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 사옥. 사진=연합뉴스
우리금융지주 사옥. 사진=연합뉴스

우리금융지주와 우리은행에 대한 금융감독원(금감원) 정기검사 결과 발표가 설 이후로 연기되면서, 우리금융이 동양‧ABL생명 인수를 두고 금융당국 검사 결과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검사 결과와 함께 발표될 경영실태평가에서 보험사 인수에 대한 적격성 여부가 판가름나기 때문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 8일 기자단 공지를 통해 이달 중 예정됐던 우리금융‧우리은행 정기검사 결과 발표를 내달 초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국회의 내란 국정조사, 정부 업무보고 일정, 임시 공휴일 지정 등으로 발표 시점을 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지난해 6월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친인척 부정대출과 관련 현장검사에 돌입, 당해 8월 재검사를 거쳐 10월부터 연말까지 정기검사를 이어왔다. 당초 작년 연말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었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국면으로 올해 1월로 한 차례 연기됐었다. 

◆경영실태평가 ‘내부통제’ 비중 5.3%→15% 확대…우리금융 등급 강등 우려

우리금융의 당국 눈치 보기도 최고조에 달한 분위기다. 금감원 검사 결과의 후속으로 발표될 경영실태평가에서 3등급 이하를 부여받으면 추진 중인 보험사 인수가 지연·불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영실태평가는 2~3년마다 종합적인 경영활동을 파악하는 경영평가로 ▲자본 적정성 ▲자본 건전성 ▲내부통제 ▲리스크관리 등을 살펴 5등급에 나눠 등급이 부여된다. 종합등급 4~5등급을 받으면 ‘경영개선요구’가 부과되며, 종합등급 1~3등급이어도 자산건전성이나 자본적정성 부문의 등급이 4~5등급으로 떨어지면 ‘경영개선권고’를 요구받는다. 

지주사가 금융사를 자회사로 편입하려면 2등급 이상을 받아야 한다. 우리금융은 2021년 경영실태평가에서 2등급을 받았지만, 이번 평가에서 3등급 이하로 하락하면 자회사 편입이 어려워진다. 

최근 수년간 금융권에 횡령‧배임과 부정대출 등 금융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하면서 금감원 경영실태평가가 강화됐다. 기존 5.3% 비중으로 경영관리 평가부문에 속했던 내부통제가 새로운 평가부문으로 신설돼 15%의 비중을 가져가게 됐다. 금융사고 예방, 자금세탁 방지, 금융소비자 및 고객정보 보호 등 평가를 강화하겠다는 취지가 반영됐다. 

대규모 금융사고를 겪은 우리금융은 경영실태평가 등급 강등을 우려할 상황에 처했다. 익명의 금융권 관계자는 “보험사 인수에 제동이 걸릴 수도 있는 만큼 우리금융 내부에서도 금감원 검사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귀띔했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왼쪽 두번째)과 남기천 우리투자증권 대표 등이 지난해 8일 1일 서울 여의도 TP타워에서 열린 '우리투자증권 출범식'에서 떡케이크 커팅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왼쪽 두번째)과 남기천 우리투자증권 대표 등이 지난해 8일 1일 서울 여의도 TP타워에서 열린 '우리투자증권 출범식'에서 떡케이크 커팅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숙원사업’ 보험사 인수

금융권에선 우리금융의 보험사 인수 강행을 두고,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다음 연임을 위한 포석이란 분석이 나온다. 손 전 회장 때부터 계획된 증권사 출범을 실현한 데 이어, 보험사 인수로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라는 ‘숙원사업’을 이루고 종합금융지주 청사진을 완성하려는 행보다. 

실제 우리금융지주는 손 전 회장 부정대출 의혹으로 금융당국 조사가 한창이던 지난해 8월, 이사회를 열고 중국 다자보험그룹과 주식매매계약(SPA)를 체결했다. 우리금융은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인수하는 데에 각각 1조2840억원(75.34%), 2654억원(100%)씩 총 1조5494억원을 출연했다. 인수전에는 임 회장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됐다.

앞서 임 회장은 작년 5월 한국포스증권을 인수하고, 8월 초에 포스증권과 우리종금을 합병한 ‘우리투자증권’을 출범시킨 바 있다. 증권사 인수 직후엔 곧장 보험사 인수로 눈을 돌렸다. 인수에 성공하면 우리금융은 ‘종합금융그룹’에 걸맞는 모습을 갖추게 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보험사 인수에 1조5000억원 규모의 선금을 지불할 정도로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했다”며 “금융지주로서의 모습을 갖추려는 의지가 매우 크다고 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 임 회장의 임기 마지막 과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파이낸셜투데이 신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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