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색채’ 비욘드신세계·비아신세계, 첫 선
‘지분정리 유력’ SSG닷컴 대신 자체 이커머스 꾸려
이마트, SSG닷컴 지분 가져갈 듯…“계열분리 속도”

정유경 (주)신세계 회장. 사진=신세계
정유경 (주)신세계 회장. 사진=신세계

정유경 신세계 회장이 계열분리에 속도를 냈다. 계열분리의 핵심 고리인 그룹 통합 이커머스 ‘SSG닷컴’을 대체할 자체적인 이커머스 플랫폼과 여행채널을 마련하면서다.

신세계는 최근 백화점 공식 애플리케이션 내에 온라인 쇼핑 채널(이커머스) ‘비욘드신세계(BEYOND SHINSEGAE)’와 프리미엄 여행 플랫폼 ‘비아신세계(VIA SHINSEGAE)’를 선보였다.

비욘드신세계는 신세계백화점의 220여개 브랜드의 상품을 한곳에 모아 온라인 결제까지 가능한 원스톱 쇼핑 경험을 제공한다.

백화점 상품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비교하고 구매까지 할 수 있다. SSG닷컴의 전자결제와 배송 시스템을 비욘드신세계에 도입해 원활한 소비자 경험을 전할 수 있다. 그간 신세계백화점의 온라인 상품 판매는 SSG닷컴에서 이뤄졌으며 기존 신세계백화점 앱에서는 상품 검색만 가능했다.

그간 SSG닷컴은 이마트를 비롯해 그룹의 상품과 서비스의 전시 및 판매처 역할을 하면서 온라인판 대형마트 역할을 한다. 프리미엄 이미지가 중요한 신세계백화점과 SSG닷컴은 다소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적지 않게 나왔다.

신세계는 12월말까지 비욘드신세계에서 구매한 금액의 50%를 다음해 신세계백화점 VIP 실적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SSG닷컴에서 신세계백화점 물건을 구매하더라도 VIP 실적으로 인정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차별화가 이뤄진다. SSG닷컴을 이용하던 기존 신세계백화점의 소비자들이 대거 비욘드신세계로 옮겨갈 것으로 전망된다.

신세계백화점 이성환 영업전략 담당 상무는 “비욘드신세계는 단순한 온라인 쇼핑이 아닌 신세계백화점의 큐레이션 역량을 온라인에 구현한 첫 시도”라며 “차별화된 서비스로 새로운 쇼핑 루틴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비아신세계는 ‘패러다임을 바꾸는 고품격 여행의 경험’을 내세운 프리미엄 여행 콘텐츠 플랫폼이다.

서비스 출범과 함께 유현준 건축가가 동행하는 이탈리아 건축 여행, 피아니스트 임윤찬의 카네기홀 공연 관람 패키지, 아시아 최초 싱가포르 디즈니 크루즈 등 이색 여정이 대거 공개됐다.

프리미엄 여행 콘텐츠를 내세운 만큼 상품 가격대도 매우 높다. 적게는 1600만원에서 많게는 3500만원대까지 배치됐다.

목적지, 동행 인원, 프로그램 모두 비공개인 여행 상품도 있다. ‘OFF THE MAP’ 상품은 소비자가 2인 기준 200만원만 내면 왕복 항공권과 4~5성급 호텔, 식사 등 전 일정이 포함된 고품격 여행을 경험할 수 있다. 앱 내 ‘트레블 마일리지 챌린지’ 미션을 통해 일정 마일리지를 적립해야만 자동 응모가 되는 형태다.

비아신세계는 신세계백화점의 주 소비자층인 VVIP를 위한 차별화된 여행 콘텐츠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쇼핑 채널(이커머스) ‘비욘드신세계(BEYOND SHINSEGAE)’ 메인 이미지. 사진=신세계
온라인 쇼핑 채널(이커머스) ‘비욘드신세계(BEYOND SHINSEGAE)’ 메인 이미지. 사진=신세계

유통업계 안팎에서는 신세계의 자체적인 이커머스 플랫폼과 여행채널 출범을 두고 이마트와의 계열분리를 염두에 둔 움직임으로 풀이한다.

신세계그룹은 2014년에 이마트몰과 신세계몰 등으로 흩어져 있던 온라인 플랫폼을 통합한 SSG닷컴을 출범시켰다. 이후 이마트와 신세계의 온라인 사업 부문을 각각 물적분할해 단일 커머스 법인 SSG닷컴이 탄생됐다.

현재 이마트는 45.6%, 신세계는 24.4%의 SSG닷컴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이 계열분리를 하기 위해서는 각 계열사간 지분 정리가 필요하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SSG닷컴의 지분을 이마트나 신세계, 한쪽이 지분을 10% 미만으로 낮춰야 한다.

SSG닷컴이 신세계그룹에서 물적분할한다면 이마트 쪽으로 지분이 크게 쏠릴 가능성이 높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의 주도로 신세계그룹의 이커머스 사업이 대폭 확대됐다는 점에서 SSG닷컴과 이마트간 시너지가 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신세계백화점이 자체적인 온라인 전용관을 꾸릴 것이란 전망이 올해초부터 나왔다.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 간 지분 관계가 얽혀 있는 SSG닷컴이 정리되면 양사의 계열분리가 빠르게 이뤄질 수 있다.

신세계그룹은 지난해 10월 정기 임원인사를 발표하면서 백화점 부문과 이마트 부문간 분리를 공표했다. 이어서 지난 2월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모친인 이명희 신세계그룹 총괄회장으로부터 이마트 지분 10%를 넘겨받았다. 정유경 신세계 회장도 지난 4월 이명희 총괄회장으로부터 ㈜신세계 지분 10.21%를 증여받았다. 이를 통해 신세계그룹 오너가는 상호 보유하고 있는 지분 관계를 정리했다.

재계 관계자는 “비욘드신세계와 비아신세계가 SSG닷컴을 대체할 정도로 빠르게 시장에 안착한다면 신세계그룹의 계열분리도 속도가 붙게 된다”이라며 “계열분리가 이뤄진다면 정유경 회장만의 경영 색채가 더욱 두드러질 것”이라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신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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