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

투자와 경제 환경에 대한 우려가 점점 더 깊어지는 국면이다. 내년 경제상황에 대한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비상계엄’이라는 돌발적인 불확실성이 더해지며 금융시장 참여자들의 불안감은 크게 고조되고 있다.

특히, 지금은 ‘비상계엄’이라는 돌발적이고 비경제적인 요인의 전개와 기조적인 경기 흐름의 변화가 서로 마구 뒤섞이며 코멘트나 투자의견이 제시되는 경향이 있어 오히려 향후 경제전망이나 투자환경 전망을 더 어렵게 하는 모습이다.

갑작스럽게 등장한 정치적 불확실성이 우리 경제 및 금융환경에 분명한 악재인 것은 분명하지만 막연한 불안감에서 ‘제자리돌기’만을 할 것이 아니라 현 상황을 조금 더 객관화 해서 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 출발이 현재 진행 중인 기조적인 경제환경의 변화와 비상계엄이 촉발한 단기 영향을 구별하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주 들어 아시아개발은행(ADB) 올해 우리나라 GDP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2.2%로 하향 조정하고 내년 전망치도 2.3%에서 2.0%로 내리는 등 이어지는 전망치 하향 조정이 우리 경제에 대한 우려감을 증폭시켰다. 문제는 이런 전망치 하향 흐름을 이번 비상계엄 국면과 섞어서 보도하거나 바라보는 시선이 많다는 점이다.

하지만 내년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에 대한 우려와 전망치 수정은 이번 비상계엄 사태 이전부터 이미 진행된 흐름이다.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에 대한 컨센서스 흐름을 보면, 올해와 내년 전망치는 9월 말 이후 하향 조정이 시작되고 11월 이후 더 가파르게 진행되는 흐름을 보여준다.

하향 조정 시작은 예상 외로 부진했던 3/4분기 GDP 발표가 가장 중요한 작용했고 트럼프 당선을 전후로 트럼프 발 불확실성이 반영되며 전망치 하향이 추세로 굳어지는 것이다. 지금 수치를 동반해서 내놓고 있는 내년 우리 경제와 관련한 코멘트는 비상계엄이 촉발한 불확실성보다 대부분 트럼프발 교역 리스크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 경제 구조에 기인한 깊은 우려와 계속 기대를 밑돌고 있는 불안한 내수에 대한 실망감에 기인한다.

물론 지금 진행 중인 정치적 불확실성은 향후 경제에 추가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얼마나 치명적이거나 부담스러운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한 판단이다. 경제 외적인 변수의 특성상 향후 전개 과정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고 얼마나 장기간 이 불확실성에 노출되어 있을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점을 생각하면 쉽지 않은 판단이다.

다만, 미래 상황에 대한 막연한 기대를 이야기하는 대신 지난 일주일동안의 상황을 복기해 봄으로써 온전하지 않지만 이와 관련한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급격하게 투자심리를 악화시키는 요인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그리고 과거 여러 불확실성이 출현했을 때와 비교해 볼 때 지금 구체적인 지표들의 반응은 어느 정도인지 등을 통해 이번 이벤트의 영향을 파악해 보는 것이다.

비상계엄 사태가 현직에 있는 분석자들이나 시장 참여자들이 거의 처음 겪어보는 사건이라 막연한 불안감이 크지만, 우리는 최근 발생한 정치적 위험에 대한 과도한 우려는 경계할 필요가 있고 실제로 막연한 우려만큼 부정적인 영향이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다.

이렇게 판단하는 이유는 우선, 이번 사안에 대한 경제주체들과 시장 참여자들의 우려는 (이미 발생한)사안 자체보다는 진행 과정의 불확실성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에서 발표하는 뉴스 심리지표 흐름을 보면, 비상계엄이 발생한 시점에서 당연히 큰 폭으로 하락한다.

하지만 그 이후 주말까지는 탄핵이 논의되는 뒤숭숭한 국면이었지만 지표는 추가하락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이 지표가 다시 큰 폭으로 하락하며 반응한 것은 지난 주말과 이번 주초로 국회에서 탄핵 표결이 불발되며 불확실성이 높아진 시기다. 지난 2번의 탄핵 사태를 겪으며 향후 정치적 절차에 대한 일반적인 기대가 형성되어 있었는데 이 기대를 벗어나 향후 절차가 불투명해진 데 따른 우려가 불안감을 더 증폭시킨 것이다. 이는 기대에 부합하는 절차로 들어선다면 뉴스 심리지수가 다시 반등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경제주체들이 느끼는 관련 불확실성은 조금 완화되는 것이고 완화되는 국면은 충격이 흡수되는 국면을 의미한다.

또 하나 주목할 것은 가장 표면적으로 반응하는 원/달러 환율은 급등한 모습이지만 전반적인 위험지표들은 뉴스가 주는 충격과 비교해 볼 때 상당히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이번 비상계엄 사태가 아직 우리경제 펀더멘탈에 대한 의심으로 연결되지는 않은 상황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환율이 갑작스럽게 변하는 것은 경계해야 할 부분이지만 이번 환율이 온전히 최근 정치적 리스크만을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 형성된 환율 수준은 미국과 우리나라의 대비되는 최근 경제지표와 이를 반영해 상반되게 움직이는 금리의 격차가 상당 부분을 설명한다고 볼 수 있다. 위험과 관련해 주목할 수 있는 지표들은 우리 경제의 신용위험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CDS(신용부도스와프) 스프레드와 기업 부문의 신용위험과 자금 조달 여건을 보여주는 신용스프레드 등이 있다.

이들 지표들은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팬데믹 국면 이후 신용위험을 보여주는 지표들이 가장 불안했던 국면은 2022년 9월말 레고랜드 사태 때인데 그 당시보다 스프레드와는 비교하기 어렵고 올해 상반기보다도 아직은 낮은 상황이다. 주식시장 변동성 지표를 보면, 지난 8월 갑작스럽게 미국 경제의 침체 우려가 반영되며 시장이 혼란에 빠졌던 시기가 지금보다 훨씬 충격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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