선되는 영역에 머물고 있다는 것은 신용위험이 아직은 크게 낮다는 의미로 과거 경기 침체로 진입할 때와 상당한 거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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