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버스터 신약’ 렉라자 성과 이끌어
R&D 중심 전략으로 선순환 구조 마련
파이낸셜투데이와 리서치 전문기업 서던포스트가 공동 기획한 ’미래세대가 닮고 싶은 CEO‘ 는 전국의 2030 남녀 400명을 대상으로 주요 19개 업종과 오너&창업&여성 부문 최고경영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선정했다. 주요 19개 업종의 조사대상 기업은 에프앤가이드로부터 받은 2024년 기준 매출액 자료를 토대로 정했고, 오너&창업&여성 CEO 부문은 한국경제에 대한 기여도를 감안해 설문 대상을 선정했다. (편집자주)
파이낸셜투데이가 진행한 창간 20주년 특집 설문조사에서 ‘미래세대가 닮고 싶은 CEO’ 제약 부문에 조욱제 유한양행 대표이사(사장)가 선정됐다. 조 사장은 설문조사에서 33.5%의 유효 퍼센트를 기록해 해당 부문에서 1위를 기록했다.
조 사장은 1955년생으로 경남 마산고등학교와 고려대학교 농화학과를 졸업한 후 1987년 유한양행에 입사했다. 이후로 영업부만 30년 근무한 ‘영업전문가’라는 평가를 받으며 병원지점장과 전문의약품(ETC)영업1부장 등을 거쳤다.
부사장으로 일하던 중 2020년 7월 업무총괄을 맡았고 2021년 3월 유한양행 대표에 취임했다. 지난해 3월 연임에 성공하면서 2027년까지 직을 맡게 됐다.
유한양행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기업의 정체성으로 삼는 기업이다. 창업주 유일한 박사가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1969년부터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하면서 내부 발탁을 택해왔다.
평사원 출신에서 입사 34년 만에 대표직을 맡은 조 사장은 R&D 중심의 사업 전략을 펴고 있다. 신약 개발이 제약사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만큼 R&D에 대한 투자를 바탕으로 성과를 낸다는 뜻이다.
대표적인 성과가 ‘렉라자(성분 레이저티닙)’다. 비소세포폐암 치료제인 렉라자는 국내 기업 최초로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의약품이다. 유한양행이 지난 10여년간 실행한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첫 번째 성공 사례다.
2015년 유한양행은 국내 바이오 기업 오스코텍으로부터 렉라자 후보물질을 도입한 뒤 자체 임상을 거치며 물질 최적화와 공정개발, 임상 등을 진행했다. 유한양행은 2018년 존슨앤존스의 자회사인 ‘얀센’에 글로벌 개발·판매 권리(국내 제외)를 12억5500만달러(약 1조6000억원)에 다시 수출했다.
얀센이 개발한 이중 억제 항체 치료제 ‘리브리반트’와 렉라자를 병용 투여한 치료법은 2024년 8월 미국 식품의약국으로부터 폐암 1차 치료제로 품목허가를 받았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렉라자의 미국 출시 이후 6000만달러(804억여원) 규모의 마일스톤(기술 이전 후 임상 단계에 따라 받는 기술료)을 수령했다. 통상적으로 신약 수출이 이뤄지면 계약 성사시 ‘계약금(업프런트)’을 받고 이후 임상 단계에 따라 ‘마일스톤’을 받으며 신약 출시에 로열티를 따로 받는 형태가 이뤄진다.
올해에는 일본, 유럽, 중국 등에서의 마일스톤 유입이 기대된다. 지난 3월 일본 후생노동성이 렉라자와 리브리반트 1차 치료제로 승인받으면서 1500만달러(220억여원) 마일스톤이 예상된다.
유럽에서도 지난해 12월 EMA(유럽의약품청)이 같은 용법을 승인을 받았고 올해 하반기에 마일스톤 3000만달러(약 440억원)를 받을 전망이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렉라자의 판매 로열티 및 마일스톤 합산 금액을 917억원으로 보고 있다.
렉라자가 미국 FDA 승인을 획득하면서 유한양행의 비전인 ‘글로벌 50대 제약사 진입’에 속도가 붙게 됐다. 이를 위해 유한양행은 매년 전체 매출의 약 20% 이상을 R&D 비용으로 투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포스트 렉라자’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다. 현재 유한양행은 지아이오베이션으로부터 도입한 ‘YH35324’를 아토피 피부염, 만성 두드러기, 알레르기 천식, 식품 알레르기 등 면역글로불린 E 매개 알레르기 질환 치료제로 개발 중이다.
또 고형암 치료제 YH32367, 퇴행성 디스크질환 치료제 YH14618,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NASH) 치료제, 면역항암제 등 다양한 파이프라인(신약 후보물질)을 확보하고 있다. 고형암 신약 YH32367은 특이한 분자 메커니즘을 기반으로 기존 표적항암제와 차별화된 치료 효과가 기대된다. YH14618은 척추 퇴행성 디스크 질환을 표적하는 혁신적 바이오 신약으로 주목받고 있다.
렉라자 탄생을 이끈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전략도 더욱 강화된다. 유한양행은 ▲글로벌 공동개발을 통한 이익창출 ▲유망기술 내제화 ▲전략적 투자 ▲미래 혁신신약 R&D 플랫폼 등을 추진한다. 이를 통해 유한양행은 한국 제약 산업의 동반 성장을 선도하고 선순환 생태계를 구축해 글로벌 시장 진출을 가속화한다.
조 사장은 유한양행의 ‘Progress, Integrity’ 정신을 바탕으로 변화를 통해 사물과 업무를 새롭게 바라보고 분석해, 열정적으로 도전하며, 나아가 새로운 것을 창조해 ‘Global Top 50 제약사’의 목표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그는 신년사를 통해 “창립 100주년을 바로 앞두고 있는 해인만큼 중장기적 목표인 ‘글로벌 50대 제약사’ 진입을 위해 투철한 책임감과 차별화된 전략을 바탕으로 각 사업부별 수립된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며 “수익 구조 안정화와 함께 신약개발 등 핵심과제에 대한 선택과 집중을 통해 성과를 조기 창출하고 이를 통해 확보된 재원을 바탕으로 연구개발에 재투자하는 선순환구조를 확립할 것”을 당부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신용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