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인사 방경만 수석부사장, 차기 사장 후보
행동주의펀드, 국민연금에 의결권 행사 촉구
국민연금, ‘소유분산’ KT·포스코 사장선임 개입

KT&G 차기 사장 후보인 방경만 KT&G 수석부사장. 사진=KT&G
KT&G 차기 사장 후보인 방경만 KT&G 수석부사장. 사진=KT&G

KT&G가 내부 인사 승진을 통한 차기 사장 선임을 택했다. 그러나 최종 선임 결과는 KT&G 주요 주주인 국민연금의 선택에 사실상 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KT&G 사장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는 방 수석부사장을 차기 사장 최종 후보로 결정해 이사회에 추천했다고 지난 22일 밝혔다.

KT&G 사장이 바뀌는 것은 9년 만이다. 9년간 직을 맡아온 백복인 사장의 뒤를 이을 차기 대표이사 사장 선임은 최종적으로 3월말 열릴 예정인 정기주주총회에서 결정된다.

유력한 차기 사장 후보로 꼽혀온 방 수석부사장은 KT&G 총괄부문장으로 백 사장과 함께 이사회 사내이사 2명 가운데 1명이다. 지난 1998년 KT&G(당시 한국담배인삼공사)에 입사해 브랜드실장, 글로벌본부장 등 회사의 핵심 분야를 맡아왔다.

특히, 그는 브랜드실장 재임 때 담배 브랜드 ‘에쎄’(ESSE)의 인지도를 높여 수출국을 확대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방 수석부사장은 한국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뉴햄프셔대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브랜드, 마케팅, 글로벌, 전략 등 사업 전반에 걸친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회사의 성장 투자와 기술혁신을 통한 전자담배 등 3대 핵심사업 중심의 중장기 성장전략 수립과 신 주주환원정책의 주도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평가다.

앞서 사추위는 지난 16일 방 수석부사장 등 4명을 2차 숏리스트로 추려 이날 이들 후보자를 상대로 대면 심층 인터뷰를 실시해 최종 후보를 확정했다.

방 수석부사장이 KT&G 내부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으나 KT&G가 내부 인사만 사장으로 계속 뽑는 ‘내부세습’을 택했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KT&G는 민영화 이후 20년 넘게 내부 출신이 KT&G를 이끌어왔으며 이번에도 내부 인사가 최종 사장 후보로 선정됐다. 최장 기간 CEO를 맡아온 백복인 현 사장도 2015년 10월 사장으로 취임해 9년간의 임기를 지냈다.

게다가 KT&G는 백 사장이 연임 포기를 선언하면서 각종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사외이사의 외유성 출장 논란을 비롯해 규제 무마를 위한 국회의원 ‘쪼개기 후원’, 독립성이 약한 거버넌스(관리체계) 등 이사진 관련 논란이 대표적이다.

또 KT&G의 차기 사장을 선출하는 사추위가 사외이사만으로 꾸려졌다는 점도 지적받는다. 사외이사 모두가 백 사장 재임 기간에 선임돼 백 사장의 영향력을 크게 받는다는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실제로 외유성 출장 의혹에 대해서는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상황이기에 수사 결과에 따라 이사회 구성 등도 변경될 가능성이 있다.

KT&G의 지분 약 1%를 소유한 행동주의펀드 FCP(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는 KT&G의 수익성 악화도 문제 삼고 있다.

실제로 KT&G는 연결 기준 지난해 매출이 5조8724억원으로 전년 대비 0.4% 증가하며 역대 최대를 경신했지만 영업이익은 1조1679억원으로 7.9%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순이익은 9266억원으로 7.8% 줄었다.

또 FCP는 내부인사가 수익성 악화와 최근 이어진 논란에 책임이 있다고 비판하며 방 사장 후보 등에 강도 높은 반대 목소리를 내왔다. 실제로 FCP는 지난 21일에 국민연금에 KT&G 대표 선임 과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의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민원실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민원실 모습. 사진=연합뉴스

국민연금은 KT&G 지분 6.20%(2023년말 기준)를 보유한 3대 주주다. 게다가 국민연금의 표심에 따라 KT&G의 2대 주주인 중소기업은행(6.93%)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사실상 국민연금이 KT&G의 의결권 13%를 움직일 수 있는 셈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국민연금이 이번 FCP의 서한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미지수라는 평가를 내린다.

국민연금은 KT&G와 마찬가지로 소유분산기업(소유주가 없는 회사)인 KT와 포스코의 차기 CEO 선임 과정에 적극 개입했다. 특히 KT의 경우 KT&G와 비슷하게 내부 인사를 차기 대표로 선정했다가 국민연금과 정치권의 압박에 밀려 외부 출신인 김영섭 대표를 선임했을 정도다.

아직까지 국민연금은 KT&G CEO 선임과정에서 별다른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지난해 3월 KT&G 주총에서는 현 경영진의 손을 들었다. 당시에도 FCP는 사외이사 증원과 배당 확대를 요구했으나 표대결에서 완패했다.

지난해와 비슷한 양상이 펼쳐진다면 국민연금이 또다시 사측의 입장을 지지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지난해와 달리 경찰이 최근 KT&G의 여러 의혹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다는 점은 변수다. 지난 6일 공정산업경제포럼 등 6개 시민단체는 백복인 사장과 경영진, 사외이사 6명 등을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이번 사건을 배정받은 경찰이 방 사장 후보를 정식 수사 대상에 포함했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각종 논란에도 불구하고 KT&G는 사장 선임 절차가 정상적으로 이뤄진만큼 주총을 통해 최종 선임까지 이어간다는 목표다. 여러 논란도 정면돌파하겠다는 입장이다.

KT&G 관계자는 해외 출장과 관련해서 “규정에 따라 관련 업무 수행을 지원하고 있다”며 “문제 제기가 된 사례들은 2012년과 2014년 사안으로 현직 사외이사와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사장 선임 절차와 관련해서는 “전원 전문성을 보유한 독립된 사외이사로만 구성된 지배구조위원회와 사장후보추천위원회를 거쳐 최종 주주총회 승인까지 3단계 프로세스로 차기 사장 선임 절차를 공정하게 진행하고 있다”며 “사장후보추천위원회는 전체 주주의 이익과 회사의 미래가치를 극대화한다는 원칙 하에 심사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방 사장 후보자도 “회사가 급변하는 사업 환경 속에 놓여 있는 가운데 후보로 선정되어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더욱 진취적으로 혁신을 주도하고 미래 성장기회를 선점해 KT&G가 글로벌 탑 티어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선임 레이스 완주 의지를 밝혔다.

파이낸셜투데이 신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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