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외적인 혼란이 가해지며, 금융시장 변동성이 연말까지 높아져 있고 불안감이 큰 상태에서 새해를 맞게 됐다.
아직 불확실성이 남은 만큼 상황을 당분간 주시할 필요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투자 판단의 초점은 경기와 같은 펀더멘털(기초체력) 흐름에 있어 펀더멘털 점검 역시 소홀히 할 수 없다.
최근 나타나고 있는 가파른 환율 상승이나 주식시장 급락 등 시장 변화에 대해 아직 수습되지 못한 12월 계엄사태 등에 기대어 설명하는 시각이 있지만, 본질은 더 뚜렷해지고 있는 경기 펀더멘털의 둔화 흐름에 있다.
특히, 여러모로 미국과 대비되는 경기와 기업이익 모멘텀 둔화가 이어지고 있고, 이러한 흐름이 미국과 우리나라 금리의 상반된 흐름으로 나타나고 있다. 앞으로의 금융시장 움직임과 자금흐름을 전망하는 데 있어 경제 외적인 요인에 의한 영향보다 펀더멘털의 흐름을 더 주목하는 이유다.
먼저 경기 흐름 측면에서 보면, 최근 우리나라 산업활동동향 및 수출입 동향 자료 그리고 기업체감경기 지표들은 전 분기에 이어 경기가 둔화 국면으로 향하고 있는 모습을 더 분명히 보여준다.
산업활동 동향을 토대로 경제성장률을 추산하는 단기 모형을 보면, 10월과 11월 산업생산을 통해 구해본 이번 4분기 우리 경제성장률은 전년동기대비 1.5% 내외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3분기 1.5%와 유사한 수준이다.
하지만 12월 수출과 기업체감경기지표(BSI)를 감안하면 1.5%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주목할 필요가 있는 것은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기대치보다 낮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한국은행은 경제전망치 수정을 발표하면서 앞으로 1년간 분기별 전망경로에서 이번 4분기 성장률을 전년동기대비 1.7%(전기비 0.5%)로 제시했는데 최근은 생산과 수출 그리고 체감경기를 감안해 보면 이 보다 낮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최근 실물지표로 업데이트할 때 완만한 둔화세가 이어지는 우리와 달리 미국 경제성장률은 크게 둔화되지 않고 있다. 최근 미국 애틀란타 연방준비은행의 ‘GDP NOW’를 보면, 4분기 성장률 기대치는 다시 3%대 중반을 유지하고 있다.
변동성이 높고 발표되는 지표에 따라 크게 변하는 지표인 만큼 이 수치를 그대로 4분기 미국 성장률로 보기는 어렵지만 지금 미국 경제가 당초 금융시장 참여자들이 기대했던 것보다 양호한 것은 분명하다.
이를 바탕으로 미 연준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도 영향을 받고 있다. 더 이상 미국에서 ‘빅 컷’에 대한 이야기는 없을 뿐 만 아니라 12월 연준 점도표는 내년 두 차례의 금리 인하를 예고하고 있다. 이를 반영해 미국 국채 금리도 트럼프로 인해 되돌려진 수준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다.
주식시장 참여자들 입장에선 4분기 기업이익 모멘텀에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는데 매크로 지표 관점에서 추정해보면, 기업이익 모멘텀 둔화가 계속 진행되는 흐름이다.
거시경제지표를 토대로 기업이익의 방향성을 가늠하고 있는데 경기동행지수에서 경기후행지수를 차감하면 기업이익 모멘텀 변화를 파악할 수 있다. 이유는 생산 및 소매판매나 수출 등 동행지수를 구성하는 지표들은 매출과 연관된 반면 후행지수는 회사채수익률이나 임금 등 비용과 연관된 지표들이기 때문이다.
이 지표는 우리나라 기업이익의 모멘텀이 3분기에 이어 4분기에도 더 후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유는 비용을 의미하는 후행지수가 지난해보다 둔화됐음에도 매출을 의미하는 동행지표가 더 부진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동행지수의 부진은 건설기성액과 내수출하지수 부진이 주도하고 있다. 결국 기업실적 모멘텀 둔화와 관련해 향후 수출 경기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데이터상으로는 아직 내수의 부진이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다.
국내 기업의 이익 모멘텀 양상 역시 미국과 비교된다. 비용 압력은 여전(후행지수 횡보)하지만 매출(동행지수)이 이에 크게 미치지 못해 이익 모멘텀이 하락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은 매출(동행지수)이 꾸준히 유지되면서 기업이익 모멘텀이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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