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사옥. 사진=연합뉴스
우리은행 사옥. 사진=연합뉴스

주요 금융지주‧은행에 대한 금융감독원(금감원) 정기검사 결과가 발표된 가운데, 우리금융의 ‘숙원사업’인 동양‧ABL생명 등 보험사 인수 향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번 검사 결과로 인해 후속으로 이어질 경영실태평가(경영평가)에서 등급 강등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금융은 지난달 15일 금감원에 자회사 편입 심사신청을 냈다. 이에 금감원은 검사 결과를 경영평가에 적용하고, 관련 내용을 최종 승인 권한을 가진 금융위원회(금융위)에 송부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영평가에서 보험사 인수 적격성 여부가 판가름 날 수도 있는 셈이다.

◆ 자산 건전성, 내부통제, 리스크관리 '부담'

파이낸셜투데이가 4일 발표된 우리금융‧은행에 대한 금감원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향후 이뤄질 은행 경영평가를 살펴본 결과, 우리금융은 평가 비중이 높은 축에 속하는 ▲자산 건전성 ▲내부통제 ▲리스크관리 등에서 부정적인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망됐다.

금감원이 발표한 ‘2024년 금융지주·은행 등 주요 검사결과’에 따르면 우리은행의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인척 관련 부정대출 사고액은 380억원 상당의 추가분이 적발되면서 총 730억원으로 늘었다. 이중 451억원(61.8%)은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등 현 경영진 체제 아래서 취급됐다. 이를 포함한 전체 부당대출 규모는 2334억원에 달한다.

이에 금감원은 “장기간 다수 부당대출이 취급되는 동안 금융지주 차원의 내부통제가 실효성 있게 작동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구체적으로 전임 회장 부정대출 혐의를 인지하고도 금융당국에 5개월간 미보고한 일과 느슨한 영업점 감사체계, 금융사고 감지 시스템 작동 한계 등을 지목했다. 

또 자산 건전성 지표인 보통주자본비율(CET1) 산출 오류도 지적됐다. 금감원은 우리금융이 책임준공형 프로젝트파이낸상(PF)신탁 관련 위험가중자산이 발생했음에도 자본비율 산출시 이를 반영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책임준공 확약은 계약시점부터 손해배상 예정 금액(PF 약정액)에 대해서도 대손충당금이나 위험가중자산을 산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누락된 리스크를 적용하면 우리금융의 CET1 비율은 10~20bps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금감원은 내다봤다. 여기에 동양‧ABL생명 인수를 위해 선제적으로 지불한 1조5494억원도 CET1 비율 하락의 요인으로 작용된다. 이미 우리금융의 지난해 3분기(7~9월) 말 기준 CET1 비율은 11.95%로, 금융당국 권고치 12%를 밑돌아 자산 건전성 관리 미흡을 지적받기에 충분하다.

금감원은 “우리금융이 보험사 인수‧합병(M&A)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리스크관리를 경시했다”고 짚었다. 안건을 심의할 리스크관리위원회 개최 전 안건을 이사회에 부의하기로 결정하며 내규를 어긴 것은 물론, 금융당국 자회사 편입 인가가 승인되지 않을 경우 계약금을 몰취하는 조항이 계약에 포함됐는데도, 이사회에서 이는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금감원은 확인했다. 

경영실태평가(경영평가)는 2~3년마다 종합적인 경영활동을 파악하는 경영평가로 5등급으로 나눠 등급이 부여된다. 종합등급 4~5등급을 받으면 ‘경영개선요구’가 부과되며, 종합등급 1~3 등급이어도 자산 건전성이나 자본 적정성 부문의 등급이 4~5등급으로 떨어지면 ‘경영개선권고’를 요구받는다. 

최근 수년간 금융권에 횡령‧배임과 부정대출 등 금융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하면서 금감원 경영실태평가가 강화됐다. 평가 부문별 비중은 ▲자산 건전성(25%) ▲자본 적정성(20%) ▲유동성‧내부통제(15%) ▲경영관리‧리스크관리(10%) ▲수익성(5%) 순으로 높다.

지주사가 금융사를 자회사로 편입하려면 2등급 이상을 받아야 한다. 우리금융은 2021년 경영실태평가에서 2등급을 받았지만, 이번 평가에서 3등급 이하로 하락하면 우리금융은 추진 중인 보험사의 자회사 편입이 어려워진다.

이복현 금감원장이 4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2024년 금융지주·은행 등 주요 검사결과 관련 브리핑에서 모두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복현 금감원장이 4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2024년 금융지주·은행 등 주요 검사결과 관련 브리핑에서 모두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금융권 “정기검사 결과, 우리금융 경영평가 영향 제한적”…이복현 “경평 금융위 송부” 

금융업권에선 이번 금감원 정기검사 결과가 우리금융 경영평가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며, 즉각적인 등급 하락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견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경영평가는 금융사 경영에 대한 전반적인 사안을 세부적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특정 금융사고로 경영평가에서 곧장 등급이 하락하긴 어렵다”며 “정기검사 결과에 따른 제재는 이뤄지겠지만, 경영평가는 별개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이복현 금감원장이 우리금융 자회사 편입 심사에 검사 및 경영평가 결과를 충분히 반영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며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가늠하기 쉽지 않다.

이 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리금융)경영평가와 관련해 두 가지 요소가 중요하다”며 “대규모 내부통제에 실패한 사례를 빨리 처리하고, 이달 중 우리금융 M&A 승인 심사 판단에 필요한 자료를 금융위에 전달하겠다”고 강조했다. 검사 결과와 더불어 경영평가를 자회사 편입 심사에 참고하도록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다.

우리금융의 자회사 편입 관련 인허가 심사는 금감원 은행감독국이 담당한다. 심사의 주요 내용인 건전성 평가는 금융지주의 경영평가 등급을 토대로 판단하는데 이는 은행검사국에서 살핀다. 결과적으로 M&A 승인에 대한 최종 답변은 감독국과 검사국 내용을 취합해야 한다. 

이 원장은 “은행감독국이 지난달 24일 은행검사국으로 자회사 편입 심사 판단에 필요한 자료를 송부 요청했다”며 “제재와 별도로 경영평가를 도출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시간이 촉박하다는 지적을 충분히 인식하고 최대한 살펴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금융 보험사 인수와 관련)가급적 원칙대로 처리하고 싶기에 이달 중이라도 금융위에 관련 내용을 송부해야 금융위에서 내달 중 판단을 내릴 수 있다”이라고 밝혔다.

파이낸셜투데이 신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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