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2.5조원 유상증자 철회 후 기자회견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13일 오후 서울 중구에 있는 대한상공회의소에 진행한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을 앞두고 있다. 사진=한경석 기자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13일 오후 서울 중구에 있는 대한상공회의소에 진행한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을 앞두고 있다. 사진=한경석 기자

“기존 주주 여러분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부분 사과드린다. 이사회 의장 자리에서 내려오고 주주를 위한 분기 배당을 시행하겠다. ”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13일 오후 서울 중구에 있는 대한상공회의소에 열린 기자회견에서 2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철회 배경을 전하며 이같이 밝혔다.

최 회장은 MBK파트너스와 영풍이 경영권 분쟁에 나선 것과 관련 “기업사냥 전문가와 50년을 비철금속 제련 사업에 쏟아부은 기업과의 싸움을 이어왔던 것”이라며 “MBK-영풍이 현 경영진의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생각으로 그들의 기습공격에 대응해왔고, 국민과 주주 여러분 지지 없이는 해낼 수 없던 일”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영풍은 MBK파트너스와 지난 9월부터 손잡고 고려아연 주식에 대한 공개매수에 나서면서 경영권 분쟁을 시작했다. 영풍 측은 이달 중순까지고려아연에 대한 지분율을 39.98%까지 끌어 올리면서 경영권을 빼앗기 위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양상이다.

최 회장은 “당초 다른 공개매수 사례와 경영권 분쟁 선례에 비춰 공개매수 이후엔 회사의 주가가 하락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고 MBK도 이러한 전례를 바탕으로 자신들의 공개매수에 응하라고 유도했지만, 오히려 회사의 주가는 상승 기조는 계속 유지되며 시장의 예측을 벗어났다”고 설명했다.

◆ “2.5조 유상증자, 유통 물량 증대 차원…주주 맘 헤아리지 못해 죄송”

특히, 10월 24일 상한가까지 도달한 것을 언급하며 “MBK 측과 고려아연의 두 차례 공개매수 이후 줄어든 유통 물량으로 인해 시장의 혼란에 있던 상황이었다”며 “이 때문에 관련 법규가 허용하는 선에서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결의했던 것으로 시장의 유통 물량을 증대하고 주주 기반을 확대하며, 경영권 분쟁으로 한 곳으로 주식 수가 몰리는 것을 방지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그는 “앞서 말씀드린 여러 이유로 다양하게 주주 기반을 확대하고자 했지만, 기존 주주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부분은 거듭 진심으로 사과드리는 바”라고 전했다.

이어 “회사는 4분기 정기 이사회에서 논의된 바 일반공모 유상증자로 인해 야기된 주주 우려를 고려하고 사외이사의 별도 검토를 거쳐 주주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최선의 판단이라고 생각했고, 10월 30일자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관련 법규, 정관이 정한 절차에 따라 철회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 내내 회사의 미래를 위해 투자한 주주를 향해 감사하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주주가 고려아연의 미래를 걱정하고 진심으로 위한다는 점을 알고 있다”며 “저와 고려아연은 신랄하고 엄중한 주주 여러분의 의견을 청취하며 자신감을 얻게 됐다. 고려아연의 캐스팅보트는 회사를 믿고 사랑하는 수많은 주주다. 저와 고려아연은 이 부분을 절대로 잊지 않고 주주 여러분을 섬기면서 나아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소액주주, 기관투자자 등 이해관계자와 소통을 바탕으로, 혁신적인 주주 친화적인 정책을 도입하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이사회의 이번 약속이 공염불이 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 “이사회 의장직 내려놓겠다…분기 배당도 시행”

최 회장은 이와 함께 “저부터 변화하고 내려놓을 것을 내려놓겠다. 빠른 시일 내에 사외이사가 고려아연의 의사회 의장이 되도록 하고 저는 고려아연 의장에서 내려오겠다. 이를 통해 이사회 독립성을 제고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사회 의장 자리에서 내려온다는 뜻을 밝혔다.

특히, 글로벌 스탠더드를 지향하기 위해 외국인 사외이사를 회사에 영입하고, IR 전담 사외이사를 두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겠다는 계획도 전했다.

그는 이어 “지배주주와 소액주주의 이해가 상충되는 사안에 대해 소액주주의 여론을 이사회의 판단에 반영할 수 있는 ‘MOM(Majority of Minority Voting)’을 검토하고 있다”며 “이외에도 소액주주들이 더 많이 회사 경영에 참여할 수 있도록 방안을 검토하고, 주주들의 현금 흐름을 위해 주주총회를 거쳐 분기 배당을 추진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그러면서 “국가기간산업을 영위하는 고려아연을 투기적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와 영풍이 빼앗지 못 하도록 하겠다”며 “아직 고려아연에 대한 야욕을 버리지 못하고 있기에 다수의 기관투자가와 개인주주 여러분은 누가 더 경영을 잘할 수 있는지 판단해주시길 바란다. 다가올 주주총회에서 승리해 회사를 지켜내도록 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언제나 그랬듯 주주 여러분의 현명한 판단을 믿고 지지한다. 한 번 무너지면 다시 세울 수 없는 고려아연과 대한민국의 산업을 위해 간곡히 호소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파이낸셜투데이 한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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