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장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은행을 둘러싼 대내외 경영환경이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어서다. 자칫 변화를 주도하지 못하면 한순간에 큰 위기를 불러올 수도 있다. 이에 은행 조직을 진두지휘하는 CEO들은 한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새로운 경영전략을 앞세워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이재근 KB국민은행장,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승열 하나은행장, 조병규 우리은행장, 이석용 NH농협은행장 등 5명의 은행 CEO 앞에 닥쳐온 위기와 이를 돌파할 혁신전략을 살펴봤다. (편집자 주)

이재근 KB국민은행장. 사진=KB국민은행
이재근 KB국민은행장. 사진=KB국민은행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8일 KB금융에 대해 “다각화한 사업 포트폴리오로 호실적을 냈지만 환경 변화에 따른 위기 관리 능력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순이자마진(NIM)이 축소되고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판매 규모가 상당한 만큼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임기 3년 차인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은 이같은 KB금융의 위기 상황을 타개할 그룹 내 핵심 CEO 중 한명이다. 그는 2022년 1월 취임, 2023년 11월 연임이 결정돼 올해 임기 3년 차에 돌입했다.

그는 지난달 ‘KB국민은행 전략회의 2024’에서 전통은행의 위기를 인식한 듯 “앞으로 3년이 기존 전통은행들의 명운을 좌우할 결정적 시기”라고 말했다.

이 은행장이 올해 해결해야 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KB금융과 KB국민은행의 작년 4분기 순이자마진은 각각 2.08%와 1.83%로 전분기에 비해 0.01%포인트씩 하락했다. 은행 순이자마진은 지난 3분기에 이어 4분기에도 1bp(1bp=0.01%포인트) 하락했는데, 이는 핵심예금보다는 저축성예금 조달이 확대되고, 대출자산 리프라이싱 효과가 점진적으로 소멸된데 기인한 것이다.

또한 인도네시아 자회사인 KB부코핀은행의 조속한 정상화도 또 다른 과제다.

국민은행은 2018년 부코핀은행의 지분을 22% 인수하고 이후 두 차례의 유상증자를 통해 6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인수 과정과 경영 정상화에 최근 5년 동안 투입된 금액만 약 1조5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은행은 2023년 11월 14일 공시를 통해 부코핀은행이 같은 해 3분기에 957억5300만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최대 주주인 국민은행에 미친 손실은 637억 원 수준이다. 부코핀은행은 앞서 2022년에도 8021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대규모 투자가 손실로 이어짐에 따라 경영 정상화가 더 시급하다.

이 은행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KB부코핀은행이 조속한 정상화와 안정적인 성장을 이루어 나가게 되면 KB의 글로벌 부문은 비약적인 성장을 이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2025년까지 부코핀은행을 경영 정상 궤도에 올려 흑자전환을 이루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6%대까지 낮춘 부실채권 비율도 정상화 기준 비율인 4%까지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대내외적으로 산적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이 은행장의 해법은 ‘2024 전략회의’에서 제시한 5대 전략 방향에서 엿볼 수 있다. 그는 5대 전략으로 ▲지속 가능한 고객 신뢰 확보 ▲새로운 비즈와 글로벌 확장 ▲혁신적 고객접점 강화 ▲압도적 코어 비즈 우위 달성 ▲차별적 역량 및 실행 원천 구축 등을 제시했다.

또한, 사업 확장을 위해 임베디드 영업본부를 신설했다.

임베디드 영업본부는 비금융 플랫폼 기업과의 제휴사업을 전담해 새 사업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부서다. 임베디드 금융(Embeded Finance)는 비금융사(플랫폼)가 금융사의 상품 및 서비스를 API를 통해 신속하게 자사의 플랫폼에 내재화하는 것을 뜻한다. API는 국민은행과 비금융사(플랫폼)의 서로 다른 시스템 간 서비스를 호출하는 통신 방식을 말한다.

국민은행은 여행플랫폼(야놀자 등) 고객을 대상으로 환전, 송금, 환율조회 및 여행자보험을 연계해 제공한다. 또한, 오픈마켓 플랫폼, 부동산 플랫폼 등과 연계해 사업자 대출 서비스나 KB시세를 제공하고 있다.

인도 진출에도 적극 나섰다. 2019년 2월 인도 구루그람에 지점을 개설했으며, 첸나이, 푸네 지점을 추가로 개설 준비 중이다. 지난해 10월 인가 심사를 받고 올해 3분기 초에 지점 개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개설준비위원과 개설위원 2명씩 발령이 난 상태로 임차후보지 선정 후 지점 개설을 위한 업무를 시작할 예정이다.

이 은행장은 앞서 ‘2024 전략회의’에서 ‘변화를 주도하자(Lead the Change)’라는 행사 슬로건을 내세우며 “KB국민은행이 리딩뱅크의 위상을 지켜내고 한 단계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존립 기반인 고객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이라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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