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의 임시 주주총회가 4시간 가량 지연되면서 파행 가능성이 거론된다. 21일 법원의 가처분 인용으로 이번 임시 주총에선 집중투표제를 통한 이사 선임이 불가능해지면서, 지분율에서 우세한 MBK·영풍 측이 유리하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MBK 측은 예정대로 임시 주총이 진행되길 바라는 상황이고, 고려아연 측은 중복 위임장 확인 과정을 근거로 주총을 거듭 지연시키는 양상이다.
23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서울 호텔에서 고려아연의 임시주주총회가 중복 위임장 확인 절차 지연으로 예상보다 4시간 가량 지연된 가운데 파행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날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의 건을 비롯해 ▲이사 수 상한이 19인임을 전제로 한 집중투표에 의한 이사 7명 선임의 건 ▲이사 수 상한이 19인임을 전제로 한 이사 선임의 건 ▲발행주식 액면분할 ▲분기배당 도입 등이 다뤄질 예정이었다.
기타비상무이사 후보로 이름을 올린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과 강성두 영풍 사장이 참석한 가운데, 고려아연 측에선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앞서 지난해 말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겠다”고 밝힘에 따라 박기덕 고려아연 사장이 이사회 의장을 맡아 임시 주총을 진행하기로 했다.
◆고려아연, 주총 직전 영풍 의결권 무력화 움직임
주총에 앞서 고려아연 측의 영풍 의결권 무력화 움직임이 포착됐다. 고려아연 손자회사인 선메탈코퍼레이션(SMC)은 22일 최윤범 회장 일가 및 영풍정밀이 보유하고 있는 영풍 지분 일부를 장외매수 방식으로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SMC가 취득한 영풍 주식 수는 19만226주로 영풍 전체 발행주식 수 184만2040주의 10.33%에 해당하는 규모로, 취득 금액은 575억원이다. SMC는 영풍정밀로부터 21일 종가 기준으로 영풍 지분을 취득했다고 밝혔다.
이는 고려아연 측이 영풍의 의결권을 무력화시키는 의도로 진행된 것으로 해석된다.
상법 제369조3항(상호주 의결권 제한 규정)에 의하면 회사, 모회사 및 자회사 또는 자회사가 다른 회사의 발행주식총수의 10% 초과하는 주식을 가지면, 그 다른 회사가 가지고 있는 회사 또는 모회사의 주식은 의결권을 가질 수 없게 되는데, 이를 고려한 움직임이라는 얘기다.
고려아연은 이러한 상법 규정을 고려해 손자회사인 SMC를 활용한 영풍 지분 취득을 통해 ‘영풍–고려아연–SM홀딩스–SMC’으로 이어지는 기존의 단순 출자관계를 ‘영풍–고려아연–SM홀딩스–SMC–영풍’의 신규 순환출자 관계로 변경시키면서 영풍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 25.42%에 대한 의결권을 무력화하겠다는 의도를 보인 셈이다.
임시주총 전날 이러한 상황이 발생하면서 MBK파트너스도 즉각 입장을 내기 시작했다. MBK파트너스는 23일 오전 입장문을 내고 “SMC를 앞세운 최윤범 회장의 무리한 지배권 방어 행위는 탈법적 순환출자에 따른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SMC는 외국회사에 해당해 상호주 의결권 제한에 관한 상법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SMC가 '해외법인'이자 '유한회사'란 점에서 상법에서 규정하는 상호주 의결권 제한 대상이 아니라는 견해다.
◆MBK·영풍, 의결권 지분 고려아연에 우세
고려아연 측 입장에선 25%에 이르는 영풍 측 의결권을 무력화하는 게 임시 주총 전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막아내기 위한 하나의 방책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고려아연 측 지분은 최윤범 회장과 특별관계자가 17.5%, 여기에 우호 세력으로 거론된 ▲한화그룹(7.76%) ▲현대차(5.05%) ▲LG화학(1.89%) 등을 더하면 34.36%(의결권 기준 39.15%)다. 여기에 지분 4.51%(93만4443주)를 보유한 국민연금도 고려아연 측 우호 지분으로 분류된다.
반면, MBK·영풍 측은 ▲영풍(25.42%) ▲한국기업투자홀딩스(7.82%) ▲장형진 영풍 고문(3.49%) 등이 40.98%(의결권 기준 46.7%)를 보유 중이다. 노르웨이 정부 연기금(NBIM),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CalPERS), 캘리포니아교직원연금(CALSTRS) 등은 주총 개최 이전 표결을 통해 MBK·영풍 측 우호 세력임이 확인된 바 있어 의결권 면에서 다소 유리할 것이라는 분위기가 형성된 바 있다.
◆주총 시간 거듭 지연…파행 가능성 거론
앞서 2015년 MK인베스트먼트가 경영 참여를 시도하며 참여했던 한국토지신탁 주총도 중복 위임장이 발견되면서 예정 시각을 4시간 가까이 넘긴 오후 1시 50분경 시작된 뒤 주총장 안에서도 고성이 오가며 파행을 거듭한 바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도 이같은 상황이 되풀이 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주최 측인 고려아연 측에서 중복 위임장을 근거로 최대한 시간을 끌 여지가 충분하다는 견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법리적인 문제를 따져봐야겠지만 현 상황에서 일부 유리한 것으로 보이는 MBK 측은 예정대로 임시주총이 진행되길 바랄 것”이라며 “고려아연 측은 자신들의 유리한 근거를 들어 임시주총을 파행으로 몰아갈 가능성도 엿보인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투데이 한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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