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투데이 창간 20주년 특집 설문조사 진행
주요 19개 업종 및 오너&창업&여성 부문 나눠 뽑아
부문별 최고 득표 25명의 최고 경영자 선정

‘革故鼎新(혁고정신)’. 중국 후한시대 교현의 강직함을 칭송하여 채옹이 지은 ‘태위교공비’라는 비문에서 비롯된 사자성어로 ‘어떠한 어려움에도 좌절하지 않는 불굴의 정신’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2025년 을사년(乙巳年) 한국 경제는 경기 침체가 갈수록 심화하는 상황에서 비상계엄과 탄핵사태를 겪은데다 글로벌 관세전쟁 리스크가 겹치며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다. 이른바 ‘사면초가(四面楚歌)’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남다른 경영 안목을 바탕으로 대한민국 경제 위기 극복에 힘을 보태며 젊은 세대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는 이들이 있다. 바로 기업을 진두지휘하는 는 CEO들이다. 파이낸셜투데이가 창간 20주년을 맞아 리서치 전문회사 서던포스트와 함께 설문조사를 진행, 미래세대(20~39세)가 닮고 싶은 25인의 CEO를 선정했다. 구체적으로는 전자&반도체, 자동차, 금융 등 주요 19개 업종의 CEO와 오너&창업&여성 부문 최고경영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해 득표수를 기준으로 25개 부문별 1위를 뽑았다. 조사대상은 업종별 CEO는 2024년 연간 매출액 기준 업종 내 상위 기업, 오너&창업&여성 부문은 한국경제에 대한 기여도를 감안해 정했다. 매출액 자료는 금융정보 기업 에프앤가이드로부터 제공 받았다.

설문조사는 국내 굴지의 조사전문 회사인 서던리서치가 담당했다. 서던리서치는 지난 4월 29일부터 5월 2일까지 나흘간 전국의 2030 세대 400명을 대상으로 ‘가장 닮고 싶은 CEO가 누구인지 1명씩 고르라’는 설문조사를 진행해 부문별로 최고 득표한 경영인을 뽑았다. 오너&창업&여성 CEO 역시 같은 방식으로 선정했다. 취임  6개월 미만 CEO는 대상에서 제외했다. 

(왼쪽부터)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사장,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서강현 현대제철 사장, 허윤홍 GS건설 사장, 최성안 삼성중공업 부회장.
(왼쪽부터)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사장,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서강현 현대제철 사장, 허윤홍 GS건설 사장, 최성안 삼성중공업 부회장.

먼저 에너지 부문에서는 성공 DNA로 사업 경쟁력을 증명해 도약의 기회를 만들어 가고 있는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사장이 41.0%의 득표율로 가장 많은 표를 받았다. 박 사장은 대내외 환경 불확실성 극복을 위해 본원적 경쟁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화학 부문에서는 신학철 LG화학 부회장(51.8%)이 선정됐다. 신 부회장은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공을 들이고 있는 ‘선택과 집중’에 발맞춰 LG화학의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철강 부문에서는 절반 이상의 압도적 지지를 받은 서강현 현대제철 사장(60.0%)이 이름을 올렸다. 서 사장은 ‘수익 중심의 사업 체계 강화’ ‘탄소중립 실행의 효율성 제고’ ‘미래 성장 기반 확보’라는 세 가지 사업전략을 통해 어려운 경영환경을 극복해나가고 있다.

장기 침체기를 끝내고 다시 기지개를 펴고 있는 건설 부문에서는 허윤홍 GS건설 사장(38.7%)이 선정됐다. 허 사장이 이끄는 GS건설은 주력인 주택사업과 플랜트사업에서의 풍부한 수주로 수익성 개선에 ‘청신호’를 켠 상황이다.

슈퍼호황을 지속하고 있는 한국 조선업계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CEO는 최성안 삼성중공업 부회장(28.0%)이었다. 최 부회장이 이끄는 삼성중공업의 예상 영업이익은 올해 5030억원, 2026년 7730억원, 2027년 1조2110억원으로 ‘영업이익 1조원 시대’ 개막이 예상되고 있다.

