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가운데)이 지난해 울산광역시에 있는 온산제련소를 방문해 제품 생산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사진=고려아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가운데)이 지난해 울산광역시에 있는 온산제련소를 방문해 제품 생산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사진=고려아연

MBK파트너스와 영풍의 적대적 인수합병(M&A)으로 현 경영진이 교체될 경우 고려아연 임직원은 고용과 급여, 복지 등 근로조건 악화를 가장 많이 우려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어 인력 감축과 구조조정으로 노사 관계가 악화하고 노사대립이 격화될 것이란 답변이 뒤를 이었다.

16일 고려아연에 따르면 이번 설문조사는 지난해 12월 17일부터 23일까지 7일간 고려아연 임직원 1987명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이 가운데 1010명이 설문에 응했다. 설문조사는 신뢰도 제고를 위해 온라인 무기명 방식으로 진행됐다.

먼저 ‘적대적 M&A 성공 시 고려아연에 미치는 가장 부정적인 영향’을 묻는 질문에는 고용과 급여, 복지 등 근로조건 악화(18.6%, 938명, 복수답변 가능)를 꼽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인력 감축과 구조조정에 따른 노사대립 악화가 우려된다는 답변도 두번째로 높은 비율(16.3%, 825명)을 차지했다.

산업과 기업경쟁력, 비즈니스에 미치는 악영향도 우려했다. 핵심 기술 해외 유출(15.9%, 803명)과 비철금속 산업에서의 글로벌 신뢰도 하락(13.2%, 668명)을 지적하는 근로자들이 상당수에 달했으며, 핵심 인력 이탈(12.2%, 615명), 기술 혁신 지연(9.5%, 482명), 비철금속 공급망 혼란으로 유관 산업 악영향(8.6%, 432명) 등이 뒤를 이었다. 해당 문항은 9개 항목 중 5개까지 중복선택이 가능하다.

실제 근로자들에게 직접적인 악영향을 지속적으로 미치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적대적M&A 상황이 오랫동안 지속되면서 임직원들의 불안과 스트레스가 더욱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1차 설문조사와 비교해 불안과 스트레스가 높아졌다고 응답한 근로자가 무려 76.0%(768명)에 달했다. 적대적M&A로 인한 부담이 지속적으로 누적되면서 정신적인 고통이 한층 커졌다는 얘기다.

앞선 설문조사에서 고려아연 임직원 과반수는 영풍과 MBK의 적대적 M&A에 따른 지속적인 언론 노출과 주변의 관심 및 우려가 증가하면서 심리적 부담과 불안을 느낀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이유로 사내 분위기와 조직문화까지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응답이 75%를 넘었다. 적대적M&A로 구성원들이 동요가 한층 심화되면서 회사 경영의 안정성과 인재유출 등 인적자원 관리 부담도 한층 커진 모양새다.

고려아연 경영진이 교체될 경우 ESG 경영에 차질이 생기고, 울산 등 지역사회와의 신뢰관계가 깨질 것이라는 우려는 압도적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무려 91.4%가 ESG실행과 환경보호 등 사회적 책임 수행에 있어 부정적일 것이라고 응답했고, 90.1%(910명)는 지역사회와의 신뢰 관계가 깨질 것으로 내다봤다.

환경오염으로 인해 조업정지 58일 처분 등을 받고 지속적으로 환경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영풍이 MBK와 손을 잡고 적대적M&A에 나선 점이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MBK와 영풍이 이사회를 장악해 경영에 관여할 경우 사업에 직격탄을 맞을 거란 지적도 제기됐다.

응답자 10명 중 9명(90.7%, 916명)은 적대적 M&A가 성공할 경우 글로벌 브랜드로서 신뢰도와 역할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고, 비즈니스 파트너와의 협력 관계 유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도 90.2%(911명)에 달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4개월 이상 이어진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최근 환경오염 문제 등으로 58일간 조업정지 행정처분을 받은 영풍의 적대적M&A가 지속되면서 임직원들이 정신적, 신체적으로 매우 피폐해졌다”며 “비즈니스는 물론, ESG경영과 지역사회에 미치는 악영향을 감안할 때 MBK파트너스와 영풍은 회사의 경쟁력을 훼손하는 행태를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파이낸셜투데이 한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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