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이후 원·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다. 트럼프의 상호 관세가 발표된 지난 4월 초에는 환율이 1달러당 1470원 선에 머물렀으나, 5월 중순 미국의 원화 절상 의도가 드러난 이후 1400원대 초반까지 하락했다.
이후 대선을 거쳐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면서 원화가 지속적으로 절상돼 16일 기준 1366원선까지 내려간 상태다.
최근 원화 강세의 요인은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먼저 대내적으로는 탄핵 사태가 마무리되고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그동안 우리나라 경제와 금융시장을 짓눌렀던 불확실성이 해소되었고, 그 자리를 신정부에 대한 기대감이 채우고 있다.
이와 함께 대외적으로 달러 약세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트럼프의 관세 압박에 대한 우려가 완화되거나 이에 대한 적응이 이뤄진 결과로 볼 수 있다.
관건은 앞으로 원·달러 환율의 전망이다. 현재 시장에선 추가적인 원화 절상에 대한 기대가 높다. 최근 주식시장의 강세, 외국인 투자자들의 적극적인 주식 매수, 새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기대, 그리고 미국의 원화 절하 압박 등을 고려할 때 환율이 1300원대 초반 혹은 그 이하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원·달러 환율이나 미 달러 인덱스(세계 주요 통화국 6개국 대비 미국 달러의 평균 가치)의 추가 하락 가능성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이다. 국내와 세계 경제가 여전히 높은 불확실성에 노출돼 있는 만큼 환율 역시 상당한 변동성 위험이 잔존하고 있다.
환율이나 달러 인덱스 모두 추가 하락폭은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으며, 하반기 환율은 현 수준을 유지하거나 오히려 약간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 그 이유는 환율 조정이나 키 맞추기가 대체로 마무리된 반면, 환율을 가장 직접적으로 설명하는 금리와는 현재 환율이 괴리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불안감이나 키 맞추기 관점에서 보면, 최근 원화 환율은 지난해 12월 탄핵 정국 이후의 대내적 불확실성 탓에 트럼프 취임 이후 주요 통화들의 절상 흐름에서 소외된 측면이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뒤늦은 키 맞추기가 나타난 것이다.
가장 중요한 요소는 미국 달러의 흐름이다.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의 달러 약세는 미국 경제가 실제로 어려워서라기보다 앞으로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를 반영한 측면이 컸는데, 이 우려는 최근 들어 상당히 약해지고 있다.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가 미국의 뉴스심리지수와 미국에 대한 CDS 프리미엄(채권 발행 기업이나 국가가 부도날 경우 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금융 파생상품의 수수료)인데, 이들 지표는 최근 반등하고 있다. 실제 불안 요인이 완화된 부분도 있고, 시장 참여자들이 이러한 악재에 익숙해졌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다. 어떤 이유든, 이 지표가 환율과 높은 연동성을 보인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환율 흐름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더 중요한 요소는 금리다. 특히 이번 팬데믹 국면에서 미 달러 가치의 지속적인 상승을 이끈 가장 핵심 요인은 미국과 타국 간의 금리 차였는데, 올해 들어 이 관계가 어긋나고 있다. 미국과 주요국 간의 기준금리 및 시장금리 차이는 여전히 크거나 오히려 확대되고 있으나, 이 기간 동안 미 달러 가치는 크게 하락했다. 이는 앞서 언급한 불안 요인이 외환시장에 더 강하게 반영된 결과다. 하지만 환율을 설명하는 가장 근본적인 펀더멘털이 금리라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더욱이, 그동안 달러 약세 요인으로 작용했던 트럼프 리스크나 각종 불안 요인들이 앞서 언급했듯 점차 해소되거나 시장이 이에 적응하는 양상이기 때문에, 앞으로는 환율에 대한 금리의 설명력이 다시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원·달러 환율도 마찬가지다. 이번 팬데믹 국면에서 원·달러 환율을 가장 잘 설명해준 변수는 미 연준의 통화정책에 대한 시장의 기대였지만, 현재 환율은 이 기대에서 벗어나 있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비경제적 요인이나 불안 요인이 더 높은 설명력을 갖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추세적 요인이 아니기 때문에, 결국 미국 통화정책에 대한 주목도가 다시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미국과 우리나라의 금리 차와 최근 환율 흐름이 괴리를 보이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이 역시 일시적 현상일 가능성이 높으며, 하반기 미국과 한국의 통화정책 및 시장 금리 차는 원화 강세보다는 오히려 원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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