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주발행 가처분’ 6일 2차 심문…인용 여부 주목
3월 주주총회서 표대결 예고, 우호지분 확보 관건

 

경영권 분쟁을 빚고 있는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과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 사진=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을 빚고 있는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과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 사진=한미약품그룹

한미약품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가족간 분쟁이 2라운드로 이어지고 있다. 고 임성기 창업 회장의 배우자 송영숙 회장과 둘째 딸 임주현 사장의 ‘모녀’ 쪽과 장남 임종윤 사장과 막내아들 임종훈 사장으로 나뉘어 다투는 모양새다. 그간 서로에 대한 말을 아껴왔던 양쪽은 최근 비판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입장이 평행선처럼 좁혀지지 않는 가운데 업계 관심은 오늘(6일) 열린 가처분 심문기일과 오는 28일 예정된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로 쏠리고 있다.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의 포문은 ‘어머니’가 열었다.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은 지난 1월 12일 OCI홀딩스가 7703억원을 들여 한미약품 그룹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의 지분 27%를 취득해 최대 주주가 되고 창업주의 장녀인 임주현 사장과 부인 송 회장 등이 OCI홀딩스 지분 10.4%를 취득하는 방식의 통합을 결정했다.

장남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차남 임종훈 한미약품 사장은 5일 뒤인 1월 17일 신주 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수원지방법원에 제출했다.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의 통합이 이사회 결의가 아닌 주주총회 특별 결의가 필요하고,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3자 배정 유증이 위법하다는게 그 근거다.

임종윤·종훈 사장은 지난달 8일 본인들을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내용을 담은 주주제안을 제출하며 공세를 이어갔다.

해당 주주제안에는 올 3월에 개최할 한미사이언스의 정기 주주총회에서 임종윤·종훈 두 명과 두 사람이 지정한 4명의 이사 후보자가 한미사이언스의 이사로 선임될 수 있도록 주주총회 안건으로 상정해 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임종윤·종훈 사장은 전문성이 요구되는 제약 산업 분야에서 “한미약품그룹의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 제약산업과 관련된 경험과 식견, 전문성을 갖춘 이사진의 보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임종윤·종훈 사장은 이사회를 장악해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과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이 추진하는 OCI그룹과의 대주주 지분 맞교환을 막고, 한미약품그룹의 경영권을 가져오겠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 한미약품그룹 측은 “이같은 행보는 사익을 위해 한미를 이용하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한미그룹 관계자는 “지난 십수년간 한미에 거의 출근하지 않으면서 개인 사업에만 몰두했던 임종윤 사장이 갑작스럽게 ‘한미를 지킨다’는 명목으로 회사를 공격하고 있어 의아하고 안타깝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또 임종윤 사장이 고 임성기 창업 회장 별세 이후 가족들에게 부과된 5407억원의 상속세 중 가장 적은 금액인 352억원만을 납부한 점을 두고 본인 사업과 개인 자금에만 몰두했다고 주장했다. 담보대출을 활용한 금융권 차입금만 1730억원에 달해 임 사장은 연간 100억원에 육박하는 이자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고도 했다.

한미그룹 측은 “임종윤 사장측 가처분 소송 보조참가자로 등록된 케일럼엠의 최대주주가 대부업을 하고 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에 대해서도 임종윤 사장측은 명쾌한 해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경영권 분쟁 상황을 만들어 인위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리고 이를 통해 본인의 다중채무를 해결하는 동시 한미그룹을 본인의 개인 기업에 활용하려는 사익 추구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사진=한미약품
사진=한미약품

임종윤 사장 측도 즉각 반박문을 냈다. 정보 왜곡이 심한 내용이며 오히려 한미그룹을 사익 편취하고 있는 이들은 OCI 통합을 추진 중인 모친 송영숙 회장과 장녀 임주현 사장이라는 주장이다.

임종윤 사장은 측은 “거액의 상속세를 납부해야 하는 송영숙 회장, 삼남매에게 동일하게 작용하는 환경이다. 이를 놓고 임종윤 개인의 목적을 위해 한미를 이용한다는 표현은 맞지 않다”며 “한미그룹을 사익 편취 도구로 활용하는 것은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사장”이라고 했다.

이어 “2배 이상의 가격으로 한미사이언스 지분 매입 의사를 밝힌 매수자도 있다고 밝힌 마당에 경영권 프리미엄이라고는 임주현 사장의 OCI 대주주 신분 보장뿐”이라며 “임종윤 사장을 포함한 4만여 주주의 권익을 무시한 결정이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가현문화재단(한미약품그룹 공익문화재단)이 채무 과다로 가족 공동 소유의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매각한다는 결정을 내린 이면도 송 회장의 무리한 사진박물관 건축을 통해 누적된 부채가 주된 원인”이라며 “이도 사익 편취 증거”라고 했다.

또 “주식담보대출을 통해 무엇을 했는가를 살펴봐야 함에도 부풀려진 금액으로 호도됐다”며 “주식담보대출은 바이오 헬스케어 사업을 위해 활용됐으며 코리그룹 설립 이후 실패와 성공을 경험하는 다양한 투자가 있었고 오늘날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사업을 구축했다”고 말했다.

상속세 납부를 미뤄 경영권 다툼이 이뤄졌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삼남매가 비슷한 규모의 상속세를 부과받아 3인 공히 약 520억 정도의 세금을 2023년까지 납부 완료했다”며 ”이런 주장은 심각한 명예훼손의 가능성이 있다”고도 반발했다.

양측의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화해와 타협 가능성이 희박해진 가운데, 분쟁의 향방을 가늠할 첫 번째 분수령이 될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두 번째 심문기일이 오늘(6일) 오후 열렸다.

이날 이날 양측의 추가 주장을 들은 재판부는 시일 내 가처분 인용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법원이 이번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이면 통합작업에 차질이, 기각하면 통합작업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한미약품그룹 입장에서는 신주발행이 이뤄져야 막대한 채무부담을 덜 수 있다.

두 번째 분수령은 이달 28일 예정된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다. 현재까지 우위는 ‘모녀팀’이 가지고 있다.

임종윤 사장 측 집계에 따르면 송 회장과의 특별관계를 해소한 장차남 지분은 28.42%다. 모녀 측은 31.9%. 여기에 모녀 측이 장악한 공익재단 지분율이 8%가량이다.

장차남 측은 “그룹 통합시 대기업집단이 되니 규정상 공익재단 지분을 경영권 분쟁에 쓸 수 없다”고 주장하고, 한미약품그룹 측은 “주총은 통합 전이니 문제없다”며 맞서고 있다.

관건은 장차남이 나머지 표심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달렸다. 고 임성기 회장의 친한 고향 동생인 신동국 한양정밀화학회장은 12%의 지분을 갖고 있지만, 현재까지는 중립을 지키고 있다. 국민연금(7.38%), 소액주주(21%)의 표심 향방이 중요한 상황이다.

파이낸셜투데이 한종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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