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직구에 지마켓 고객 데이터 활용 불가능
데이터 통합 막혀 큐레이션 서비스 제한돼
“폭발적 성장 제동…규제 해소 후 탄력 기대”

신세계그룹과 중국 알리바바그룹의 합작법인 설립이 확정됐다. 사진=신세계그룹 뉴스룸
신세계그룹과 중국 알리바바그룹의 합작법인 설립이 확정됐다. 사진=신세계그룹 뉴스룸

신세계그룹과 중국 알리바바그룹의 합작법인 설립이 드디어 확정됐다. 이로써 쿠팡과 네이버쇼핑의 이커머스 양강체제가 흔들릴 것이란 전망이 나올 정도다. 그러나 신세계·알리 합작법인이 초반 강세를 점칠 수 있는 ‘해외 직구(해외상품을 한국에 판매)’ 서비스가 규제당국으로부터 일부 제동을 받게 되면서 단기간 내에 폭발적인 성장에 나서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2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한국 공정거래위원회는 신세계그룹과 알리바바그룹이 합작회사를 설립해 지마켓(G마켓·옥션)과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를 함께 지배하는 기업결합을 승인했다.

신세계그룹과 알리바바그룹이 만든 합작회사 이름은 ‘그랜드오푸스홀딩’이다. 신세계그룹과 중국 알리바바그룹이 5대5로 출자해 설립하는 합작법인으로 자회사에 지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가 편입된다.

이마트가 지마켓의 지분 100%를 투자하며 알리바바그룹은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 지분 100%와 현금 3000억원을 출자해 그랜드오푸스홀딩의 지분을 각각 50%씩 보유한다.

합작법인은 소비자와 중소 셀러(판매자)의 선택권과 혜택을 강화해 국내 온라인 시장을 양분한 쿠팡과 네이버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수십년간 신세계와 지마켓이 확보한 한국 유통시장 노하우와 알리바바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합친 시너지가 승부수다.

이번 합작을 통해 한국 상품의 해외 판매 판로는 확대됐다. 

‘1세대 이커머스’ 지마켓의 60만 셀러가 알리바바가 진출한 유럽·아시아·미국 등 글로벌 네트워크에 제품을 직접 판매할 수 있게 됐다.

알리바바는 드넓은 유통망에도 불구하고 제품 경쟁력과 신뢰도 면에서 약점을 드러내고 있어 상대적 강점을 지닌 ‘K콘텐츠’와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을 유통할 수 있다.

이러한 구조를 통해 합작법인은 전세계적으로 펼쳐지는 셀러의 물품 판매 수수료를 확보할 수 있다.

사진=공정위
사진=공정위

다만 공정위가 합작법인 설립을 조건부로 승인하면서 해외직구 서비스에는 다소 제동이 걸리게 됐다.

공정위는 그랜드오푸스홀딩 자회사로 편입되는 지마켓과 알리를 독립적으로 운영하도록 하면서 국내 소비자 데이터를 기술적으로 분리할 것을 요구했다. 또 국내 온라인 해외직구 시장에서 상대방의 소비자 데이터(이름·ID·이메일·전화번호·서비스 이용기록·검색이력 등) 공유를 금지했다. 이러한 합병 조건은 향후 3년간 유지되며 공정위는 시장상황 변동 등 검토해 이를 연장할 수 있다.

지마켓은 출범한지 20년이 넘어 5000만명이 넘는 회원 정보를 보유하고 있다. 알리바바그룹은 이러한 정보를 활용해 한국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해왔다.

그러나 공정위는 해외직구 부문에서 지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의 데이터적 융합, 공동 개인화 추천 서비스 등의 서비스를 제한했다. 합작법인이 ‘데이터 축적→맞춤형 광고·서비스 품질 향상→이용자 유입 증가’가 흐름이 강화되고 ‘이용자 수 증가→판매자 유입→이용자 수 추가 증가’가 맞물려 쏠림현상이 한층 더 강화돼 시장지배력이 강화될 우려가 크다는 이유다.

문제는 플랫폼 간 소비자 데이터 공유가 제한돼 고객 선호나 구매 패턴을 기반으로 한 맞춤형 추천이나 광고, 상품 큐레이션(정렬) 등의 고도화가 어렵다는 것이다. 또 통합된 데이터가 없어 플랫폼 최적화나 운영상의 시너지를 단기간 내에 내기에도 어렵다.

해외직구 시장 내 고객정보 공유 금지 조건도 치명적이다. 예를 들어 알리바바그룹의 글로벌 플랫폼(티몰·라자다·알리익스프레스 등)이 지마켓 국내 고객 데이터를 활용해서 해외 제품을 추천하는 전략을 구사하기가 쉽지 않다. 

알리바바그룹의 강점은 데이터 활용이다. 그간 알리바바는 누적된 데이터를 활용해 데이터 기반 추천과 광고, 상품 노출 알고리즘에 강점을 갖고 소비자 추천 서비스를 선보여왔다. 그러나 지마켓의 정보를 당장 확보할 수 없어 사실상 데이터를 새로 쌓아가야 하는 상황이다.

그간 알리바바그룹은 중국산 제품을 대량으로 값싸게 판매하면서 ‘규모의 경제’를 조성해왔다. 그러나 앞으로 3년간 지마켓과 분리 운영 조건이 달려 합병에 따른 즉각적 통합 효과를 내기 어렵다. 이때문에 유통업계 안팎에서는 합작법인 출범에도 불구하고 알리바바그룹 입장에서 단기적으로 투자 대비 효율성이 높지 않을 것이란 평가를 내리고 있다.

사진=지마켓
사진=지마켓

다만 중장기적인 성장세를 기대해볼 여지는 있다.

공정위가 3년 뒤에 지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의 분리 운영을 해소하고 해외직구 시장 내 고객 정보 활용을 허가하는 등 기업결합 조건을 종료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된다면 합작법인은 고객 정보와 알고리즘을 결합한 마케팅 고도화와 해외직구 사업 본격화가 가능해진다. 물류와 IT 시스템 통합으로 비용 절감, 배송 경쟁력도 강화된다.

한 유통업계 전문가는 “알리바바그룹은 공정위 규제가 유효한 3년 내로는 각 사의 독립경영을 통한 한국 시장 확대를 노릴 것”이라며 “공정위가 결합조건을 해소한 이후에는 데이터와 플랫폼 통합에 따른 해외직구 사업을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신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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