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투데이는 창간 20주년을 맞아 최근 금융지주와 은행권의 주요 관심사로 떠오른 책무구조도를 입체 분석한다. 책무구조도는 금융회사 임원의 구체적 책무를 문서화하는 것으로 금융 당국에도 제출해야 한다. 각 금융회사별로 추진 중인 책무구조도 관련 밑그림을 정밀 분석해보고, 향후 금융회사들의 내부통제 시스템이 어떻게 바뀔지를 진단해본다. (편집자주)
신한은행은 정상혁 행장 초임 해인 2023년 3월부터 책무구조도 마련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신설한 준법경영부를 통해 ▲책무구조도 도입과 운영 ▲내부통제 전략 총괄 ▲디지털 기반 내부통제 도입 ▲윤리경영 실천 관련 업무를 수행해 왔다.
그 결과, 당해 9월 23일 금융권 의무 제출 사항인 책무구조도 개발을 마치고 전체 금융권에서 최초로 제출해 ‘책무구도조 1호’ 금융회사 타이틀을 확보했다.
이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지배구조법) 개정안’과 책무구조도 도입이 국회에서 검토되기 시작한 때부터 선제적으로 준비한 것을 의미하며, 금융지주 중 최초로 제출한 신한금융(2023년 10월 28일)보다도 한 달 앞서 책무구조도를 내놔 업계 이목도 집중됐다.
관련 부서에 따르면 신한은행 책무구조도는 감독당국이 벤치마킹했다고 알려진 영국의 SM&CR(고위경영진 및 인증제도)를 참고해 기본 프레임을 검토했다. 다만, SM&CR은 비즈니스 책임 중심으로 작성돼 내부통제 구성 내용이 부족하고, 책임명세서의 내용이 높은 수준(하이 레벨)으로 기술돼 구체적이지 않고 실효성이 적다는 한계점이 지적된다.
신한은행 책무구조도 TF 관계자는 “해당 제도를 참고하되, 비즈니스 책임이 아닌 내부통제 책임 중심으로 책무구조도를 작성했다”며 “하이 레벨로 구성된 임원의 책무의 실효적 이행을 위해 내부통제 업무 관련 점검 항목과 조치 활동을 구체화한 본부장·부서장 내부통제 업무매뉴얼을 마련하는 등 해외사례의 한계점을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금융판 중대재해처벌법’으로 통하는 ‘책무구조도’는 금융사 임원 개개인이 책임져야 할 내부통제 대상 업무의 범위와 내용을 적어 책임소재를 분명히 구분한 문서다. 이는 금융당국이 제시한 금융회사 내부통제 개선안의 핵심으로 꼽히며, 사실상 금융사별 내부통제 방안이나 실효성 및 리스크관리의 중요성이 확대된 계기로 주목받는다.
지난해 1월 2일 지배구조법 개정안이 공포되고, 당해 7월 개정안이 시행됨에 따라 각 금융지주와 은행은 금융회사들 중에서 가장 먼저 책무구조도를 마련할 의무를 지게 됐다. 이들 금융회사의 책무구조도 제출 기한은 개정안 공포로부터 1년인 올해 1월 2일까지였다.
올해 신한은행은 3대 전략 방향 중 하나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견고한 체질 확보’를 설정하고, 내부통제 품질 혁신을 통해 고객 신뢰를 강화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정 행장은 임직원에게 “올바른 마음가짐과 강한 책임감을 바탕으로 규정을 빈틈없이 준수하고 주변을 세심하게 점검하는 내부통제 문화를 공고히 해주길 바란다”며 내부통제 체화(體化)를 거듭 당부했다.
◆ 자체 개발한 별도 장치 도입完…올해 전체銀 ‘내부통제 관리체계 고도화’ 첫삽
신한은행은 수립한 전략을 실행하기 위해 책무구조도 외에 ▲내부통제 업무매뉴얼 ▲책무구조도 점검시스템 등 각 임원별 내부통제 관리 의무의 이행을 위한 장치를 별도로 마련했다.
‘내부통제 업무매뉴얼’은 본점 및 영업점의 본부장‧부서장 내부통제 업무매뉴얼을 기반으로 만들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3월부터 본부부서에 한정해 해당 매뉴얼의 파일럿을 실시하고, 이를 통해 도출한 보완 사항을 개선해 당해 10월부터 점검 대상을 전 영업점으로 확대했다.
또 내부통제 업무매뉴얼을 기반으로 부서장에서 은행장까지 이어지는 내부통제 점검 및 보고를 위한 ‘책무구조 점검시스템’을 도입했다. 임직원들이 점검 활동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점검에 따른 개선 조치가 적절하게 이뤄졌는지 시스템상 관리되도록 개발됐다고 전해졌다.
나아가 신한은행은 올해 책무구조도 기반으로 전 은행의 내부통제 관리체계를 본격 고도화하겠다고 예고했다.
신한은행 책무구조도를 준비한 TF 관계자는 “본부 부서에서 신규사업 추진 전 담당부서가 자체적으로 잠재적 위험요인과 취약분야를 점검하고 이에 대해 1‧2차 점검을 위한 프로세스를 책무구조도 점검항목에 반영할 예정”이라며 “고 위험 업무 영역을 사전에 선별하고, 담당부서에 대한 내부통제 전담부서의 맞춤형 컨설팅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 RBA-AML 고도화로 자금세탁 관리체계 집중 점검…국내외 내부통제 고삐
특히, 내부통제 가장 취약한 횡령‧배임 등 금융사고를 집중적으로 예방하기 위해 전사적 자금세탁 시스템 고도화 프로젝트도 착수한다. 이를 통해 국내외 금융당국으로부터 수차례 지적받은 자금세탁방지(AML) 부실을 개선하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신한은행은 5일 자금세탁 위험평가(RBA)를 개선하고, 자금세탁방지시스템(AML) 병렬테스트를 진행하는 등 책무구조도 시행에 따른 변화된 조직과 업무 환경에 RBA 시스템을 반영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외부 전문업체를 선정해 내부 시스템을 검증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며, RBA 전반에 대한 업데이트 개선‧개발 요건을 도출하고, 국외지점 자금세탁(ML) 및 테러자금조달(TF) 노출위험 평가지표 재정의 등을 수립하는 것이 골자다.
RBA는 위험 기반 접근(Risk-Based Approach)으로, 금융권역·금융회사·고객·상품·업무 등에 내재한 자금세탁위험을 식별·평가해 부문별 위험 수준에 따라 관리 수준을 차등화하는 리스크관리를 뜻한다.
AML 병렬테스트는 여러 테스트 케이스를 동시에 실행해 시간을 단축하고, 서버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필요한 작업이다. 국내외 자금세탁방지 규정을 이행하기 위해 병렬테스트를 통해 관리 체계를 고도화할 방침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올해 자금세탁 위험평가 시스템을 개선해 책무구조도 시행에 따라 변화된 조직과 업무 환경에 대응하는 등 AML·위험평가 업무의 고도화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파이낸셜투데이 신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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