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권 70% 회비 비율 따라 차등…대형사 유리
미래에셋 이탈로 단일화 균열…중소형 연대 부상

(왼쪽부터)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 황성엽 신영증권 사장, 이현승 전 KB자산운용 사장. 사진=각 사
(왼쪽부터)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 황성엽 신영증권 사장, 이현승 전 KB자산운용 사장. 사진=각 사

금융투자협회(이하 금투협) 제7대 회장 선거가 자본시장 권력 구조의 분기점으로 떠올랐다.

금투협 회장 선거는 협회 투표권이 회비 분담 비율에 의해 70%까지 가중되는 시스템이다. 이에 따라, 대형사와 중소형사 간 이해관계 충돌이 전례 없이 표면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이번 선거 결과가 향후 3년간 협회의 정책 방향과 업계 영향력 판도를 사실상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투협 후보추천위원회(후추위)는 이날 오전 10시 제7대 협회장 후보 접수를 마감했다. 협회장 후보로는 서유석 현 회장과 황성엽 신영증권 사장, 이현승 전 KB자산운용 대표 등 3명이 지원서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유력 후보로 거론되던 정영채 메리츠증권 상임고문(전 NH투자증권 사장)은 장고 끝에 출마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선거는 현직 회장의 연임 도전과 중소형사·외부 출신 후보들의 경쟁 구도로 치러진다.

◆ 표 구조상 대형사 우위…균열 시 판도 변화 가능성

금투협 회장 선거의 핵심 변수는 투표권 배분 방식이다. 전체 투표권 가운데 30%는 회원사별 ‘1사 1표’로 동일하지만, 나머지 70%는 연간 회비 분담 비중에 따라 가중치가 부여된다.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등이 높은 회비 부담을 바탕으로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다.

이 때문에 그동안 회장 선거와 협회 운영에서 대형사 단일 후보가 사실상 당선 가능성을 높여 왔다는 지적이 있었다. 반면 중소형사는 대형사 중심 구조의 완화를 요구해 왔고, 이번 선거에서도 연대 움직임을 보이며 세 확장에 나선 분위기다.

그러나 미래에셋그룹이 서 회장의 연임에 반대 의견을 내면서 대형사 표 단일화가 흔들리고 있다. 업계는 “대형사 일부가 이탈할 경우 기존 구조가 약해지고, 중소형사 연대가 실제 판도를 바꾸는 조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은 17일 서울 여의도 인근 한 카페에서 기자들을 만나 제7대 금융투자협회장 선거 출마 의사를 밝히고 있다. 사진=최정화 기자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은 17일 서울 여의도 인근 한 카페에서 기자들을 만나 제7대 금융투자협회장 선거 출마 의사를 밝히고 있다. 사진=최정화 기자

◆ 개혁 요구 확산…정책 방향도 쟁점

후보들은 제각기 다른 정책 기조를 내세우고 있다. 서 회장은 자산운용사 출신으로 대형사 연합을 통한 재선을 노리고 있다. 그는 현 코스피 4000대 증시 호황 지원과 IMA(종합투자계좌) 사업자 인가 성사, 토큰증권 등 디지털 입법 진전 등을 재임 중 공적으로 내세우며, 협회 정책의 연속성과 안정성을 강조하고 있다.

황 사장은 1987년부터 40년 가까이 신영증권 한 곳에서 재직한 정통 증권맨이다. 금투업계 전반 현장 경험이 풍부한 만큼, 그는 중소형사 지원 강화 메시지를 내며 중소형 증권사 지지층 흡수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 전 대표는 행정고시 출신으로 기획재정부 등 공직을 거친 뒤 SK증권 사장 등 금투업계 최고위 자리를 거쳤다. 그는 금융·정책 라인과의 소통 역량을 바탕으로 인가지원센터 설립 등 업권별 지원체계를 제안했다. 

◆ 조직력과 연대가 승부 가를 전망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서 협회장의 외유성 출장 논란, 고문 운영 관행 등 조직 투명성 문제가 잇달아 제기된 것도 변수다. 이는 단순한 회장 교체를 넘어 협회 운영 구조 개편 요구가 본격화되는 흐름과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대형사 내부의 단일화 여부도 선거 결과의 방향성을 가를 주요 변수로 꼽힌다. 대형사 단일화가 이뤄질 경우 중소형사 연대만으로는 역부족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반면 대형사 단일화가 흔들릴 경우 중소형사의 표 결집력이 상대적으로 높아져 협회 운영 방향이 근본적으로 변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선거 일정은 다음 달 후추위의 적격성 심사를 거쳐 최종 후보를 확정하고, 같은 달 중순 회원 총회에서 투표를 진행한다. 1차 투표에서 과반을 얻지 못하면 상위 득표자 2명이 결선투표를 치른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번 선거는 단순한 인사나 조직 운영을 넘어 자본시장 권력 지형이 재정렬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표심 결집과 단일화 여부가 향후 정책 속도와 협회 위상까지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최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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