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사진=연합뉴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사진=연합뉴스

고려아연이 2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유증)를 앞두고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정정요구서 제출을 통보받았다. 사측은 이번 유증을 지속해서 단행할지 이사회 논의 결과를 봐야 안다고 전했지만, 금융투자업계에선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이번 유증을 어떻게든 단행한다는 쪽에 무게추를 두고 있다.

7일 고려아연에 따르면 회사는 앞서 6일 2조5000억 규모 유상증자와 관련해 금감원으로부터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 받았다.

앞서 고려아연은 지난달 30일 일반공모 방식으로 2조5008억7550만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한다고 밝혔다. 청약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과 KB증권이 맡았다. 이번 유상증자 주선을 통해 받을 수 있는 수수료 수익은 미래에셋증권 18억원, KB증권 15억원이다.

여기서 자금 사용 목적이 논란이 됐다. 고려아연은 이번 유증으로 모집할 자금 가운데 2조3000억원을 채무상환자금으로 쓰겠다고 밝혔다. 게다가 유증 신주 373만2650주는 기존 상장주식(2070만3283주)의 18%에 해당하는 물량이기에 기존 상장주식에 대한 주당 가치의 희석이 발생하고, 이는 기존 주주들에게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금감원, 6일 고려아연에 정정신고서 제출 요구

또한, 모집가액을 주당 67만원으로 설정하며, 자사주 공개매수 시 고려아연 측이 제시했던 주당 89만원과 비교했을 때 할인율은 25%로 괴리가 큰 가격을 제시했다. 공개매수가 대비 대폭 할인된 가격과 함께 채무상환 목적에 쓰일 자금을 융통하기 위한 고려아연의 유증 소식은 주식시장에 즉각 반영됐다.

지난달 30일 고려아연의 주가는 유증 공시 당일 하한가로 직행하며 하루 만에 주당 46만2000원의 주가 하락을 경험해 종가를 108만1000원에 형성한 뒤 11월 들어 다시 반등세에 접어들며 7일 오전 10시 6분 장중 기준 125만7000원선에 거래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6일 정정요구서 제출을 요구한 배경에 대해 “고려아연의 유상증자 추진 경위와 의사결정 과정, 주관사의 기업실사 경과, 청약 한도 제한 배경, 공개매수신고서와의 차이점 등에 대한 기재가 미흡한 부분을 확인했다”며 “투자자의 투자 판단을 위한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도록 금일 정정요구를 통해 보완을 요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7일 오전 고려아연 관계자는 “이달 중 이사회를 열어 결정할 것으로, 정정신고서를 제출할지, 유증을 철회할지는 결정하지 않은 상태”라며 “기관투자가, 주주들과의 소통에 집중하며 이사회의 논의 결과를 기다리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한화 주식 매각 행보 고려…유상증자 단행에 ‘무게추’

금융투자업계에선 최근 고려아연이 보유 중인 한화 주식 543만6380주(7.25%)를 1520억원에 한화에너지에 매각하기로 한점, 호주 자회사인 아크에너지 매킨타이어에 대여한 자금 약 3900억원을 이달 중 조기 상환받는 등 자금을 최대한 끌어모으는 양상을 고려할 때 2조5000억억 규모의 유상증자가 단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 회장 측은 경영권 분쟁 중인 영풍 측과 표 대결에 나서면 지분율 싸움에서 3% 이상 열세다.  업계에선 12월~내년 1월 사이 고려아연의 임시주주총회가 열릴 것으로 보고 있는 가운데, 최 회장은 주총 전 유증 단행을 통해 지분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윤범 회장은 현재 의결권 측면에서도 불리한 상황에 직면해 있어 추가 지분 확보를 위한 유상증자를 어떻게든 단행할 것으로 본다”며 “최근 한화 지분을 매각하며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발생한 차입금 상환 자금을 마련하는 행보를 볼 때도 정정신고서를 제출해 유상증자를 단행할 계획이 있어보인다”라고 밝혔다.

파이낸셜투데이 한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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