(왼쪽부터) 우기홍 대한항공 부회장, 장재훈 현대자동차 부회장, 김승환 아모레퍼시픽 사장, 윤상현 CJ ENM 사장, 박주형 신세계 사장.
(왼쪽부터) 우기홍 대한항공 부회장, 장재훈 현대자동차 부회장, 김승환 아모레퍼시픽 사장, 윤상현 CJ ENM 사장, 박주형 신세계 사장.

우기홍 대한항공 부회장(31.0%)는 항공&운송 부문에서 가장 닮고 싶은 CEO로 선정됐다. 한진그룹 경영권 방어, 한진칼 지배구조 안정화, 대한항공 중심의 메가캐리어 탄생 등 핵심 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해온 우 부회장은 올해 1월 임원인사에서 경영성과를 인정받아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자동차&타이어 부문에서는 G80, GV80 등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를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시키고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리는 데 큰 공을 세운 장재훈 현대자동차 부회장(37.5%)이 가장 많은 표를 받았다. 장 부회장은 정의선 회장의 든든한 오른팔로서 현대차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고 혁신을 이어가는데 앞장서고 있다.

화장품&의류&완구 부문에서는 김승환 아모레퍼시픽 사장(35.5%)이 선정됐다. 김 사장이 이끌고 있는 아모레퍼시픽은 서구권 시장에서의 매출을 끌어올리며 K뷰티 원조 톱3 중 나홀로 상승을 이어가고 있다.

K-콘텐츠 첨병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미디어&엔터테인먼트&광고 부문에서는 윤상현 CJ ENM 사장(45.8%)이 이름을 올렸다. CJ ENM은 올해 1분기 불확실한 경영 환경 속에서도 모바일 라이브 커머스 거래액 성장에 힘입어 견조한 실적을 달성했다.

주도권을 놓고 온라인과 오프라인 채널 간 경쟁이 격화하고 있는 소매&유통 부문에서는 박주형 신세계 사장(37.8%)이 정상에 올랐다. 박 사장은 신년부터 전국 각 지점의 대규모 리노베이션을 예고하고, 핵심 점포 재단장과 신규 점포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왼쪽부터) 강신호 CJ제일제당 부회장, 조욱제 유한양행 사장, 정상혁 신한은행장,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 김미섭 미래에셋증권 부회장.
(왼쪽부터) 강신호 CJ제일제당 부회장, 조욱제 유한양행 사장, 정상혁 신한은행장,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 김미섭 미래에셋증권 부회장.

강신호 CJ제일제당 부회장은 식음료(필수 소비재) 부문에서 32.5%의 표를 얻으며 1위 자리에 올랐다. 지난해 3년 만에 다시 CJ제일제당 대표이사로 돌아온 강 부회장은 올해 화두를 ‘글로벌’ ‘신성장동력 확보’ ‘수익성 극대화’로 잡고 K푸드 영토 확장을 가속화하고 있다.

제약 부문에서는 조욱제 유한양행 사장(33.5%)이 선정됐다. 유한양행은 국산 폐암 신약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 기술수출에 따른 라이선스 수익이 크게 늘며 1분기 호실적을 기록했다.

은행 부문에서는 정상혁 신한은행장(25.8%)이 이름을 올렸다. 2023년 은행장에 오른 정 행장은 지난해 당기순이익 3조6954억원 달성을 이끌며 ‘리딩은행’ 타이틀을 되찾는데 큰 공을 세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리딩금융’ 타이틀을 사수하고 있는 KB금융지주의 양종희 회장(29.8%)은 금융지주 부문에서 가장 높은 표를 얻었다. KB금융지주는 지난 1분기 당기순이익 1조6973억원 수준을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며 최고 금융그룹의 자리를 더 굳건히 했다.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의 철학을 이어 받아 해외 사업 전략을 개선한 김미섭 미래에셋증권 부회장(30.0%)은 증권 부문에서, 지난해 보험업 담당 대표로 취임해 지주사 전환 작업에서 핵심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조대규 교보생명 사장(24.8%)은 보험 부문에서 가장 닮고 싶은 CEO로 선정됐다.

