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금융지주가 한국투자증권에 9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하기로 하면서 증권사의 자본적정성이 개선될 전망이다. 다만 신용도 측면에서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26일 나이스(NICE)신용평가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전액 모회사인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참여하는 주주배정 방식으로 9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납입 예정일은 내달 29일로, 이번 증자 규모는 6월 말 별도 기준 자기자본(10조5000억 원)의 8.6% 수준이다. 지난해 3000억 원의 보통주 증자, 올 3월 7000억 원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이은 추가 확충으로 9월 말 자기자본은 11조 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이번 유증에 따라 올해 3분기 영업용순자본이 10조2000억 원에서 11조1000억 원으로 확대되면서 순자본비율은 2952.2%에서 3615.8%로, 조정순자본비율은 166.2%에서 180.5%로 상승될 것으로 추산된다.
나신평은 이를 한국투자증권의 자본적정성과 시장지위 강화를 위한 긍정적 요인으로 보면서도, 이미 자체 신용도(aa)가 업계 최고 수준에 부여되어 있는 만큼 등급 상향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올 상반기 한국투자증권은 순이익 9014억 원, 총자산순이익률(ROA) 2%를 기록하며 업계 최고 수준의 수익성을 입증했다.
일회성 요인인 해외펀드 청산 이익 약 1000억 원을 제외하더라도 실적은 견조했다. 기준금리 인하와 국내 증시 회복세에 힘입어 위탁매매·투자은행(IB) 부문 수수료 수익, 운용손익이 모두 개선된 덕분이다. 특히 발행어음을 통한 조달과 운용에서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는데, 6월 말 기준 발행어음 잔액은 18조 원으로 총 한도의 85%를 소진했다. 발행어음 사업을 통한 이익은 지난해에만 약 2000억 원에 달했다.
자본 확충 효과는 종합투자계좌(IMA) 승인 여부에 따라 더욱 커질 전망이다. 현재 발행어음은 자기자본의 200%까지만 발행할 수 있으나, IMA 승인이 이뤄지면 통합 한도가 자기자본의 300%까지 확대된다.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늘어난 자기자본은 조달 여력 확대와 사업 기반 강화에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발행어음이 대부분 만기 1년 미만 단기자금으로 구성된 반면 운용자산의 70%는 장기 프로젝트에 투입되고 있어 만기 불일치(Maturity mismatch)로 인한 유동성 리스크 관리가 과제로 꼽힌다.
한편, 모회사인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이번 유상증자 참여로 종속기업 투자자산이 8조6천억 원에서 9조5000억 원으로 약 10% 증가하게 된다. 이로 인해 별도 기준 부채비율은 65.2%에서 78%로, 이중레버리지비율은 123.2%에서 128.7%로 상승할 전망이다.
금융당국 권고 수준인 130%를 밑돌지만 자회사 지원 부담은 지속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국투자캐피탈 지급보증 한도(2조2000억 원), 한국투자파트너스 상환우선주(약 1000억 원), 대여금(1조1000억 원), 한국투자증권 사모사채(5000억 원) 및 신종자본증권(7000억 원) 투자 등이 모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예리 나이스신용평가 금융SF평가본부 금융평가1실 책임연구원은 “한국투자증권의 유상증자 참여 자본적정성과 경쟁력 제고에 기여할 수 있지만 신용등급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보유 자회사들의 투자 자산에서 손실 부담이 확대되거나, 한국투자금융지주의 사업다각화 노력이 지속될 경우 추가적 자금 부담이 발생할 수 있어 자본적정성 지표 관리에 대한 모니터링을 지속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파이낸셜투데이 한경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