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희, 딸 정유경에 지분 증여…“계열분리 속도”
‘이마트·신세계 양사 지분’ SSG닷컴 지분정리 시급
물적분할·지분양도 등 시나리오 제시…“시너지 관건”
신세계그룹의 계열 분리가 눈앞에 다가왔다. 이명희 신세계그룹 총괄회장이 보유 중인 ㈜신세계 지분 전량을 딸 정유경 ㈜신세계 회장에게 증여하면서다. 빠르면 올해 안으로 이마트와 신세계의 계열분리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어 양사가 함께 지분을 보유한 이커머스 플랫폼 ‘SSG닷컴’의 지분 정리가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은 이명희 회장의 ㈜신세계 지분 10.21% 전량을 정유경 ㈜신세계 회장에게 증여하는 내용의 거래계획 보고서를 지난달 30일에 공시했다.
증여 시점은 다음 달 30일이다. 이번 증여로 정유경 회장이 보유한 ㈜신세계 지분은 현재 18.95%에서 29.16%로 늘어난다.
신세계는 “각 부문 독립경영과 책임경영을 공고히 하고자 이번 증여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신세계그룹은 20여년간 순차 증여와 주식 교환 등을 통해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경영하는 이마트와 정유경 회장이 운영하는 ㈜신세계(백화점 운영)의 계열사를 양분하는 구조를 만들어 왔다.
안정적인 계열분리를 위해서는 이명희 회장이 보유한 지분을 정용진·정유경 남매에게 전달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를 위해 이명희 회장은 지난 2월 정용진 회장에게 이마트 지분 10% 전량을 시간 외 거래로 매각했고 이번에는 정유경 회장에게 ㈜신세계 지분을 증여하면서 지분 정리가 마무리됐다.
정유경 회장이 이명희 회장으로부터 이달 30일에 지분을 증여받는 작업이 마무리되면 남매간 계열 분리 작업은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그룹이 공정거래위원회에 계열분리를 신청하게 되면 ▲상호 주식소유 요건 ▲임원겸임 관계 ▲채무보증 및 자금대차 관계 등의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그중에서 주식소유 요건을 충족시키려면 상장사 기준 상호 보유지분 3% 미만, 비상장사 기준 10% 미만 등의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계열분리를 위해서는 각 계열사간 지분 정리가 이뤄져야 한다. 그중에서 양사가 지분을 보유한 핵심 업체로 SSG닷컴이 있다. 현재 SSG닷컴 지분은 ▲이마트 45.6% ▲신세계 24.4% ▲SPC(특수목적법인) ‘올림푸스제일차’ 30%가 각각 보유하고 있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SSG닷컴의 지분을 이마트나 신세계, 한 쪽이 지분을 10% 미만으로 낮춰야 한다.
신세계그룹은 2014년에 신세계몰, 이마트몰 등으로 분산된 계열사 온라인 쇼핑몰을 SSG닷컴으로 통합했다. 신세계그룹 내 온라인 사업을 전담하는 법인을 신설해 온라인 사업을 집중하기로 했다.
신세계그룹은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의 온라인 사업 부문을 각각 물적분할해 법인으로 만들어 합병법인 SSG닷컴을 출범했다. 또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와 BRV캐피탈매니지먼트 등 FI(재무적투자자)로부터 1조원을 유치했다. 상장을 통해 30%의 지분을 보유한 FI에게 수익을 돌려주기로 한 것이다.
SSG닷컴이 2023년 기준 매출액 1조원, 총거래량(GMV) 5조원 이상을 기록하면서 몸집은 키웠지만 쿠팡, 네이버쇼핑 등에 밀려 시장 판도를 바꾸지는 못했다.
따라서 2022년부터 추진해오던 상장 작업에도 차질을 빚으며 기존의 FI와 갈등을 빚었다. 지난해에 신세계그룹은 기존 FI의 지분을 1조1500억원에 되사기로 합의했다. 이후 KDB산업은행, 신한은행, NH투자증권 등이 참여한 올림푸스제일차로부터 재투자를 받으면서 위기는 벗어날 수 있었다.
IB(투자은행)업계에서는 신세계그룹이 비교적 빠르게 SSG닷컴의 투자금 문제를 해결한 것을 두고 계열분리를 원활하게 하기 위한 작업으로 풀이한다. SSG닷컴을 다시 신세계그룹에서 물적분할한 뒤에 이마트와 신세계 각사의 지분을 교환하는 안건이 현재 유력하다. 이 과정에서 FI와 지배구조 변경에 대한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설득 과정에서 새로운 FI와 협력하는 안이 더 원활하다고 봤다는 것이다.
SSG닷컴이 신세계그룹에서 물적분할한다면 이마트 쪽으로 지분이 크게 쏠릴 가능성이 높다. 정용진 회장의 주도로 신세계그룹의 이커머스 사업이 대폭 확대됐다는 점에서 SSG닷컴과 이마트간 시너지가 크다는 주장이다.
다만 SSG닷컴이 이마트뿐만 아니라 신세계백화점의 온라인 전용관 역할도 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이 이마트에 SSG닷컴 지분 전량을 넘긴다면 신세계백화점이 별도로 온라인몰을 구축해야 한다. 이마트 입장에서도 이미 지마켓을 보유한 상황에서 업종이 겹치는 SSG닷컴을 단독으로 떠맡게 된다면 부담이 크다.
IB업계 관계자는 “신세계가 신세계라이브쇼핑 등을 육성하면서 이커머스 부문을 확대하고 있지만 아직은 규모 자체가 크다고 보기는 어렵다”라며 “신세계가 보유한 SSG닷컴 지분가치는 올림푸스제일차 지분 인수대금과 비교할 때 약 9353억원에 달한다. 신세계가 이마트에 SSG닷컴 지분을 매각한다면 대규모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으나 이마트의 빠듯한 자금 상황을 고려할 때 쉬운 시나리오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신용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