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순 한국씨티은행장. 사진=연합뉴스
유명순 한국씨티은행장. 사진=연합뉴스

국내 은행들이 매년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고, 비대면 등 디지털 서비스를 고도화하는 등 최근 은행업권의 성장이 돋보인다. 이 같은 성장 이면에는 은행업을 이끄는 최고경영자(CEO)들의 활약이 뒷받침된다. 파이낸셜투데이는 각 은행마다 현 은행장들의 지나온 발자취와 임기 동안의 경영 실적을 짚어봤다. (편집자주)

유명순(60) 한국씨티은행장은 한국씨티은행에서 다국적기업금융과 기업금융상품 부서의 본부장을 지내며 ‘기업금융(IB)’ 대가로 알려졌다. 유 행장은 이러한 역량을 기반으로 한국씨티은행의 수익 포트폴리오 재편에 성공해 비이자이익을 확대하는 등 실적을 끌어올렸다. 

그는 이화여대 영어교육학과를 졸업한 당해 1987년 입행해 35년 이상 씨티은행에서 일했다.기업심사부 애널리스트부터 ▲다국적기업부 심사역 ▲기업금융상품본부장 ▲기업금융상품본부 부행장을 지난 바 있으며, 2014년 JP모간체이스은행 서울지점장으로 잠시 둥지를 옮기기도 했다.

하지만 2015년 한국씨티은행으로 돌아와 기업금융그룹 수석부행장을 맡았으며, 2020년 10월 은행장으로 선임됐다. 유 행장은 올해 4년차로, 선임된 때로부터 3년간 씨티은행을 이끌다 연임이 결정되면서 2026년 10월 27일까지 임기를 마저 채울 예정이다. 

◆기업금융’ 무기 쥐고 수익성 개선…올해 상반기 ‘연봉킹’ 등극

유 행장은 임기 1년차인 2021년, 본사의 아시아태평양지역 소매금융(리테일) 철수가 결정되면서 부득이 기업금융 역량 강화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을 맞닥뜨렸다. 국내외 기업금융 실무를 경험했던 유 행장은 지난 상반기(1~6월)까지 기업금융 중심 비이자이익 확대 전략을 바탕으로 현재의 수익을 견인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씨티은행의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931억원) 대비 9.43% 증가한 1018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 1분기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홍콩H지수) 편입 주가연계증권(ELS) 대규모 손실에 대한 자율배상(사적화해)가 일회성 비용으로 반영됐지만, 2분기 들어 채권·외환·파생상품 관련 비이자이익이 확대되면서 실적을 만회했다. 유 행장의 기업금융 중심 비이자이익 확대 전략이 유효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실제 씨티은행의 1분기 비이자이익은 전년보다 31.9% 늘었고, 동 기간 반기 누적 비이자이익은 23.9% 증가한 1899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유 행장은 “이자이익의 근간인 소매금융 부문의 단계적 폐지로 인한 외형 감소에도 전략적으로 집중하는 기업금융 부문의 성장 모멘텀을 바탕으로 수익성 지표에서 업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고 강조했다. 

유 행장은 씨티은행 수익성 제고 공로를 인정받아 올 상반기 금융지주·은행 최고경영자(CEO) 중에서 가장 많은 보수를 챙겨가기도 했다. 유 행장은 20억8500만원의 연봉을 받았으며, 이중 상여금으로 책정된 금액만 17억9000억원에 달했다. 

◆ 내부통제 ‘청신호’로 연임 확정…‘3차 방어선’ 시스템 적용

유 행장은 남은 연임 기간에 씨티그룹 내 톱(Top)5 프랜차이즈로 도약시키겠다는 중장기 전략에 집중한다. 이를 위해 씨티은행 입지를 강화하며 내부통제 체계를 구축하는 등 지속 가능한 성장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2021년 신년사에서 “(소매금융 철수에 따른) 기존 고객 이탈 방지 노력과 함께 새로운 고객 유치를 통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튼튼히 해야 한다”며 “최고행정책임자(CAO)를 임명해 은행 전체의 효율적인 리스크 관리 및 내부통제 방안과 전반적인 조직 운영의 효율성도 제고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듬해인 2022년에도 타운홀미팅에서 “급변하는 대내외 금융시장 환경과 조직 변화에 따라 과거에는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위험이 떠오를 수 있다”며 “이를 미리 관리하고 내부통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글로벌 조직임을 고려해 임원의 책무와 관리 의무를 명확히 배분하고 이행되도록 내부통제 시스템을 강화했다. 또한, 각 부서와 임직원이 자율적으로 내부통제를 관리하도록 ‘3차 방어선’ 개념을 적용했고, 자연스레 리스크를 사전에 관리하게끔 문화와 인식을 확산시켰다. 

첫 임기를 만료하면서 은행권 금융사고 예방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은 유 행장은 2023년 9월, 은행장 단독 후보로 추천받아 연임 가도에 올랐다. 당시 씨티은행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는 “리스크 관리에 역점을 두고 내부통제를 지속 강화함으로써 최근 은행권에서 빈발하는 금융사고를 성공적으로 예방해 온 점 등을 높이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신수정 기자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