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사 3분기 평균 이익률, 식음료 업계와 격차 커
“제품 가격 인상에 경쟁 격화…유통사 수익성 우려”

쇼핑 축제 '2024 대한민국 쓱데이' 행사가 열린 1일 오전 서울 중구 이마트 청계천점을 찾은 시민들이 매장 오픈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쇼핑 축제 '2024 대한민국 쓱데이' 행사가 열린 1일 오전 서울 중구 이마트 청계천점을 찾은 시민들이 매장 오픈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유통업계 빅3’ 이마롯쿠(이마트·롯데쇼핑·쿠팡)가 내수 부진과 물가 상승의 영향으로 수익성에 큰 고민을 안고 있다. 반면 식품·음료업계는 지속적인 가격 인상을 통해 영업이익률을 올리고 있어 유통업체와 식품·음료업계 간 평균 영업이익률 격차가 커지고 있다.

20일 이마트·롯데쇼핑·쿠팡, 3곳의 올해 3분기 실적을 분석한 결과 평균 영업이익률은 4.6%로 분석됐다. 각사별로 영업이익률을 따져보면 ▲이마트 8.4% ▲롯데쇼핑 4.3% ▲쿠팡 1.3%이다.

이마롯쿠의 올해 3분기 평균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3분기(2.1%)와 비교해서는 2배 넘게 뛰었다. 이마트와 롯데쇼핑이 지난해에 부진한 성적을 거둔 가운데 1년간 대대적인 개선에 나서면서 영업이익률을 크게 끌어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유통업계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식품·음료업계와 비교하면 큰 차이가 있다.

국내 주요 식품·음료 상장사 16곳의 3분기 평균 영업이익률은 7%로 이마롯쿠보다 3.4%p 높다.

식품·음료 상장사 16곳에는 ▲CJ제일제당(별도기준) ▲동원F&B ▲대상 ▲롯데웰푸드 ▲롯데칠성음료 ▲오뚜기 ▲농심 ▲SPC삼립 ▲풀무원 ▲오리온 ▲하이트진로 ▲삼양사 ▲매일유업 ▲삼양식품 ▲매일유업 ▲삼양식품 ▲남양유업 ▲해태제과가 포함된다.

지난해 3분기에 이들 16개사의 평균 영업이익률이 6.8%였던 것과 비교하면 0.2p 상승했다. 올해 평균 영업이익률은 전년 동기와 비교해서는 상승세가 높지 않지만 2년 전의 영업이익률(4.9%)에 비하면 증가세가 높다는 점을 파악할 수 있다.

삼양식품이 불닭 수출 호조에 힘입어 올해 들어 3분기까지 매출이 1조2000억원을 넘어서면서 지난해 한 해 실적을 뛰어넘었다. 사진은 15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 라면 매대. 사진=연합뉴스
삼양식품이 불닭 수출 호조에 힘입어 올해 들어 3분기까지 매출이 1조2000억원을 넘어서면서 지난해 한 해 실적을 뛰어넘었다. 사진은 15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 라면 매대. 사진=연합뉴스

식품·음료업체들이 내수 시장의 소비 부진에도 불구하고 해외사업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내면서 영업이익률을 끌어올린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식품·음료업체가 그간 암묵적인 불문율인 ‘가격 인상은 1년에 한 번씩’이라는 가격 경책이 깨지면서 최근들어 6.4개월마다 가격 인상에 나서고 있다.

실제로 한국은행의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8~2021년 국내 기업들의 평균 상품 가격 유지 기간은 9.1개월이었다. 그러나 팬데믹 이후인 2022~2023년에는 6.4개월로 줄었다.

고물가로 인해 기업들이 가격을 조정하는 빈도가 잦아졌다는 뜻이다. 이상기후로 인해 원재료 가격이 요동치고 배달 수수료와 인건비 등 부가적인 비용까지 올랐기 때문이다.

가격인상의 명분을 마련됐으나 식품·음료업계의 가격 인상의 여파는 크다. 제품 가격을 인상시 최종 소비자뿐만 아니라 중간 단계인 유통업체까지 타격을 입게된다.

한 유통학계 관계자는 “식품·음료업계의 그리드플레이션(greed+inflation·기업 탐욕에 따른 물가 상승)으로 수익성 저하와 물가 상승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라며 “지난해에 비하면 유통업체들이 영업이익률을 올렸지만 소비자 저항과 정부 압박을 직접적으로 받는다는 점에서 수익성 향상이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즉 식품·음료업계 등 제조사들이 제품 가격을 지속적으로 올리는 행태가 유통사와 함께 동반상승세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유통업체가 소비자 저항을 고려해 지속적인 할인행사에 나서고 있고 정부의 물가 안정화 정책에 따라가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와 이상 기후로 국제 원재료 가격이 들썩이고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식품은 해외에서 원재료를 수입해 가공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원부재료 가격과 물류비 상승이 가시화되면 식품업계가 추가적으로 가격 인상에 나설 명분이 마련된다.

게다가 식품·음료 제품은 가격을 한번 올리면 다시 인하하기가 어렵다. 정부가 직접적으로 나서서 압박하더라도 단기간에 가격을 낮추더라도 다시 가격이 회복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또 식품·음료 제품 가격 인상은 자연스럽게 외식 물가 인상으로도 이어진다.

식품업계도 시장 분위기는 이해하고 있지만 변동성이 큰 시장 상황에서 대응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펴고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최근처럼 원가 변동성이 크면 제품 가격을 올리기도 내리기도 쉽지 않다”며 “원재료 수입채널을 다양화하려고 시도하기 위해 나서고 있지만 단기간 내에 확보하기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신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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