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브스 추산’ 김병주 재산 14조원 달해
사재출연 ‘1조 vs 3000억 이하’ 의견 분분
유통街 “홈플러스 영업 정상화에 최소 1조원”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의 김병주 회장이 법정관리 절차를 개시한 홈플러스에 사재출연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조단위 자산가인 김병주 회장이 홈플러스에 투자할 사재출연의 규모와 시기가 정해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낮은 규모로 지원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 주주사인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는 지난 16일 입장문을 내고 “홈플러스 회생절차와 관련된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 그 일환으로 김병주 회장은 어려움이 예상되는 소상공인 거래처에 신속히 결제대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재정 지원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관건은 김병주 회장이 투입할 금액 규모다. 아직 MBK파트너스와 김병주 회장은 사재 출연 규모를 밝히지 않았다. 홈플러스 거래처 중에서 영세·소상공인에게 밀린 대금이 얼마인지 정확하게 계산한 후에 출연 규모와 지원방안을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및 동북아 최대의 사모펀드 업체인 MBK는 2015년 7조2000억원에 홈플러스를 인수했다. MBK는 이달초 ‘홈플러스의 유동성 문제를 선제적으로 해결하겠다’며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법원에 신청해 개시 결정을 받았다.
이후 MBK는 메리츠금융그룹 등 주요 채권자들과 채권단협의회를 발족했으나 채권단의 반응은 싸늘하다. 홈플러스의 신용등급이 강등되기 직전까지 회사의 카드대금을 기초로 한 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를 발행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으로 채권을 갚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알고도 MBK파트너스 주도로 사채를 발행했다는 의혹마저 받고 있다.
채권단에서 ‘MBK와 김병주 회장이 책임을 제대로 지지 않고 추가 재원 출자 없이 부채 관련 협상의 주도권만 쥐려고 한다’는 불만이 쏟아질 정도다. 협력업체들도 정산이 늦어지고 있다는 불만을 호소하고 있다.
이 때문에 김병주 회장은 사재 출연을 통해 불안과 반발을 가라앉히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보유 중인 다른 브랜드나 앞으로의 M&A(인수·합병), 투자에도 악영향이 끼칠 수 있다. 현재 MBK가 지분을 보유한 국내 기업으로는 ▲딜라이브(케이블TV·방송) ▲네파(스포츠 의류) ▲골프존카운티(골프장) ▲롯데카드 ▲글로벌고메이서비시스(외식 프랜차이즈) ▲엠에이치앤코(모던하우스·가구·생활잡화) ▲메가존클라우드(소프트웨어) ▲메디트(의료 기기) 등이 있다.
그중에서도 다이닝브랜즈그룹 산하에는 ▲bhc치킨 ▲아웃백 ▲창고43 ▲큰맘할매순대국 ▲슈퍼두퍼 등이 있다. MBK는 지난해 9월에는 비철금속 제련 1위 기업인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에도 뛰어들었으며 최근에는 CJ제일제당 바이오사업부 인수에도 나서고 있다.
MBK가 보유한 자사 브랜드에도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는 상황이다. 다만 유통업계에서는 홈플러스가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최소 1조원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홈플러스가 매달 정산해야 하는 상거래 채권 규모는 5000억원 수준이다.
매달 납품 대금으로 평균 3000억∼3500억원이 지출된다. 임직원 월급은 560억원씩 매달 나가고 임대점주(테넌트)에 정산해주는 매출액은 500억∼700억원이다. 수도·전기세 등 기타 비용도 필요하다.
자금 경색이 추가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 현금 유동성은 더욱 빠듯해질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MBK와 김병주 회장의 출연 규모가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채권단과 시장의 불신과 반발이 다시 격해질 가능성이 높다.
당장 홈플러스 노조에서도 김병주 회장의 사재 출연을 두고 ‘여론과 정치적 압박을 피하기 위한 임시방편’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마트산업노동조합 홈플러스지부는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병주 회장은 홈플러스 사태가 심각해지고 국회의 출석 요구, 국세청 세무조사, 노조 반발 등 사회적 압박이 거세지자 마지못해 사재 출연이라는 조치를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 여론이 악화하자 소나기는 피하자는 심산으로 이런 발표를 부랴부랴 내놓은 건 아닌지, 고려아연 분쟁 등 이후 진행될 사업에 불똥이라도 튈까 봐 여론 달래기용으로 발표한 건 아닌지 의심된다”라며 “MBK가 홈플러스 인수 후 1조원 투자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자본 회수에만 매달려 (회사) 경쟁력이 약화했다. 선제적 기업회생이라는 생소한 개념까지 동원해 자신들이 져야 할 책임을 노동자를 비롯한 수많은 이해관계자에게 떠넘기는 ‘신개념 먹튀’를 시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홈플러스 노조는 김병주 회장에게 “피해를 본 국민과 노동자들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와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고 임시방편적 사재 출연이 아닌 추가적인 사재 출연을 통해 홈플러스의 회생절차를 중단하고 기업을 정상화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2023년 미국 경제 매체 포브스는 김병주 회장을 한국 부자 1위로 꼽았다. 포브스가 추산한 김병주 회장 자산은 97억 달러(약 14조1000억원)이다. 이는 당시 2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80억 달러)보다 많다.
파이낸셜투데이 신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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