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입경영' 나서며 실적 반등 이끌어
글로벌 인맥 활용해 영향력 확대
파이낸셜투데이와 리서치 전문기업 서던포스트가 공동 기획한 ’미래세대가 닮고 싶은 CEO‘ 는 전국의 2030 남녀 400명을 대상으로 주요 19개 업종과 오너&창업&여성 부문 최고경영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선정했다. 주요 19개 업종의 조사대상 기업은 에프앤가이드로부터 받은 2024년 기준 매출액 자료를 토대로 정했고, 오너&창업&여성 CEO 부문은 한국경제에 대한 기여도를 감안해 설문 대상을 선정했다. (편집자주)
파이낸셜투데이 창간 20주년 특집 설문조사 ‘미래 세대가 닮고 싶은 오너CEO’ 비제조 부문에서 정용진 신세계 회장이 1위에 올랐다. 정 회장은 이번 설문조사에서 41.5%의 유효퍼센트를 얻었다.
신세계그룹은 2011년 이마트와 백화점, 2개 회사로 분할해 운영하고 있다. 1968년생인 정 회장은 이명희 신세계그룹 총괄회장의 장남이다. 그는 2011년부터 이마트를 이끌었으며 지난해 3월에는 회장으로 승진했다.
정 회장은 승진과 함께 ‘몰입 경영’에 나서고 있다.
먼저 신세계그룹의 재도약을 위한 비상 경영체제를 가동했다. 고강도 인적 쇄신과 수익성 중심의 사업 구조조정에 착수하면서 신세계그룹에는 한차례 폭풍이 불었다.
임직원 평가를 위해 KPI(핵심성과지표)를 새롭게 설계하고 모든 경영진의 연봉·승진·유지 여부를 정량적 수치에 따라 평가하는 체계를 도입했다. 성과를 낸 조직과 임직원에게는 확실히 보상하고 그렇지 못하면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는 정 회장의 ‘신상필벌’ 원칙이 뒷받침된 것이다. 이를 기반으로 전례 없는 수시 인사도 도입했다.
그 결과, 임기를 2년 앞둔 강희석 이마트 대표가 퇴임했고 ‘재무통’ 한채양 대표가 승진과 함께 이마트 대표를 맡게 됐다. 또 실적이 부진한 정두영 신세계건설 대표가 퇴임했으나 스타벅스의 운영사인 SCK컴퍼니의 경우 흑자구조를 이끈 손정현 대표가 유임되면서 성과주의가 본격화됐다.
변화 양상이 가장 큰 곳은 대형마트 부문이다. 정 회장의 지시에 따라 이마트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희망퇴직에 나서면서 인력효율화를 진행했다.
수익성 중심 경영에도 나섰다. 그간 이마트가 추진해온 다점포 전략 대신 고효율 점포 확대로 전략을 선회했다. 이마트는 올해 핵심 상권인 수도권에만 3개의 신규 점포를 내며 외형 성장에 나섰다. 이는 2020년 이후 집중했던 점포 효율화의 성과가 바탕이 된 것이다.
이마트와 대형슈퍼마켓 이마트에브리데이를 합병하며 통합매입을 통한 규모의 경제 실현에도 나섰다. 통합매입을 통해 개선된 원가 절감분이 재투자되는 구조다.
지난해부터 주요 생필품을 상시 최저가 수준으로 제공한 ‘가격파격 선언’과 올 1월부터 진행한 ‘고래잇 페스타’는 높은 가격 경쟁력으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신사업 대신 노브랜드와 트레이더스 등 할인점에 집중하는 것도 달라진 모습이다. 이커머스 계열사의 물류 경쟁력을 높이고자 CJ그룹과 동맹 관계도 구축했다. 실제로 SSG닷컴은 CJ대한통운이 보유한 전국 700여개의 물류 인프라를 통해 배송 커버리지를 빠르게 넓히는 중이다. 지마켓은 알리바바인터내셔널과 조인트 벤처를 설립해 글로벌 플랫폼과 시너지 창출에 나섰다.
그간의 성과는 지표로 나타나고 있다. 이마트는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7조2189억원과 영업이익 1539억원을 거뒀다.
매출 자체는 지난해 1분기와 비슷하나 영업이익이 238.2%나 늘어난 것이 주목받는다. 이마트 별도 기준으로도 총매출은 4조6258억원, 영업이익은 1333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각각 10.1%, 43.1% 증가했다. 별도 영업이익은 1분기 기준 2018년 이후 7년만에 최대 실적이다.
정 회장은 통상 외교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 관세 정책으로 대미(對美) 관계 구축이 중요해진 상황에서 정 회장의 인맥이 빛을 발하고 있다는 의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가 지난달 방한했다. 이는 트럼프 주니어와 친분이 깊은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의 요청으로 이뤄진 것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막후 실세’로 통하는 트럼프 주니어의 방한은 트럼프 행정부와 이어지는 소통 채널을 만들어달라는 국내 재계의 목소리가 반영됐다. 면담 내용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으나 개별 기업의 대미(對美) 관심 사업과 한미 경제 협력 방안 등이 주로 논의됐을 것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정 회장은 한국에 도착해 여장도 풀지 않은 트럼프 주니어를 곧바로 자택으로 초청해 2시간에 걸친 환영 만찬을 베푼 것으로 알려졌다. 숙소는 물론 국내 기업인과의 면담 장소까지 제공하며 물심양면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정 회장은 지난 14일(현지시간) 카타르를 방문 중인 트럼프 대통령을 위해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카타르 군주(에미르)가 주최한 국빈만찬에도 참석했다. 이번 초청은 미국과 카타르 양국 합의하에 초청받아 만찬에 참석하게 됐다.
정 회장은 한국 기업인으로는 유일하게 이 자리에 초대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당시 셰이크 타밈 군주에게 “카타르를 비롯한 중동과 한국의 다양한 교류에 관심이 많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회장의 카타르행은 지난달 말 셰이크 타밈 군주의 정식 초청으로 성사된 것으로 전해진다. 카타르 측은 정 회장이 대미(對美) 관계 측면에서 아시아의 영향력 있는 소통 채널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파이낸셜투데이 신용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