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2일 자동차에 대한 관세 부과를 시작으로 트럼프 관세 압박이 미치는 영향이 현실화되는 시점이 다가오며 불안감이 팽배한 상황이다.
특히, 경제의 온도계 같은 역할을 하는 원·달러 환율이 최근 미국 달러인덱스 약세에도 다시 1달러 당 1464원선에 다가서며 외환 및 금융시장 참여자들의 불안감을 더 자극하고 있다.
대외 환경이 불안한데 우리는 정치적 불확실성도 높은 상황이라 유독 우리나라 원화만 약세를 보이고 있다는 인식이다. 불안감이 가중됨에 따라 향후 원·달러 환율의 향방에 관한 관심도 증가하고 있다. 탄핵 관련 불확실성은 점차 수그러들겠지만 관세가 현실화되는 2분기 이후 환율은 어떻게 될까?
우리는 현재 원화 약세가 단지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에 기인한 유별난 약세라기 보다는 글로벌 불안감이 높아지는 상황을 예민하게 선반영한 이유 있는 약세라는 판단이다. 앞으로 이 불안한 흐름이 더 강화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원·달러 환율이 쉽게 지금 수준을 벗어나기 힘들고 경우에 따라서는 1500원을 넘어설 가능성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우선, 최근 미 달러인덱스의 하락이나 유로화 강세, 원화의 약세 등에는 각각 트럼프 정책으로 인한 미국 경제의 부정적 영향에 대한 우려나 유럽의 대규모 재정정책이나 우크라이나 전쟁 종료 기대, 한국의 비상계엄 및 탄핵사태 등 여러 설명이 있지만 환율 움직임을 일관되고 직접적으로 설명하는 것은 통화 정책과 이를 반영한 금리의 움직임이다.
최근 달러인덱스의 약세는 트럼프 정책에 대한 우려도 반영됐겠지만, 달러인덱스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유로와 일본 엔화 강세의 영향이 크고 이들 통화 강세는 다른 나라들과는 달리 미국과의 금리차가 축소되고 있는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대규모 재정정책이나 우크라이나 전쟁 종료 기대가 유럽 성장률과 물가에 대한 기대를 자극해 미국과의 금리차를 줄이고 있고 일본은 금리 인하 추세에 있는 미국과 달리 금리 인상 추세에 있는 통화정책 차이가 미국과의 시장 금리차를 줄이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미국과의 금리차가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국면이다. 유럽이나 일본과 달리 금리차를 축소할 수 있는 재정이나 통화정책의 변화가 크게 기대되지 않는 상황인 반면 글로벌 무역 불확실성에는 상대적으로 많이 노출되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원화 약세가 우리나라만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흐름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달러인덱스는 주요 선진국 중심의 지수인데 신흥국 대비 달러지수나 선진국과 신흥국을 포괄한 달러지수(Broad Index)를 보면, 기존 달러 인덱스와 확연히 다른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신흥국 대비 달러지수의 올해 상승 기울기는 원·달러 환율 상승 기울기보다 가파른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트럼프 당선 이후 글로벌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며 글로벌 외환시장에서도 안전자산 선호 흐름이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달부터 중국이나 캐나다 등에 관세가 부과되기 시작하고 4월부터 그 범위가 확대되면 글로벌 무역이나 경제의 불확실성도 커질 수밖에 없는데 이 흐름은 앞서 언급한 안전자산 또는 안전 통화 선호 흐름을 더 자극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주요 선진국 통화 대비 미 달러가 약세를 보임에 따라 관세 부가가 더 가속화 할 경우 미국 경기에 대한 우려로 달러 약세가 더 심화될 수 있다는 견해도 있지만 이는 미 달러가 기축 통화 지위를 갖고 있다는 점을 간과한 것으로 생각된다.
과거 데이터를 보면, 무역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나 경제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질 때 다른 통화들과는 달리 기축통화인 미 달러 가치는 오히려 급등하는 경향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를 감안하면 향후 관세 압박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커지는 국면에서 원·달러 환율은 하락보다는 상승 압박이 커지는 국면일 가능성이 높다. 주요 선진국 중 수출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미국을 가장 큰 수출 시장으로 둔 우리나라 환율은 더 예민하게 선반영하는 것이다.
앞으로 증가하는 미국의 관세 압박에서 또 하나 주목해서 볼 필요가 있는 것은 중국 위안화 움직임이다. 관세 압박을 환율로 상쇄시키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 중국의 응전은 보복관세와 세계무역기구(WTO) 제소에 맞춰져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지난 트럼프 1기 미·중 갈등 상황을 보면, 위안화 환율이 미국이 중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에 맞춰 가파르게 절하되는 흐름을 확인할 수 있다.
드러내 놓고 공표하거나 시인하지는 않았지만, 의도된(?) 위안화 절하는 보복관세나 우회 수출과 함께 미국의 관세 공격에 대응하는 중국의 주요 수단이었음을 의미한다. 이번 국면에서도 미국 관세 압박이 심화되기 시작하면 자국 통화 절하를 통한 충격 흡수가 재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주시해야 하는 이유는 우리나라 원화 환율과 중국 위안화 환율은 매우 밀접하게 움직이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관세 압박을 중국이 자국 통화 절하를 통해 대응하는 국면이 본격화되면 원·달러 환율은 정부의 환율 안정 노력이 있겠지만 달러당 1500원 선으로 올라설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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