(왼쪽부터) 조대규 교보생명 사장,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장, 김영섭 KT 사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왼쪽부터) 조대규 교보생명 사장,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장, 김영섭 KT 사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미·중 무역 갈등 완화로 글로벌 수요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전자&반도체 부문에서는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38.8%)이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다.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메모리(HBM)을 앞세워 올해 1분기 D램 부문 글로벌 점유율 1위에 올라 시장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트럼프 미 대통령 취임 후 전 세계에서 독자 방위 기조가 확산하는 가운데 K방산 대표 기업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손재일 사장(44.0%)이 방산 부문에서 1위를 기록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 5608억원으로 1년 전보다 15배 가까이 급증했다. 손 사장은 “폴란드, 루마니아에서 대규모 수주에 성공하는 등 방산 분야에서 명실상부한 한국 대표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며 “앞으로 글로벌 초일류 방산기업으로 도약하는 데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통신 서비스 부문에서는 김영섭 KT 사장(35.5%)이 이름을 올렸다. KT는 올해 1분기 큰 폭의 영업이익 성장을 거뒀다. 2분기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개발한 한국적 AI 모델을 출시하는 등 가시화된 협업 성과를 선보일 예정이다.

오너 CEO 제조 부문에서 가장 닮고 싶은 CEO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41.8%). 비제조 부문에서는 정용진 신세계 회장(41.5%), 금융 부문에서는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28.5%)이 선정됐다.

삼성전자 이 회장은 올해를 ‘근원적 경쟁력 회복의 해’로 삼겠다고 공언하고 기술력 혁신에 집중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용진 신세계 회장,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 김선희 매일유업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왼쪽부터) 정용진 신세계 회장,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 김선희 매일유업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지난해 회장 취임 이후 수익성 강화에 방점을 두고 허리띠를 졸라매온 신세계 정 회장은 이마트가 8년 만에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달성하는 쾌거를 주도하며 ‘능력’을 증명했다.

취임 이후 교보생명에 변화와 혁신을 주문하고 체질 개선을 해온 신 회장은 최근 발목을 잡아온 풋옵션 문제를 해결하며 숙원이던 ‘교보의 금융그룹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취임 당시 IMF 외환위기 여파로 순손실을 기록했던 교보생명은 현재 연간 7000억원에 달하는 순이익을 올리고 있다. 26조원 수준이었던 자산 규모도 122조원을 넘어서며 국내 생보업계 ‘빅3’를 유지하고 있다.

해외 금융 시장 개척의 선구자로 꼽히는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35.2%)는 창업 CEO 부문에서 젊은 세대들의 가장 많은 표를 얻었다. 미래에셋은 2018년 미국 ETF 선도기업 글로벌 엑스(X) 인수를 시작으로, 2022년 호주 운용사 글로벌 X 오스트레일리아, 2023년에는 로보어드바이저 스탁스팟, 유럽 ETF 시장조성사 GHCO 등을 인수했다. 지난해 11월엔 인도 현지 증권사 쉐어칸 인수를 마무리하고 올해 초 미래에셋쉐어칸을 출범시키는 데 성공했다.

여성 CEO 제조 부문에서는 김선희 매일유업 부회장(30.0%), 비제조 부문에서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58.3%)이 가장 닮고 싶은 CEO로 선정됐다.

지난 3월 28일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대표이사로 재선임된 매일유업 김 부회장은 리스크 관리와 수익성 방어에 초점을 맞춰 안정적인 경영을 이끌고 있다.

호텔신라 이 사장은 팬데믹 이후 면세 수요 회복이 더딘 상황에서 “매력적인 상품을 만들고 운영 효율을 최적화해 위기 극복과 생존을 넘어 새로운 성장의 기틀을 마련해나가겠다”며 회사를 정상 궤도로 돌려놓겠다는 강한 의지를 밝힌 바 있다.

파이낸셜투데이 한종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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