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 15년 부동 1위…2·3위 NH·한투증권
DCM 톱3, 수요예측서 캡티브 영업 가능성 커

사진=미래에셋증권
사진=미래에셋증권

금융당국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 이어 채권발행시장(DCM)에도 칼을 빼든다. 최근 국내 주요 기업들이 회사채(SB) 발행을 늘리면서 DCM 규모가 커지자 증권사간 경쟁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어서다.

특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위축에 따라 중소형 증권사까지 주관 경쟁에 참여하며 DCM 주관 경쟁이 치열하다. 당국이 규제 카드로 내놓은 캡티브 영업 제한으로 DCM 지형도에 파장이 일지 업계 내 관심이 쏠린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공모로 발행된 회사채 규모는 총 32조252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2.7% 증가했다.  

지난해 증권사별 회사채 발행 주관 실적은 ▲KB증권(27조6062억원) ▲NH투자증권(24조4785억원) ▲한국투자증권(21조955억원) 등 순이다.

올해 1분기 회사채 주관 순위도 ▲KB증권(8조523억원) ▲NH투자증권(6조6063억원) ▲한국투자증권(4조6891억원) 등으로 지난해와 동일하다.  

KB증권은 지난해까지 15년 연속 1위를 달성하며 DCM 하우스로서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 올 1분기에도 고려아연 회사채(4000억원) 발행에 1조6000억원이 몰려 순항 중이다. 

KB증권 관계자는 “경기침체 및 업황 악화 영향으로 조달 환경이 악화된 A급 이하 기업 및 건설 부동산 유관업종의 채권발행을 성공적으로 주관하며 발행 회사의 차입금 차환 및 사업 확장 등에 기여했다”며 “올해에도 신규고객 지속 발굴 및 발행회사와 기관투자자 사이에서 금융회사로서의 가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며 DCM부문 ‘15년 연속 1위’(블룸버그 기준)를 위해 정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자료=금융투자협회
자료=금융투자협회

◆ 캡티브 규제시 DCM 톱3 ‘KB·NH·한투증권’ 구도 변화 가능성 

증권사가 회사채를 발행함으로써 기업의 원활한 자금 조달은 물론, 투자자에게 투자 수단을 제공하는 순기능이 있다. 증권사도 회사채에 대한 이자 수입이 발생해 자본조달에 유리하다.

다만, 기존 대형사들이 수요예측에서 캡티브 영업을 통해 주관을 따내는 관행이 공공연하게 일어나며 시장 왜곡이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캡티브 영업은 DCM에서 상장사나 비상장사가 회사채를 발행할 때 증권사가 자사와 계열 금융사 등을 동원해 해당 회사채에 대한 투자를 약속하며 주관 지위를 따내는 행위를 뜻한다.

국민연금·연기금·공제회 등 기관투자가들이 인수에 성공하려면 캡티브가 제시한 시장금리보다 낮은 금리로 ‘언더발행’을 해야 하는데, 이 경우 수익성 하락으로 회사채 수요예측에 참여하지 않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증권사의 회사채 주관 실적에 비례해 캡티브 영업 가능성도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일례로 한국투자증권이 지난해 LG화학의 2년물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국내채권트레이딩부와 기업금융투자부, 채권상품부 등 계정을 통해 셀프베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올 1분기 진행된 SK·LG그룹 회사채 주관 경쟁에선 KB증권과 NH투자증권이 캡티브 영업 일종인 계열사 ‘북(운용 한도)’을 활용해 수요예측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KB증권은 KB자산운용을, NH투자증권은 농협중앙회 등 각각 계열사를 동원한 것으로 전해진다. 

◆ 금감원, 회사채 발행 실적 TOP3 집중 조사 가능성 거론

금융감독원은 이르면 이달 중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을 시작으로 현장조사를 통해 캡티브 영업 실태 조사에 나설 방침이다. 금감원은 앞서 올해 초 “회사채 캡티브 영업 관행 등 채권 시장의 불건전 영업행위를 반복하는 사례를 중점 점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금감원이 회사채 발행 실적이 높은 증권사 3사(KB증권·NH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가 아닌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을 먼저 조사하는 것은 캡티브 관련 영업 실적이 적기 때문일 것으로 업계는 추정한다. 우선 두 회사를 통해 기본적인 채권 영업 현황을 파악하고, 이를 토대로 3사를 집중 조사할 것이란 관측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5일 증권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를 마친 후 “채권시장 캡티브 영업과 관련된 문제점을 올 상반기 검사 역량을 집중해 밝힘으로써 채권시장 내 불공정한 부분을 개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캡티브 영업 규제에 본격 나설 경우, 현재 3사 체제인 DCM 구도에 변형이 생길 수 있다는 전망이다. 상대적으로 캡티브 영업 활용이 낮은 미래에셋증권이나 삼성증권이 오히려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DCM 주관사 인수실적에서 삼성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은 각각 5위와 7위에 자리했다.

금융당국이 캡티브 영업 규제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실제 실행할 가능성이 낮을 거란 예측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권사가 낮은 금리로 캡티브 물량을 넣어도 캡티브로 들어온 물량인지 파악하기 어렵고, 주관사와 발행사가 전략을 모색해 규제를 피해갈 가능성이 크다”며 “금융당국 제재로 DCM이 급격히 냉각될 수 있어 캡티브 규제를 당장 실행하는 데 한계가 따른다”고 지적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최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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