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투증권, 1분기 IPO 주관 5위
하반기 대어 상장 불투명…1위 탈환 가능성↓
거래소 중복상장 규제 조짐…‘제노스코’ 미승인

서울 여의도에 있는 한국투자증권 본사 전경. 사진=한국투자증권
서울 여의도에 있는 한국투자증권 본사 전경. 사진=한국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이 하반기 대어급 SK엔무브와 에식스솔루션(LS그룹 미국 자회사)의 상장이 불발될 위기에 처하면서 올해 기업공개(IPO) 성적에 비상등이 켜졌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거래소는 상장 심사 신청을 앞둔 SK엔무브와 주관사 등을 만나 “심사 신청 전  ‘중복상장에 따른 주주보호 방안책’을 제출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SK엔무브 상장시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의 ‘주가하락 보완책’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심사 신청 자체가 어려울 것”이라며 “엔무브와 미래에셋·한투증권 등 주관사 측이 우선 심사청구 계획을 보류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파이낸셜투데이와의 통화에서 “(SK엔무브의) 상장 승인 여부를 단정하는 단계는 아니다”라며 “통상 상장을 신청하기 전 주관사들과 사전 미팅을 하는데, 그 자리에서 상장 신청 절차 중 준비가 덜 된 부분에 대해 보완이 필요하단 수준으로 조언을 한 것이지 공식적으로 서류 제출을 요구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SK엔무브는 SK이노베이션의 윤활기유 자회사로 올해로 4번째 상장을 시도 중이다. 상반기 내 심사 신청을 마친 후 연내 상장할 계획이었으나 중복상장으로 또다시 제동이 걸린 셈이다.

이에 따라 SK엔무브 IPO의 대표 주관을 맡은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도 셈법이 복잡해진 상황이다. 특히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10월 SK온의 1조원 유상증자도 참여한 바 있으며, 이번 IPO 대표주관사로 선정된 배경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SK엔무브 상장시 예상 시가총액은 5조원 이상이다. SK엔무브는 앞서 2021년 IMM크레딧솔루션에서 1조1195억원을 투자받을 당시 기업가치를 3조3000억원으로 평가받았다. 현재 IMM크레딧솔루션은 SK엔무브의 지분 30%를 보유한 2대 주주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IPO 주관 실적 1위를 거머쥐었다. 상반기 중위권이었다가 하반기 뚝심을 발휘해 시프트업(4350억원)과 더본코리아(1020억원) 등 대어 IPO를 성공적으로 이끌며 4년만에 IPO 주관 선두를 차지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도 지난해와 비슷한 IPO 주관 패턴을 보이고 있다. 올 상반기 중소형사를 위주 IPO을 추진하며 중위권에 올라있지만, 하반기 대어급 IPO가 포진해 있어 2년 연속 1위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었다. 

그러나 두 대어급 상장이 연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한국투자증권의 올해 IPO 실적이 하위권에 그칠 수 있다는 추정도 나온다. 

올 1분기 한국투자증권의 IPO 주관 실적은 865억원(3건)으로 5위에 머물러 있다. 1·2위인 KB증권(3023억원·4건)과 미래에셋증권(1817억원·6건)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저조한 성적표다. 

또한, 한국투자증권은 지난달 에식스솔루션즈의 주관사로 선정됐으나, 에식스솔루션즈도 중복상장에 해당돼 올해 상장이 불투명하다. 에식스솔루션즈는 LS그룹 미국 자회사로 권선 시장의 세계 1위 기업이며, 상장 전 시총은 1조4500억원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IPO를 담당하는 IB1의 규모를 대폭 축소하는 등 IB 조직개편을 단행하기도 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있는 한국거래소(KRX) 모습. 사진=파이낸셜투데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있는 한국거래소(KRX) 모습. 사진=파이낸셜투데이

◆ 거래소, 최근 제노스코 ‘미승인’…‘중복상장’ 규제 강화 조짐

한국거래소가 중복상장 제재를 본격화할 경우 올해 대형 IPO가 줄줄이 연기될 가능성 커져 주관사들의 고심이 깊어졌다. 

한국거래소가 중복상장 등 IPO 규제 수위를 높이는 데는 금융당국이 지난해 발표한 ‘기업가치 제고와 주주가치 보호 계획’ 정책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한국거래소 측이 ‘SK엔무브 자료 제출’은 심사 신청 전 비공식적 조언이라며 가벼이 넘기긴 했으나, 최근 한 코스닥 상장 신청 업체가 중복상장으로 미승인 받은 사례가 있어 단순히 조언 차원으로 갈음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제 한국거래소는 최근 상장 심사를 신청한 제노스코(오스코텍 자회사)를 ‘중복상장’을 이유로 미승인 통보했다. 이에 FI(재무적투자자)인 메리츠증권이 제노스코를 종용해 미승인에 불복·재심의를 요청했다는 후문도 나온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제노스코와 거래소 사전미팅에 참석한 건 맞지만 재심 신청을 결정할 수 있는 입장도 아닐뿐더러 재심 신청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게 없다”며 “단지(제노스코에)재심 관련 진행 절차와 방안 등을 얘기한 건데 그게 종용 등으로 와전돼 난감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제노스코의 모든 판단과 결정을 존중한다”며 “상장이 불발될 경우 나스닥 상장 가능성도 사실상 제노스코에게 달려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제노스코 미승인에 대해 “거래소 미승인이 나면 자동으로 시장위원회로 넘어가 위원회서 심사를 하게 된다”며 “메리츠증권 등이 액션을 취해 진행하는 프로세스가 아니라 시장위원회 심사에 돌입하지 않았기에 최종 결정을 내린 상태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파이낸셜투데이 최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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