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내부 출신’ 방경만 선임 반대 시사
행동주의펀드 FCP, 기업은행 움직임 지지
‘28일 주총’ 국민연금 표심에 방경만 선임 달려

KT&G 차기 사장 후보인 방경만 KT&G 수석부사장. 사진=KT&G
KT&G 차기 사장 후보인 방경만 KT&G 수석부사장. 사진=KT&G

KT&G가 ‘내부 인사’ 방경만 수석부사장을 차기 사장으로 밀고 있으나 잇단 반대에 부딪쳤다. 특히 KT&G의 최대주주인 기업은행이 방 후보자의 선임에 반대표를 행사할 가능성이 커졌고 이를 행동주의펀드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마저 거들고 있다.

여기에 KT&G의 주 주주인 국민연금마저 방 후보자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치고 있어 오는 28일 열릴 KT&G 주주총회에서 방 후보자의 선임 향방이 주목된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KT&G 주총에서 대표이사 사장 후보로 내정된 방경만 KT&G 수석부사장 선임안에 반대표를 행사하는 것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기업은행 측은 ▲사외이사의 외유성 해외출장 ▲폐쇄적인 이사회 운영 등에 대한 KT&G의 경영 상황에 대해 불만을 보이고 있다. 이에 최대 주주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따로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했다.

기업은행이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는 손동환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다.

2018년에도 기업은행은 백복인 현 사장의 연임에도 반대표를 던지기 위해 사외이사 후보를 제안했다. 그러나 당시 1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정부의 인사 개입 논란 등을 피하기 위해 중립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기업은행의 주주 제안은 불발됐다.

그러나 6년이 흐른 지금 기업은행은 KT&G에 더욱 강한 압박을 가하고 있다.

KT&G 사장이 바뀌는 것은 9년 만이다. 유력한 차기 사장 후보로 꼽혀온 방 수석부사장은 KT&G 총괄부문장으로 백 사장과 함께 이사회 사내이사 2명 가운데 1명이다. 지난 1998년 KT&G(당시 한국담배인삼공사)에 입사해 브랜드실장, 글로벌본부장 등 회사의 핵심 분야를 맡아왔다.

그는 브랜드실장 재임 때 담배 브랜드 ‘에쎄’(ESSE)의 인지도를 높여 수출국을 확대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렇듯 방 수석부사장은 KT&G 내부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으나 KT&G가 내부 인사만 사장으로 계속 뽑는 ‘내부세습’을 택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KT&G는 민영화 이후 20년 넘게 내부 출신이 KT&G를 이끌어왔으며 이번에도 내부 인사가 최종 사장 후보로 선정됐다. 게다가 이번 선임 과정에서 사외이사의 외유성 출장 논란을 비롯해 규제 무마를 위한 국회의원 ‘쪼개기 후원’, 독립성이 약한 거버넌스(관리체계) 등 이사진 관련 논란이 발발했다.

KT&G 로고
KT&G 로고

이러한 논란을 인식한 기업은행은 사외이사 후보 추천과 함께 지분율만큼의 표를 몰아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KT&G의 현 경영진을 줄곧 비판해온 FCP도 기업은행의 움직임을 지지하며 연합한 상황이다.

FCP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주총에서 기업은행이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를 지지할 것을 밝히고 자신들이 추천한 이상현 FCP 대표의 사외이사 후보 사퇴를 발표했다. 이와함께 FCP는 기업은행이 거버넌스 개혁을 위해 나선 것을 환영하면서 국책은행이 나서는 만큼 KT&G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진정성을 보여줄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KT&G 이사회가 다수의 이사직에 대해 주주가 그 자릿수만큼 복수의 투표권을 특정 이사에 표를 행사할 수 있는 ‘집중투표제’를 이번 주총에서 도입했다. FCP 후보자가 사퇴하지 않았다면 표가 갈릴 수 있었지만 이번 사퇴를 통해 표가 집중될 수 있는 상황이다. 이때문에 방 사장 후보의 선임 안건이 주총에서 부결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KT&G 이사회는 “통합집중투표는 소수 주주권 보호차원의 결정”이라면서도 “다만 이로 인해 대표이사 사장 선임이 집중투표에 따라 결정되는 불확실한 경영 환경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불필요한 경영 혼란을 방지하고 기업 가치와 주주가치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주주 여러분의 대표이사 사장 선임 건에 대한 찬성이 매우 중요하다”며 “KT&G 이사회 추천 사외이사 선임 건에 찬성을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방경만 대표이사 사장과 임민규 사외이사 선임에 찬성하고 사외이사 손동환 선임에 반대해 달라”고 요청했다.

심지어 KT&G의 3대주주인 국민연금마저 내부 승진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부는 최근 코리아디스카운드(한국 주가에 대한 마이너스 요소) 해소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국민연금의 움직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 가운데 국민연금은 지난해 7월 KT&G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 투자’에서 ‘일반 투자’로 변경하면서 인사 개입 가능성을 높였다.

게다가 김태현 국민연금 이사장도 KT&G와 비슷한 소유분산기업(소유주가 없는 회사) 포스코홀딩스의 사외이사의 독립성에 대한 의문을 공개적으로 제기하면서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포스코홀딩스와 비슷한 상황인 KT&G에 대해서도 의결권을 행사할 여지가 크다는 의미다.

한편 KT&G 측은 이번 주총 개최와 관련해 “정당한 주주권 행사를 항상 존중하며 이번 주총에도 주주제안의 취지를 존중해 이견없이 주주제안 안건을 모두 상정하기로 했다”며 “회사는 주주를 비롯한 이해관계자들과 KT&G 그룹의 미래비전 및 성장 전략에 대해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장기적 관점에서 전체 주주의 이익과 회사 가치가 극대화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기업은행의 사외이사 후보 추천건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진 입장은 따로 없다"며 말을 아꼈다.

KT&G는 이상현 대표의 사외이사 후보 자진 사퇴에 대해 “사퇴 의사를 존중한다”며 “이사회 추천 후보자(임민규·곽상욱)가 선임돼 독립성, 전문성, 균형성을 갖춘 이사회를 구성해 기업가치 및 주주이익 제고를 위해서 최선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후보자들이 선임될 경우 KT&G의 현직 이사들과 함께 이사회 역량지표(BSM)에 부합하는 독립성, 전문성, 다양성을 균형 있게 갖춘 이사회를 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신용수 기자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