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투, 금투사 중 소송건수 가장 커
불완전판매·부동산PF 비리·파두 사태 등 줄소송
5조원대 회계 정정…당국 감리 가능성
내부통제 필요…책무구조도 아직

서울 여의도에 있는 한국투자증권 본사 전경. 사진=한국투자증권
서울 여의도에 있는 한국투자증권 본사 전경. 사진=한국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이 국내 금융투자사 중 지난해 소제기 신청 건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올해 초 연루된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 비리 의혹부터 최근 발생한 회계 오류 신고 등 줄소송과 금융사고에 휘말리면서 기업 리스크가 커진 상황이다.       

2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한국투자증권 소제기 신청 건수는 471건이다. 경쟁사 대비 60% 이상 높은 수치다. 이어 ▲NH투자증권(294건) ▲미래에셋증권(272건) ▲KB증권(251건) 순이다. 

한국투자증권이 현재 진행 중인 소송 건은 총 4건으로 확인된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 소송 신청 건(471건)에서 중복 건(454건)을 제외하면 실제 신청 건수는 17건”이라며 “이 중 13건은 분쟁이 조정돼 해결된 상태고, 나머지 4건은 아직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판례 검색 서비스 ‘케이스노트’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의 최근 5년새 판결은 총 52건이다. 이중 원고(한국투자증권)승 14건, 원고일부승 15건, 원고패 12건, 항소기각 6건 등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올 1월 펀드 불완전판매와 부동산PF 대출 비리 혐의로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금융감독원은 불완전판매 여부를 조사 중이며 피해 투자자들은 소송을 준비 중이다. 부동산PF 대출 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PF소속 본부장은 지난 24일 불구속 기소된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해에도 파두 사태로 압수수색을 당했고 투자자들과 집단소송 중이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부동산PF 소송과 관련 “아직 사법적 결정이 나지 않은 사안이기 때문에 답변이 어렵다”고 말했다.

◆5년간 영업수익, 5조원 이상 과대 계상해 논란

최근 한국투자증권은 5조원대 영업수익을 부풀린 사업보고서를 정정해 금융감독원의 감리 대상에 오르기도 헀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앞서 21일 2019~2023년 영업수익을 정정해 5년치 사업보고서를 재공시했다. 정정 내용을 반영하면 총 영업수익은 5조7000억원이 줄어든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외환(FX) 부서와 리테일 부서의 외환 거래 처리 과정에서 오류가 있었다”며 “내부거래가 매출로 잘못 인식돼 영업수익이 과대 계상됐지만 영업비용도 같이 줄기 때문에 5년치 당기순이익은 변함이 없다”고 해명했다.

다만, 영업수익은 수수료 이익과 이자 수익 외에도 배당 수익이 포함된 만큼 투자자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금융업계는 이번 한국투자증권 정정 금액이 조 단위 규모라 금융당국의 감리 대상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앞서 2022년 키움증권은 5년치(2015~2019년) 사업보고서 정정(미수금과 미지급금을 과소 계상)과 다른 혐의 추가 적발로 인해 기관주의와 과태료 1600만원을 처분받은 바 있다. 

금융감독원은 회사가 공시된 재무제표를 자진 수정하더라도 최근 5년 내 3회 이상 수정하거나, 수정된 금액이 중요성 금액의 4배 이상이면 감리할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당국 감리에 대해 “회사가 판단할 사안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말을 아꼈다.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이 지난 1월 2일 한국투자증권 여의도 본사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사진=한국투자증권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이 지난 1월 2일 한국투자증권 여의도 본사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사진=한국투자증권

◆ 내부통제 절실한데…책무구조도 아직 

금융사고 관련 줄소송이 잇따르자 한국투자증권의 내부통제 관리에 적신호가 켜졌다.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은 신년사에서 “이제 더 넓은 영역에 잠재된 리스크까지 커버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구축해야 한다”며 “모든 각도에서 리스크를 분석하고 관리해 어떤 상황에도 대비할 수 있는 ‘360도 리스크 관리’ 프로세스를 구축할 것”을 당부했다.

김 대표의 말과 달리 한국투자증권은 아직까지 책무구조도 초안을 제출하지 않고 있다. 책무구조도는 금융회사 대표이사와 임원들의 내부통제 책무를 명확히 해 금융사고 발생 시 책임을 묻는 제도다. 

경쟁사인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은 책무구조도를 조기 제출한 상태다. 이에 한국투자증권에 대해 “소송과 금융사고가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도 늑장 대응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감독원은 내달부터 시범운영을 한 뒤 7월 2일부터 증권사 책무구조도 도입을 의무화할 계획이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지속해서 다양한 방식으로 내부통제 및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최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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