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6년 만에 비상경영 체제 선포
강성현·남창희·김주남 등 내년 3월 임기 만료
경영위기에 최고직급 ‘부회장단’ 쇄신 가능성
롯데그룹이 최근 들어 정기인사에서 ‘쇄신’ 기조를 보이는 가운데 올해에도 같은 양상을 보일지 주목된다. 지난 8월 롯데지주가 비상 경영 체제를 공식 선포한 만큼 대대적인 인사 폭풍 가능성에 더욱 힘이 실리는 양상이다.
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이 계열사 임원 평가 작업을 마무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원 평가가 마무리된 만큼 롯데그룹의 정기인사는 이르면 11월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이달 3일부터 9일까지 미국 하와이에서 개최하는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롯데 챔피언십에 호스트로 참하는 만큼 이번 행사가 마무리된 후 인사 발표가 이뤄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달말에 인사가 이뤄지면 지난해보다는 조금 이른 시기에 인사가 발표되는 상황이다. 지난해 롯데그룹은 12월 6일에 정기 인사를 발표했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롯데그룹 인사가 이르면 이달말, 늦어도 12월초에 발표될 것으로 전망다.
롯데그룹은 최근 들어 강력한 쇄신 인사를 연달아 발표해왔다. 재작년에 발표한 인사에서는 대표급 인사 21명이 교체됐다. 지난해에도 계열사 대표이사 8명이 물러나고 14명이 교체됐다.
올해에는 그룹의 컨트롤 타워인 롯데지주가 실적 부진 등을 이유로 지난 8월부터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한 상황이다. 이에 롯데그룹이 올해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위기감을 조성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메시지를 대내외에 알릴 가능성이 높다.
롯데건설이 부동산PF(프로젝트 파이낸싱) 위기를 이미 겪었고 탄탄한 성장을 이어온 롯데케미칼도 중국의 석유화학 시설 확충으로 판로가 막히면서 그룹 전체에 위기감이 확산됐다.
이 때문에 롯데온, 롯데케미칼과 롯데면세점에서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최근에는 편의점 부문인 코리아세븐에서도 창사 후 첫 희망퇴직이 이뤄졌다. 임차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롯데온, 코리아세븐, 롯데헬스케어의 사옥을 이전하는 사례도 나올 정도다. 롯데지주를 비롯해 실적이 부진한 계열사 임원들은 주말에도 출근하고 있다.
롯데그룹의 근간인 유통 부문의 실적 부진이 뚜렷한 만큼 큰 폭의 인사 변화가 예고됐다. 롯데백화점과 롯데슈퍼·마트 등이 주축된 롯데쇼핑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6조9411억원으로 전년 동기(2023년 상반기) 대비 3.4% 줄었고 순이익은 적자 전환했다.
게다가 롯데그룹 유통 계열사 대표들이 대거 다음해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강성현 롯데마트·슈퍼 대표(부사장), 박윤기 롯데칠성음료 대표(부사장), 이창엽 롯데웰푸드 대표(부사장), 남창희 롯데하이마트 대표(부사장), 김주남 롯데면세점 대표(전무) 등이다.
강성현 대표는 점포 리뉴얼 작업을 거치며 오프라인 경쟁력을 강화하면서 슈퍼 사업부까지 맡았다. ‘통합 소싱’ 작업에 속도를 내면서 지난해 롯데마트와 슈퍼는 수익성이 큰 폭으로 개선됐다.
최근에 롯데마트는 유통 채널의 시너지를 높이기 위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롯데쇼핑은 이커머스 사업부 내 e그로서리(식료품) 사업단 조직을 롯데마트·슈퍼의 사업부에 넘겨 통합했다.
강성현 대표 체제에서 롯데마트·슈퍼의 수익성 개선에 성공한 만큼 연임에 다소 힘이 실려 있는 상황이다.
롯데칠성음료는 박윤기 대표가 선임 이후 실적 상승세를 꾸준히 보이고 있다.
2020년에 박윤기 대표가 선임된 이후 ▲2021년 매출 2조5061억원, 영업이익 1822억원 2022년에는 매출 2조8418억원, 영업이익 2229억원을 기록했으며 ▲2023년 매출 3조2247억원, 영업이익 2107억원을 기록했다.
최근에는 경영권을 취득한 종속회사 ‘필리핀 펩시’를 통한 글로벌 진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창엽 대표는 롯데웰푸드를 이끌면서 지난해 연매출 4조원을 거두며 외형 성장을 이뤄냈다는 평가다. 그러나 올해는 하반기 실적 개선이 과제로 남은 만큼 해외사업 성과 등을 평가받을 전망이다.
남창희 대표는 롯데하이마트의 체질 개선 및 내실 경영 등을 통해 지난해 영업이익 82억원을 거두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그러나 롯데하이마트는 올해 상반기 영업손실 133억원을 기록하며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남창희 대표 체제에서 롯데하이마트는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 재고 관리 및 희망퇴직 실시, 오프라인 점포 축소 등 내실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는 PB브랜드를 강화하거나 1인 가구에 특화된 체험형 매장 ‘더 나노 스퀘어’를 선보이고 있다.
다만 경기 둔화, 건설경기 위축 등으로 입주 물량이 감소한 데다 고물가로 신규 가전 수요도 줄어 롯데하이마트의 실적 개선 속도는 더딜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면세점은 롯데그룹에서 가장 먼저 사업부 구조개선 및 인력 감축에 나선 곳이다. 김주남 대표 체제에서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영업이익으로 159억원을 거두며 전년 대비 1553억원 증가시켰다.
그러나 롯데면세점은 올해 상반기에 46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 회사는 올해 실적 개선을 위해 온라인 및 시내 면세점에 주력하고 있다. 또 지난 6월 임원 급여 20% 삭감, 전사적 희망퇴직에 나서고 있으나 업황 부진을 극복하지는 못한 모습이다.
전문경영인의 최고 직급인 부회장단의 쇄신 가능성도 제기된다. 롯데그룹 부회장단은 총 4명으로 ▲이동우 롯데지주 대표 ▲이영구 롯데그룹 식품군HQ(헤드쿼터) 총괄대표 겸 롯데웰푸드 대표 ▲김상현 롯데그룹 유통군HQ 총괄대표 겸 롯데쇼핑 대표 ▲박현철 롯데건설 대표다.
부회장 4인 중 이동우, 이영구 부회장은 다음해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이동우 부회장은 그룹의 새 성장동력인 롯데바이오로직스와 롯데헬스케어 출범을 이끌었다. 이영구 부회장은 식품 사업군을 4년째 이끌어오면서 롯데제과와 롯데푸드의 합병을 주도했다.
또 실적이 부진한 계열사나 롯데헬스케어 등 신사업 부문의 과감한 정리 가능성도 높다. 일각에서는 계열사 내 사업부문 축소에 대한 얘기도 나올 정도다.
한편 신동빈 회장은 올해 초부터 줄곧 ‘위기’를 강조하며 변화를 강조해오고 있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 7월 개최된 ‘롯데 2024년 하반기 VCM(Value Creation Meeting·사장단 회의)에서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적인 자세로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며 “기존 사업의 본원적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는 과감한 혁신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파이낸셜투데이 신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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