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 최대주주 기업은행, 내부출신 방경만 반대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까지…국민연금 움직일 가능성
KT&G “실적 감소, 부동산 등 일회성 영향…주가 상승세”

KT&G 차기 사장 후보인 방경만 KT&G 수석부사장. 사진=KT&G
KT&G 차기 사장 후보인 방경만 KT&G 수석부사장. 사진=KT&G

IBK기업은행이 ‘내부출신’ KT&G 차기 대표 선임 건에 대한 뒤집기에 나섰다. 기업은행이 관치 논란에도 불구하고 KT&G 차기 리더십 흔들기에 나선 가운데 KT&G 측도 적극적으로 방어에 나섰다.

기업은행은 지난 12일 공시한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참고서류’에서 “KT&G의 최대주주(지분 의결권 기준 약 8%)인 기업은행은 이사회의 전문성과 독립성 강화를 통한 거버넌스(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주주제안을 한다”며 손동환 사외이사 후보 선임에 찬성을, 방경만 대표이사 사장·임민규 사외이사 후보 선임에 모두 반대해달라고 주주들에게 요청했다.

손동환 이사는 기업은행이 추천한 후보이며 나머지 두 후보는 현 KT&G 이사회가 추천한 인사다. 차기 사장이 유력한 방경만 수석부사장은 KT&G 내부 인사로 지난 1998년 KT&G(당시 한국담배인삼공사)에 입사해 브랜드실장, 글로벌본부장 등 회사의 핵심 분야를 맡아왔다.

그는 브랜드실장 재임 때 담배 브랜드 ‘에쎄’(ESSE)의 인지도를 높여 수출국을 확대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렇듯 방 수석부사장은 KT&G 내부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으나 KT&G가 내부 인사만 사장으로 계속 뽑는 ‘내부세습’을 택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기업은행은 “KT&G와 같은 소유분산 기업(소유주가 없는 회사)은 이사회의 역할과 견제 기능이 매우 중요하고 이를 위해 이사회의 독립성 확보 및 주주들의 의견을 대변할 이사회 구성이 필요하다”며 “현 사외이사 6인은 모두 회사가 추천한 사외이사로 주주 추천 사외이사는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방 수석부사장 선임 후 KT&G 영업이익이 20% 이상 줄었고 사외이사 외유성 출장 등도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며 “자사주를 활용한 우호 지분 확보 결의 등으로 미뤄 현 이사회의 독립성과 공정성에도 심각한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 “KT&G 사외이사 후보자가 현 이사회 의장으로서 여러 의혹과 관련한 시장의 지적에 충분한 해명 없이 사외이사 후보로 재추천된 것은 사외이사의 권력화이자 기업 밸류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의 취지와도 어긋난다”고 덧붙였다.

특히 기업은행은 단순히 KT&G의 차기 리더십 반대 뿐만 아니라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까지 주주에게 하면서 표 대결을 준비 중이다. KT&G 지분 0.46%를 보유 중인 행동주의펀드 아그네스도 기업은행의 움직임에 동참하고 있다.

KT&G 사옥 전경. 사진=KT&G
KT&G 사옥 전경. 사진=KT&G

이 때문에 오는 28일 열리는 KT&G 주총에서 방경만 수석부사장의 대표 선임건 등에 대한 치열한 표 대결이 예상된다.

이번 주총은 이전과는 달리 KT&G 이사회가 다수의 이사직에 대해 주주가 그 자릿수만큼 복수의 투표권을 특정 이사에 표를 행사할 수 있는 ‘집중투표제’가 도입됐다. 즉 사내이사와 사외이사를 구분하지 않고 묶어서 이사 후보 중 한명에게 몰아서 투표할 수 있다는 의미다. 투표 결과 다득표순에 따라 상위 득표자 두 명이 이사로 선임된다.

기업은행이 방 수석부사장 선임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에 나서면서 또다른 주요 주주인 국민연금의 향후 움직임도 주목된다. 정부는 최근 코리아디스카운드(한국 주가에 대한 마이너스 요소) 해소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국민연금의 움직임을 강조하고 있다.

게다가 국민연금은 지난해 7월 KT&G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 투자’에서 ‘일반 투자’로 변경하면서 인사 개입 가능성을 높였다. 기업은행과 국민연금이 힘을 합쳐 방 수석부사장 선임에 반대표를 던지면 해당 안건이 주총에서 부결될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지난 2018년에도 기업은행은 백복인 현 KT&G 사장의 연임 결정에 반대 의사를 표하고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했다. 그러나 당시 1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정부의 인사 개입 논란 등을 피하기 위해 중립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기업은행의 주주 제안은 불발됐다.

이러한 양상이 올해 주총에서 다시 재현될 가능성도 남아있다. 기업은행이나 국민연금의 개입 자체가 사실상 ‘관치’에 해당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 지분이 담긴 곳들이 민간기업에 경영압박한다면 정부 차원의 경영 간섭을 시도했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이에 KT&G 측도 기업은행의 주장에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있다.

KT&G 관계자는 “‘영업이익 20% 이상 감소’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방 수석부사장의 사내이사 선임 후 영업이익은 2021년 1조3384억원에서 2023년 1조1679억원으로 12.7% 감소했고 이는 수원 분양 사업 종료 등 부동산 부문에서의 일회성 영향에 따른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해당 기간 영업이익은 수원 분양 사업 종료에 따른 일회성 영향을 제외하면 3.3% 증가했고 3대 핵심사업(글로벌CC·NGP·건기식) 영업이익은 20% 가량 증가했다”며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는 12% 하락한 반면 회사 주가는 13% 가량 올랐다”고 설명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신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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