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
한국정치의 특징 중 하나가 당정 협의라는 관행적 기구다. 이는 대통령실과 집권당과의 관계와도 연결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수평적 당정관계나 수직적 당정관계는 집권세력 내부의 권력지형은 물론 국정운영의 패턴을 결정짓고 나아가서 차기 권력의 향배와도 함수관계를 갖는다.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 추이가 연 2,3주 하락세다. 미국과의 관세협상이나 물가, 부동산 가격 등이 순조롭지 않지만 이를 여권의 지지율 하락의 원인으로 분석하는 것은 논리적 정합성이 떨어진다. 그렇다면 이 원인은 뭘까. 민주당의 지도부와 추미애 법사위원장을 필두로 한 민주당 법사위원들의 행태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여러 이슈가 있다.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사퇴 압박과 청문회 추진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수사와 기소의 분리라는 검찰개혁의 대의와 방향이 여론의 지지를 받는 데 반하여 과속으로 비치는 점일 것이다. 요체는 이러한 형사사법 이슈에서 대통령실과 집권당 지도부와의 간극의 징후가 보인다는 점이다. 조 대법원장의 거취와 관련하여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대통령실에서)대법원장의 거취가 논의된 바 없고, 앞으로도 논의할 계획이 없다’고 한 이후에도 당에서는 강성 그룹을 중심으로 여전히 대법원을 압박하고 있다.
물론 조 대법원장의 지난 5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 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에서 대선에 개입하려 했다는 징후들은 곳곳에서 감지된다. 2심에서 무죄 선고가 난 공직선거법 사건이 대법원 소부에 배당된지 2시간 만에 전원합의체에 회부된 점, 한 달에 한 번 열리던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합의 기일을 이틀 간격으로 두 번 열어 사건 접수 9일 만에 판결 한 점 등은 단순히 이례적이라는 측면보다 대선에 영향을 끼치고 대선 후보에 대한 국민들의 선택권을 침해하려 했다는 해석도 가능할 터이기 때문이다. 헌법 제103조의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하여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는 이른바 ‘사법부 독립’ 조항은 엄밀히 말하면 사법부 독립이라기 보다 ‘법관의 독립’을 의미한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민주당 법사위에서 요구하는 것은 ‘합의 과정 공개’가 아니라 이러한 절차상의 문제를 따져보자는 것이다. 따라서 이는 재판 합의과정의 비공개를 규정한 법률 위반이라 볼 수 없고, 재판에 관여할 목적의 국정조사 등을 금지한 법률에 위배된다고 볼 수도 없다는 견해도 상존한다.
그렇다고 대법원장을 사퇴하라고 직격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중도층에서 대법원의 당시 판결에 대한 의구심을 가지고 있지만 바로 대법원장의 거취를 직격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 여론이 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지지율 하락은 집권당과 사법부와의 갈등이 반영된다는 해석은 충분히 합리적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최근 여론조사는 ‘조희대 사퇴’ 찬성 여론이 반대보다 오차범위내에서 높다. 그러나 친명 핵심인 민주당 김영진 의원은 당 지도부와도 상의되지 않았던 ‘조희대 청문회’에 대해 ‘급발진’이라는 비판적 견해를 내기도 했다. 김현지 대통령 전 총무비서관이 부속실장으로 자리를 옮겼으나, 김 실장이 총무비서관인 상황에서 국정감사 출석 여부를 두고 당이 보인 행태도 야당에게 명분을 주는 면도 부인할 수 없다. 조희대 청문회와 함께 탄핵까지 추진하는 것도 그렇다. 검찰개혁과 관련해서 수사를 담당할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디에 위치시킬까의 문제도 당의 의지대로 관철시켰다.
민주주의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 원리는 국민을 제대로 대표하느냐의 대표성과 주권자에 대해 선출권력과 정부가 얼마나 책임을 지느냐의 문제다.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대표성·책임성의 당연한 귀결인 여론에 반응하는 정도인 반응성·조응성이다. 지지율 하락이 미세한 수치라고 하더라도 일정 추세가 형성된다는 것은 여권으로서는 가벼이 보아 넘겨선 안된다. 물론 국민의힘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지만 이와는 전혀 다른 차원임은 굳이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탄핵 반대·‘윤 어게인’과 완전히 절연하지 못하고 이재명 정권을 독재라고 몰아붙이는 국민의힘의 퇴행과 비합리가 민주당으로 하여금 강경으로 나가게 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이유로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한다 하더라도 ‘강성’으로 당이 비치는 것은 중도층과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부담이 될 수 있다.
문재인 정권 때 집권당이 강경 지지층에 기대며 ‘강성’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이라는 희대의 인물을 만드는 데 일조한 면을 부정할 수 없지 않는가. 아직 먼 이야기이지만 다시 5년만에 민주당이 그토록 적대시하고, ‘위헌정당’으로 몰아붙이는 국민의힘에게 정권을 헌납할 수 없다. 당의 일부 강경 그룹의 행보가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부담으로 작용해서는 안된다. 극우‘강성’이었던 국민의힘의 몰락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외부 필자의 기고와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침과 다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