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파생결합증권·사채 내부대여 한도 10%로 축소
“증권사, 레버리지비율 이내 관리 중…당장 큰 영향 없을 것”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위치한 여의도 파크원 NH금융타워 모습. 사진=NH투자증권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위치한 여의도 파크원 NH금융타워 모습. 사진=NH투자증권

국내 파생결합증권·사채 시장이 금융당국의 한도 제재로 사업 규모가 점차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표적으로 주가연계증권 시장 점유율 2위인 NH투자증권은 발행액이 6년새 73% 감소하는 등 금융당국의 규제 여파에 영향이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앞서 금융위원회는 9일 ‘증권업 기업금융 경쟁력 제고방안’에서 “파생결합증권과 파생결합사채의 건전성 관리를 강화한다”고 밝혔다.

증권사 신용을 기반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수단인 발행어음과 달리 파생결합증권·사채는 투자상품인 만큼 고유재산과의 혼용을 최소화하고 발행 규모도 적정한 수준으로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에서다.

파생결합증권·사채는 증권사가 발행하는 금융상품으로 기초자산의 종류에 따라 ▲주가연계증권(ELS) ▲파생결합증권(DLS) ▲주가연계 파생결합사채(ELB) ▲기타파생결합사채(DLB)로 나뉜다.

금융위는 파생결합증권·사채의 내부 대여 한도를 내년 20%에서 2027년 10%로 점진적으로 제한할 방침이다. 또한, 자기자본 대비 파생결합증권과 파생결합사채를 합친 비율에 따라 12.5~50% 가산할 계획이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앞서 2월 합동브리핑을 통해 “2021년 초부터 홍콩H지수가 계속 하락하고 지난해 초 연계된 ELS의 대규모 손실이 가시화되면서 금융감독원은 판매세에 대한 검사를 실시했다”고 밝힌 바 있다. 

금융위는 올해 2분기 중 증권업 기업금융 경쟁력 제고방안의 후속조치를 예고하고, 연내 개정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건전성·유동성 관리 강화 방안은 6월 중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번 당국의 파생결합증권 한도 축소 제한은 기존 파생결합증권 외에 파생결합사채(E/DLB)에 대해서도 레버리지(부채성)비율에 가산하겠다는 제도”라며 “대부분 증권사들이 레버리지 비율 이내로 관리되고 있어 당장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LS 발행량. 표=NH투자증권
ELS 발행량. 표=NH투자증권

◆ ELS 시장 6년새 76%↓…NH증권 73%↓

파생결합증권·사채 발행 규모는 금융당국의 규제 확대와 내부통제 강화 여파로 매해 쪼그라드는 추세다.

파생결합증권·사채의 대표 상품인 ELS의 국내 증권사 발행량을 살펴보면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68조 ▲77조 ▲42조 ▲49조 ▲28조 ▲31조▲16조원 등으로 최근 6년새 ELS 규모는 76% 급감했다.  

지난해 ELS 시장 점유율 12.2%를 차지해 2위를 기록한 NH투자증권도 2018년 이후 해당 사업 규모가 점진적으로 줄어들어 2018년 대비 지난해 73% 감소했다.

매도파생결합증권 추이. 표=한국기업평가
매도파생결합증권·사채 추이. 표=한국기업평가

한국기업평가 신용평가보고서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의 최근 5년간 매도파생결합증권·사채(ELS·ELB·DLS·DLB)발행 추이는▲2020년 9조9605억원 ▲2021년 7조9153억원 ▲2022년 7조4009억원 ▲2023년 6조5934억원 ▲지난해 6조9119억원 등으로 하향세다. 

원금비 보장 잔액도 2023년 말 3조2000억원에서 지난해 2조1000억원으로 감소했다.

최성신 한기평 선임연구원은 “지난해 말 매도파생결합증권 잔액은 6조9000억원으로 자기자본(지난해 말 기준 7조3921억원) 대비 9.5%에 육박해 규모가 큰 편”이라며 “국내외 주가지수 하락에 따른 조기상환 지연으로 헤지(위험회피)운용 부담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정원하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파생결합증권 발행 및 관련 운용자산 규모는 금융당국의 규제 강화와 위험관리 기조에 따라 2018년 이후 축소되고 있다”며 “지난해 홍콩H지수 ELS 판매 위축의 여파로 업권 전반의 ELS 발행잔액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고 진단했다.

앞서 NH투자증권은 2023년 DLS 판매 관련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아 12억원의 과징금을 받았고, 이후에도 지속적인 제재로 지난해 DLS 충당금으로 400억원을 적립한 바 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회사의 파생결합증권 잔액 규모 축소는 시장 전반적인 파생결합증권 발행시장 축소에 기인한 것”이라며며 “DLS 과징금이나 홍콩 ELS 사태로 인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시장 전반적인 파생결합증권·사채는 발행시장 축소 현상은 2021년 시행된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판매제도’ 도입 영향이 컸고, 올해 시장 축소는 은행권에서의 ELS 판매 중단으로 인한 것”이라며 “회사는 시장 발행량 감소 대비, 양호한 발행실적을 유지하고 있으며 최근 3년간 ELS 기준 시장점유율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최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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