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매도세 속 기관만 5490억 순매수
핀테크 시너지 기대감 vs 가상자산 리스크 우려
네이버가 두나무 인수 추진으로 투자자들 사이에서 극명한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기관투자자들이 대규모 매수세를 보인 반면 개인과 외국인은 차익실현에 나서며 반응이 엇갈렸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네이버는 전날 코스피가 2% 이상 급락한 가운데서도 0.98% 상승한 25만6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25일 네이버파이낸셜이 국내 1위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를 100% 자회사로 편입한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이틀 연속 강세를 지속하고 있다.
투자자 유형별 매매 동향을 보면 시각차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기관투자자는 25~26일 양일간 네이버를 5490억원 순매수하며 전 종목 중 가장 많이 사들였다. 보도 전날까지만 해도 네이버를 전 종목 중 7번째로 많이 순매도했던 기관들이 태세를 완전히 바꾼 것이다.
반면, 개인투자자는 같은 기간 2590억원을 순매도해 삼성전자 다음으로 많이 팔았다. 외국인도 2320억원을 순매도하며 SK하이닉스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매도 물량을 쏟아냈다. 이 같은 활발한 거래로 25일 네이버의 거래량과 거래대금은 1년 최고치를 기록했다.
◆ 기관들이 주목하는 핀테크 확장성
기관투자자들의 적극적인 매수 배경에는 네이버의 핀테크 사업 확장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자리하고 있다. 네이버는 이미 네이버페이를 통해 구축한 결제 인프라에 가상자산 거래 서비스를 더해 종합 디지털 금융 플랫폼으로 진화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가장 주목받는 부분은 스테이블코인 사업 진출 가능성이다.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장 규모가 1700억 달러를 돌파한 상황에서 국내 가상자산 거래량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업비트의 인프라를 확보한 것은 상당한 경쟁 우위로 평가된다.
테더(USDT)와 USD코인(USDC) 등 해외 스테이블코인이 국내 시장을 장악한 현 상황에서 네이버가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출시한다면 시장 구도 변화가 예상된다.
두나무의 기존 사업 실적도 기관들의 관심을 끈다. 업비트는 지난해 거래대금 기준으로 전 세계 4위 규모의 가상자산 거래소로 성장했다. 특히 김치 프리미엄으로 불리는 국내외 가격차 덕분에 거래 수수료 수익이 안정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네이버파이낸셜의 수익 기여도가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NH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네이버파이낸셜의 손익 개선이 기대되고 가상자산거래소라는 새로운 비즈니스를 확장할 수 있다”며 “스테이블 코인 사업 진출도 적극적으로 가능해진다는 점에서 네이버파이낸셜뿐만 아니라 네이버 전체 기업가치가 상승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경쟁사 견제 효과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카카오페이와 카카오뱅크를 앞세워 핀테크 시장을 주도해온 카카오는 기존 두나무 지분을 네이버에 내주게 되면서 디지털 자산 분야에서 상대적 열세에 놓이게 됐다. 카카오는 현재 카카오인베스트먼트와 카카오벤처스 등을 통해 두나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번 딜이 성사되면 네이버 계열로 넘어가게 된다.
실제로 카카오는 지난 27일 두나무 지분 딜레마와 카카오톡 개편 논란이 겹치며 6% 이상 급락했다. 카카오가 그동안 추진해온 디지털 자산 관련 사업 전략도 전면 재검토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카카오가 대안으로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 투자나 자체 거래소 설립을 검토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향후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도입이 본격화될 경우에도 네이버는 기존 금융기관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디지털 자산 관련 기술력과 사용자 기반을 동시에 확보한 만큼 새로운 금융 서비스 출시에도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된다. 한국은행이 추진 중인 CBDC 파일럿 테스트에서도 네이버가 주요 참여 업체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금융당국의 가상자산 규제 체계가 점차 명확해지고 있는 시점에서 이미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업비트의 컴플라이언스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 요소로 작용한다. 업비트는 2021년 가상자산사업자 신고를 완료한 4개 거래소 중 하나로, 금융정보분석원(FIU)의 엄격한 자금세탁방지 기준을 통과한 바 있다.
◆ 개인투자자 우려와 리스크 요인
개인투자자들의 대량 매도한 데엔 가상자산 시장의 높은 변동성이 네이버의 기존 안정적 수익구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주된 이유다.
네이버페이 ‘내자산 서비스’에 따르면 네이버 투자자 8만6720명의 평균 매수단가는 27만64원으로 집계된다. 현재 주가 기준 평균 수익률이 -5.02%를 기록하고 있어 상당수 투자자들이 손실 상태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상당수는 2021년 ‘동학개미운동’ 당시 네이버가 40만원대까지 치솟을 때 매수한 투자자들로 추정된다. 당시 ‘국민주’로 불렸던 네이버는 이후 주가 하락세를 보이며 지나달엔 15만원대까지 내려앉기도 했다.
올해 6월 29만5000원까지 상승하며 재도약을 시도했지만 7~8월 다시 20만원 초반대에서 횡보하는 모습을 보였다. 경쟁사인 카카오가 인공지능 붐과 스테이블코인 호재로 지속 상승할 때도 네이버는 상대적으로 소외되는 양상을 보였다.
특히, 지난달 카카오가 호실적과 인공지능 서비스 기대감으로 8% 가까이 상승한 반면 네이버는 같은 기간 9% 하락해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가상자산 업계의 규제 불확실성도 리스크 요인으로 지적된다. 정부의 가상자산 과세 방침이나 거래소 규제 강화 등이 두나무의 수익성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네이버의 실적 변동성 확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네이버의 두나무 인수는 장기적으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지만 가상자산 시장의 변동성과 규제 리스크를 감안할 때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기관과 개인 간 시각차는 이런 기회와 위험에 대한 인식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최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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