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장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은행을 둘러싼 대내외 경영환경이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어서다. 자칫 변화를 주도하지 못하면 한순간에 큰 위기를 불러올 수도 있다. 이에 은행 조직을 진두지휘하는 CEO들은 한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새로운 경영전략을 앞세워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이재근 KB국민은행장,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승열 하나은행장, 조병규 우리은행장, 이석용 NH농협은행장 등 5명의 은행 CEO 앞에 닥쳐온 위기와 이를 돌파할 혁신전략을 살펴봤다. (편집자 주)

이석용 NH농협은행장. 사진=NH농협은행
이석용 NH농협은행장. 사진=NH농협은행

이석용 NH농협은행장에겐 자산 건전성 제고라는 숙제가 놓여 있다. 금융지주사 중 순이익 꼴찌라는 불명예를 안은 상황에서 농협은행이 차지하는 순이익 비중은 약 80%에 육박하기에 이 행장이 짊어진 어깨는 무겁다. 올해 어떠한 변화가 감지될지 주목된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금융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2조2343억원으로 전년 대비 0.2% 소폭 증가했다. 이는 주요 금융지주 가운데 순이익 규모 순으로 5위다. 농협금융은 지난해 상반기 우리금융을 제치고 반짝 4위권에 올라서기도 했지만 다시 꼴찌로 전락했다.

농협금융 실적에 악영향을 끼친 요인은 대규모의 충당금 적립이 거론된다. 농협금융의 지난해 신용손실충당금전입액은 2조1018억원으로 전년 대비 무려 168.8% 증가했다.

일반적으로 신용손실충당금은 대출금과 투자금 등에 대한 부실을 대비해 금융사의 자산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적립한다. 농협금융의 대규모 신용손실충당금 적립은 농협금융이 그간 리스크 관리에 안일했다는 측면으로 비춰질 여지도 있다.

아울러 농업지원사업비 역시 이번 농협금융 실적에 악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농협금융의 농업지원사업비는 무려 4297억원에 달했다. 전년 대비 9.4% 증가한 수치다.

농업지원사업비는 농협중앙회에 납부하는 일종의 분담금이다. 농협금융의 각 계열사는 농업인을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영업 수익의 일부분을 매분기 초 농협중앙회에 지출한다.이같은 농업지원사업비가 농협금융의 수익성을 해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농협은행만 놓고 보면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조7805억원으로 전년 대비 3.6% 소폭 증가했다. 농협금융의 지난해 당기순이익 2조2343억원 중 농협은행이 차지하는 순이익 비중은 79.68%에 이른다.

은행의 순이익은 늘었지만, 자산건전성 지표는 악화하고 있는 점이 이 행장에겐 숙제다. 농협은행의 지난해 말 고정이하여신(NPL)비율은 0.37%로 전 분기 대비 0.03%포인트 올랐다. 통상적으로 NPL이 낮아야 은행이 보유한 여신의 건전성이 양호하다고 판단된다. 농협은행의 NPL은 4대 시중은행의 평균 NPL 0.25%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NPL뿐 아니라 연체율도 늘었다. 농협은행의 지난해 연체율은 0.43%로 전 분기 대비 0.07%포인트 상승했다.

이에 농협은행은 부실채권의 조기 감축 체계를 구축하고, 충분한 충당금 적립을 통해 손실 흡수 능력을 제고하는 등 부실채권에 대한 집중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앞으로도 다중채무자, 상습 연체자 등 잠재적 취약 차주 모니터링 강화, 건전성 점검 강화 등을 통한 신용위험을 조기 포착, 관리계획 적시 이행 등을 통해 건전성 관리를 강화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 행장은 신년사에서 “대내외 여건이 녹록치 않으며 불확실성도 클 것”이라며 “세계 경제가 주요국 통화 긴축 여파와 지정학적 긴장 누적으로 경기침체 우려가 크고, 국내경제도 가계부채 부담과 소비위축 등으로 저성장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이럴 때 일수록 ‘고객 신뢰’를 최우선시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행장의 고객 우선 경영 철학이 올 한해 어떠한 결과로 귀결될지 주목된다.

파이낸셜투데이 이라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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