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GB금융그룹 깃발. 사진=DGB금융지주
DGB금융그룹 깃발. 사진=DGB금융지주

파이낸셜투데이는 창간 20주년을 맞아 최근 금융지주와 은행권의 주요 관심사로 떠오른 책무구조도를 입체 분석한다. 책무구조도는 금융회사 임원의 구체적 책무를 문서화하는 것으로 금융 당국에도 제출해야 한다. 각 금융회사별로 추진 중인 책무구조도 관련 밑그림을 정밀 분석해보고, 향후 금융회사들의 내부통제 시스템이 어떻게 바뀔지를 진단해본다. (편집자주) 

자회사 DGB대구은행(현 iM뱅크)의 시중은행 전환 인가를 앞두고 DGB금융지주는 금융당국으로부터 강도 높은 내부통제 혁신 방안을 요구받았다. 이는 지난해 공포되고 올해 시행되는 금융권 내 책무구조도 시스템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전화위복(轉禍爲福)이 된 양상이다.

DGB금융은 2023년 10월부터 ‘내부통제 제도개선 대응 컨설팅’을 진행해 당국과 선제적으로 책무구조도 기본 체계(시스템) 확립에 착수했다. 지난해 5월엔 책무구조도와 이행방안 관리를 위한 ‘책무관리시스템’ 개발에 착수, 당해 10월 18일 금융지주 중에서 가장 빠르게 책무구조도를 제출하고, 시범사업에 참여해 시스템을 조기 도입했다.

동시에 금융권 최초로 금융지주와 은행이 책무구조도를 동시에 제출한 사례로 ‘책무구조도 1호’ 타이틀을 따냈다. 이는 취임 이후 꾸준히 내부통제 중요성을 강조했던 황병우 DGB금융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금융판 중대재해처벌법’으로 통하는 ‘책무구조도’는 금융사 임원 개개인이 책임져야 할 내부통제 대상 업무의 범위와 내용을 적어 책임소재를 분명히 구분한 문서다.

이는 금융당국이 제시한 금융회사 내부통제 개선안의 핵심이다. 사실상 금융사별 내부통제 방안이나 실효성 및 리스크관리의 중요성이 확대된 계기로 주목받는다.

지난해 1월 2일 지배구조법 개정안이 공포(公布)되고, 당해 7월 개정안이 시행됨에 따라 각 금융지주 및 은행은 전체 금융사들 중에서 가장 먼저 책무구조도를 마련할 의무를 지게 됐다. 이들 금융회사의 책무구조도 제출 기한은 개정안 공포로부터 1년인 올해 1월 2일까지였다. 

◆ “책무구조도 성패 요인은 ‘기업문화’ 개선‧정착”…관리의무 실질적 이행은 ‘임원’ 몫

“책무구조도 도입 성패를 가르는 요인은 임원의 인식을 포함한 기업문화라고 생각한다.”

DGB금융 내부에서 책무구조도를 준비한 실무 부서 관계자는 이같이 말했다. DGB금융은 책무구조도를 단순 도입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개선된 기업문화의 정착이 가장 중요하다고 봤다.

책무구조도 준비에 참여한 DGB금융 관계자는 “자동차로 비유하자면, 기존 자동차로 볼 수 있는 사업본부는 엑셀만 밟고, 금융사고 예방 및 금융소비자 보호 관점에서 브레이크를 발아야 하는 내부통제 부서 간에 불협화음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책무구조도는 운전자인 사업본부가 엑셀과 함께 브레이크도 스스로 밟게함으로써 효율적인 구동이 가능함과 동시에 언제 어디서 브레이크를 밟아야 하는지 정확히 알게하는 것”이라며 “사업 추진 임원들이 사업 목표와 성과 달성 만큼이나 금융사고 예방에도 관심을 갖고 ‘사업 추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금융사고가 무엇이고, 어떻게 예방이 가능할 것인가?’를 함께 고민한다면 금융사고 발생 빈도는 낮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실무 관계자는 “내부통제 부서의 인력과 전문성의 한계로 모든 부서, 업무의 사고를 예방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는 관점을 전했다. 

이 관계자는 “그렇기에 모든 구성원이 사업추진과 내부통제를 페어링(공유)하는 것을 자발적이고 당연시하는 기업문화가 필요하고, 이러한 기업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내부통제 시스템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존 DGB금융의 사업본부는 성과를 위해 사업 추진에 집중하고, 외부의 준법감시인이 전사의 위험요인에 대해 내부통제를 들여다보는 구조를 가졌었다. 

다만, 책무구조도를 도입하면서 DGB금융은 사업을 추진하는 본부(부서)에서 발생 가능한 위험 요인을 스스로 파악하고 예방책까지 마련할 수 있도록 새로운 내부통제 시스템을 구축했다. 책무구조도의 최종 책임은 대표이사에 있고 이사회의 의결도 동반하지만, 최종적으로 임원 관리의무의 실질적인 이행에 대한 부분이 중요하다는 판단을 가졌다고 보이는 대목이다. 

DGB금융은 이러한 판단에 기반해 성실한 책무구조도 관리 의무 이행을 위해 지주사 내 각 부서별 기획책임자로 구성된 ‘책무구조도 실무협의회’를 구성했다.

협의회에선 책무구조도 작성을 위한 부서별 인터뷰를 진행했으며, 도입 취지와 진행 현황 등을 공유하며 전사적인 프로젝트의 성공적인 안착을 준비했다.

또 대표이사 주관의 ‘내부통제협의회’와 이사회 내 위원회인 ‘내부통제위원회’를 설치해 책무구조도 이행을 위한 거버넌스를 마련하기도 했다.

DGB금융은 “새 책무 및 관리의무 이행 내용을 포함한 보고서 운영, 책무관리시스템의 개선 등 책무구조도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한 지속적인 관리를 진행하며 내부통제 거버넌스를 정착‧확립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iM뱅크 1본점 전경. 사진=DGB금융그룹
iM뱅크 1본점 전경. 사진=DGB금융그룹

◆ 금융당국 “과도한 임원 책무 배분 주의” 피드백…기피현상 등 부작용 우려도

금융당국은 DGB금융이 제출한 책무구조도에 대한 자문 컨설팅(피드백)을 진행했다. DGB금융은 금융감독원(금감원)의 책무구조도 자문 컨설팅에서 책무구조도 전반의 효율성 관련한 책무의 배분 과정에서 특정 집단에 쏠림이 없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금감원은 지난해 10월 시범운영에 참여한 18곳의 금융회사(금융지주‧은행)의 책무구조도를 기초로 법령상 정정‧보완 사유, 책무 배분의 적정성, 책무의 중복‧편중 여부 등을 살폈다. 이후 각 금융사에 피드백을 전달하고 보완해 제출해달라고 요구했다. 

DGB금융 관계자는 “효율성과 관련해 책무와 업무를 구분해 단순 업무 수행자에게 책무를 배분하지 않았는지, 공통 책무 항목으로 너무 많은 내용을 모든 임원들에게 배분하지 않았는지, 지주의 목적이 자회사 경영관리 업무 총괄이라는 측면에서 책무의 누락이 있지는 않았는지에 대한 의견을 전달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관리의무 책무에 대한 부담감과 함께 부작용을 우려하기도 했다. 그는 “금융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여러 업무가 복합적으로 발생되는 경우가 많아 누구의 책무인지 직관적으로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리스크가 높은 책무를 부담하는 직책의 경우 이를 기피하거나 사업 추진 동력을 감소시킬 우려도 있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투데이 신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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