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율 80% 이상 상장사 일부, 공매 통해 상폐 추진
사업확장하는 F&F홀딩스·교보증권, 상폐 의지 無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 80% 이상인 상장회사. 자료=한화투자증권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 80% 이상인 상장회사. 자료=한화투자증권

상법 개정안 시행으로 이사·감사에 대한 주주충실 의무가 강화되면서 기업들이 지배구조 재편에 나서고 있다. 교환사채(EB) 발행, 자사주 매각, 자진상장폐지 등을 통해 경영권과 자금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전략이지만, 이 과정에서 주주가치 훼손과 유동성 부족 우려가 제기되며 소액투자자들의 반발도 커질 전망이다.

특히, 감사위원 분리선출에 따른 ‘3%룰’이 본격 적용되면서, 최대주주 지분율이 높은 기업일수록 의결권 제한으로 경영권 방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9일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80%가 넘는 상장사는 ▲삼보산업(100%) ▲F&F홀딩스(91.7%) ▲국일제지(89.1%) ▲동원산업(87.9%) ▲에스엠벡셀(86.09%) ▲교보증권(84.74%) ▲가온전선(81.62%) 등이 꼽힌다.

이들 중 일부 기업은 최근 공개매수를 통해 지분을 더욱 늘리고 있어, 상장폐지 단계에 접어들었단 예측도 거론된다.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95%를 초과할 경우 자진 상장폐지(자진상폐)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만, 파이낸셜투데이 취재를 종합한 결과, F&F홀딩스와 교보증권은 자진상폐 의지가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

교보증권 역시 최대주주 교보생명 자회사로 보험 의존도를 상쇄하기 위해 2022년 코스닥에서 유가증권시장(코스피)으로 거래를 이전한 데다, 종투사(종합금융투자사업자)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기에 공개매수 즉 자진상폐보단 IPO를 통해 자본을 조달하고 사업을 확장할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게 시장 분석이다.   

◆ 비올, 공매 통해 지분율 80%대까지↑     

자진상폐를 위해 지난달부터 공개매수에 착수한 기업은 ▲신성통상 ▲비올 ▲텔코웨어 ▲한솔피엔에스 등이다. 이 중 공개매수 전 최대주주 지분율이 80% 이상인 곳은 신성통상과 한솔피엔에스다. 비올은 공개매수 후 추가 지분을 확보해 80% 이상 대열에 합류했다. 이들 4개사의 공개매수 거래는 모두 NH투자증권이 맡았다.

한솔피엔에스의 최대주주인 한솔홀딩스는 올해 4월과 지난달 두차례에 걸쳐 공개매수를 진행했고, 두 번 모두 목표치엔 미치지 못했으나 응모 주식 전부를 매수했다. 한솔홀딩스는 이번 공개매수에서 4.2%를 매수해 지분율을 88.4%로 확대했다. 공개매수 전 한솔홀딩스의 지분율은 84.1%로 매수 목표를 15.9%로 설정한 점으로 미뤄 100% 지분 확보를 목표로 하는 것으로 예상된다.  

텔코웨어도 목표 지분율(25.2%)에 미치지 못한 매수 결과(10.4%)를 냈으나 응모 주식 전부(10.4%)를 매수해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을 41.1%까지 끌어올렸다. 

비올과 신성통상도 각각 이달 7일과 9일 공개매수를 마쳤다. 비올은 이날 공시를 통해 이번 공개매수를 통해 48.8% 지분을 확보해 최대주주 및 특별관계자 지분율은 83.5%로 늘었다. 이날 공개매수를 완료한 신성통상의 결과보고서는 아직 공시되지 않았다.

상장사들이 상법개정안 등으로 인한 규제를 피하기 위해 자진상폐를 결정한 것은 기업 입장에서 합리적 선택일 수 있다는 시각이 있다. 

반면, 일각에선 공개매수 가격이 시장 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될 수 있어 주주들은 손해를 볼 수 있으며, 소액주주의 경우 대주주에 비해 협상력이 약하기 때문에 더욱 불리한 조건으로 주식을 매도해야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남우 한국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코스피 5000 달성을 위해선 먼저 이사회가 일반주주 입장에서 의안을 심의 의결해야 하는데 지배주주 입장에서 무조건 찬성하면 이사 충실 의무 위배될 수 있다”며 “금융당국은 이런 행동(자진상폐)하는 기업에 구두라도 경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엄수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배구조 규제’ 보고서에서 “어떤 이유로 자진상폐를 추진하건 상폐를 원치 않는 소액주주에게 충분한 대가를 지급해야 한다”며 “자진상폐 시 공개매수 단가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규제가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최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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